'묘수'인가, '꼼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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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수'인가, '꼼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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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으로 간 구글차이나의 운명은

^^^▲ 구글의 홍콩주변 위성사진홍콩은 구글에게 어떤 땅일 것인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839년 홍콩과 주룽(九龍)반도는 대영제국과 청나라 간 무역분쟁의 발화점이 되었다. 우리가 아편전쟁이라고 기억하는 그 유명한 전쟁이다.

아편전쟁의 본질이 제국주의적 세력다툼이라기보다는 은과 차, 도자기, 아편의 무역권을 놓고 청나라의 폐쇄된 체제를 개방하려는 유럽의 공세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 때 주룽 지역이 영국의 포격 대상이 된 것은 아편시장이란 점 외에도 이미 당시부터 홍콩이 청나라와는 달리 개방적인 데다 베이징과도 멀리 떨어져 있었던 이유다.

지난 밤 검색 주소를 홍콩으로 옮긴 구글차이나의 운명은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이미 20%대의 중국 본토 회원 점유율을 확보하고 당국의 검열에 저항하다가 홍콩으로 검색 사이트를 옮긴 구글사태가 아편전쟁에 비유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바로 인터넷이라는 표현의 자유가 폐쇄된 체제 내에서는 아편과 같다는 논리다.

사전 발표나 통보없이 간밤에 홍콩으로 사이트를 전격 이전하자 중국정부 역시 아침부터 성명을 통해 뜻밖의 사건에 강한 분노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상업적인 논리를 정치 이슈화하는 데 대해 비판하면서 불합리한 행동이라고 규정해 추가 제재를 시사했다.

구글이 홍콩을 피신처로 선택한 것은 일단 최선의 선택으로 보인다. 홍콩은 이미 중국과 다른 정치노선을 걸으며 자유 민주주의가 대세를 이루는 또다른 중국이다. 쉽게 말해서 구글의 아군이 우세한 지역이 된다.

그렇다면 구글은 본토의 최남단 자유항구로부터 다시 본토진입을 시도하려는 것인가? 그것은 아마도 어려울 것으로 본다. 홍콩에 마련한 구글의 거처는 '요새'라기보다는 부여를 도망쳐 나와 오녀산성에 진지를 구축한 주몽의 '산채'와 비슷한 격이다.

그 산채는 과연 어떤 의미를 두고 구축된 것일까. 그 답은 이 시점에서는 누구도 단정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구글이 검색 외의 모든 사업의 뿌리를 본토에 남겨 둔 채 홍콩으로 옮겨 왔지만 검색 사이트마저도 우회 루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영문과 중국간체로 구글홍콩(www.google.cn)에서 검색이 가능하다. 심지어 본토에서는 검색제한에 걸려있던 '천안문' '파룬궁' 등도 검색되니 적반하장이 된 격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검열이나 비즈니스의 문제가 아니다.

단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구글이 시간을 벌고자 한다는 점이다. 그 시간이란 다름 아닌 미,중 간 외교분쟁의 경과, 그것을 의미한다. 과연 아편을 가득 싣고 고립된 상선과 같은 처지에 놓인 구글은 지금 미국 전함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인가?

이 관점에서 구글은 상당한 착오를 하지 않았나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이번 '홍콩 피신'이 트러블-메이킹(trouble making)전략으로 주효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는다 하더라도 애초 '중국 철수' 카드를 꺼낸 경영정책 결정은 최선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중 갈등의 발화점에서 절묘한 타이밍에 내민 카드로 보였던 철수 선언은 이슈 상으로만 보자면 본말이 전도된 것처럼 '미국보다 구글'이 먼저 타깃으로 떠오르는 우를 범한 것이었다. 물론 미국 의회까지 나서서 지원사격을 했지만 결과론은 '역부족'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문제의 본질은 이것이다. 구글차이나가 미중 갈등의 효시가 아니라 희생양으로 보였더라면 아마도 구글은 여전히 중국 시장에서 수많은 내외의 원군을 확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는 가정이 성립된다.

'홍콩 도피'. 창사 이래 최악의 궁지에서 누구도 생각하기 어려운 묘수를 도출해 낸 구글은 역시 글로벌기업 다운 경영의 혜안을 보여줬다. 그러나 산 넘어 산 격으로 구글이 헤쳐나가야 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지금 중국에 진출한 많은 외국 기업들은 구글의 선택을 지켜보면서 자신들의 먼 진로를 조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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