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막고 길을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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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막고 길을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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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삐용은 꿈속에서 자신은 무죄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검은 옷의 판사들은 그에게 유죄를 선언한다. 시간을 낭비한 것. 시간을 낭비하며 허송세월 한 것. 이것이 그의 죄명이었다. 빠삐용은 힘없이 돌아서며 자신의 죄를 시인한다. 그 뒤 그는, 계속 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탈옥을 강행하여 끝내는 성공에 이른다. 그에겐 자유가 필요했다. 아니, 자유만이 필요했다. 이것이 그의 과제였으며 그에게 남은 마지막 할 일이었다.

요즘 우리에겐 자유가 없는 듯 하다. 틀에 박힌 교육제도 안에서 교육을 받다, 원하는 대학의 학과가 아닌, 무언가에 끼어 맞춘 대학의 학과에 진학을 한다. 그것이 인생의 바른길이고 성공인양 부추기는 것이 또한 이 사회이고 가정이다. 사회나 가정이 그러하더라도, 우린 스스로에게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옳다. 그 다음이 사회에 나와 무엇을 할 것인가 이다. 이러할 때, 사회 조직에 대한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거기에 좀더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일에 임할 것이다. 젊은 직장인들의 70% 이상이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현실은 자신의 일에 대한 만족감이 없다는 얘기이다.

대학의 진학이, 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 가, 하는 생각이 결여됐다면 그 배움은 의미를 잃어버린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는 부모나 학생은 아마도 극소수 일 것이다. 무조건 좋은 대학, 취직하기 좋은 학과에 들어가야 옳은 것이라 여긴다. 수능이 끝난 지금의 시점에서 논술을 대비해야 하는 또 다른 고사가 남아있고, 모두들 상위대학의 합격여부가 가능한 점수를 가늠하려 든다.

대학에 떨어졌다고, 지방대학에 들어갔다고, 수능 점수가 나쁘다고 인생의 낙오자는 절대 아니다. 그러한 생각 자체가 낙오자적 생각이다. 사회가 그러하지 않다고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이 조금씩 움직이는 현상을 지배할 수 있는 건 지금의 우리 학생들이다.

대학이 무엇인가? 대학에 가야하는가? 의 생각은 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어야 한다.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가야한다면 반드시 머리를 싸매고 공부를 해야 한다. 하지만, 꿈을 이루고자 하는 방향이 대학이 아니라면 그 방향을 보고 다른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이렇듯, 대학교육, 고등교육의 바른 방향은 필요하다면 곁에 두어 지니고 살 일이지, 맹목적으로 의지해 의존하며 나갈 방향은 결코 아니다.

간혹 신문지상에서 수능 점수의 비관으로 자살하는 학생들을 보기도 한다. 반면, 상위 성적임에도 불구하고 실업계고를 진학해 사회를 먼저 배우고 거기에 맞는 공부를 하겠다는 속 깊은 학생들도 본다. 전자는 길을 막고 길을 물으니, 길을 알 수가 없어 헤맨 격이지만, 후자는 길을 보여줬기에 길을 찾아 나선 격이다. 둘 중 어떠한 것이 옳으냐는 해가 진 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의 뒷모습을 상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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