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색에 물든 우리말-(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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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색에 물든 우리말-(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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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바시(かいばしら-貝柱 )

어느 날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포구의 어시장을 들렀는데 싱싱한 ‘키조개’ 조개관자(貫子) 5개씩을 ‘산적꼬챙이‘에 꿰어 좌판에 늘어놓고 ’가이바시 1코에 만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있었다.

지난 명절 때는 딸아이가 S포구에서 ‘가이바시’ 한 상자를 샀다며 조그만 ‘스티로폼’ 박스를 들고 들어오며 잡수시라고 내놓는다.

‘가이바시’? 이게 어느 나라 말인가? 일본말에 ‘가이바시라(かいばしら-貝柱)’라는 말이 있다. 이는 ‘가리비(ホタテガイ)’ 또는 ‘키조개(タイラギ)’따위의 조개관자. 즉 조개 기둥(貝柱)을 뜻하는 말이다.

‘가이바시’는 본디 말 ‘가이바시라’에서 끝머리 글자인 ‘라’ 자를 떼어놓고 쓴 변질어가 분명하다. 이 말이 어시장에서는 공공연하게 유통되는 공통어로 쓰이며 일반인들도 그렇게 알며 사용하고 있다.

간혹 일본말을 아는 사람이라면 틀린 말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겠지만 시정하려 들지 않는다. 바른 말로 고쳐주어 봤자 일본말이고 우리말로는 ‘조개관자‘라 해야 하는데 설명이 복잡하다.

우리말에 ’관자‘라는 말이 하도 여러 가지 뜻으로 사용 하고 있기에 혼돈하기가 쉽다. 그렇다면 ‘조개기둥(貝柱)’ 이래야 알아듣기 쉬울 것 같은데 이 역시 일본글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아 마음에 안 든다.

모든 조개에는 껍데기를 여닫기 위한 조개관자가 붙어있으나 너무 작아서 식용으로 쓰기에는 아쉽고 조개관자가 큰 ‘가리비’와 ‘키조개’만을 주로 사용한다.

‘가리비’는 가리빗과에 달린 조개로 ‘부채조개’ ‘주걱조개’ ‘범립패(帆立貝)’ ‘해선(海扇)’ 이라고도 부르며 껍데기 한쪽은 판판하고 반대쪽은 불룩한데 겉에 부챗살모양으로 여러 개의 골이 나있다.

‘가리비’의 껍질높이는 얇으나 너비는 넓으며 껍질은 원형에 가깝고, 우각(右殼)은 좌각에 비해 부푼 정도가 크다.

조개관자는 둥글고 크며 중앙에 있다. 이 조개관자를 삶아 말린 포(脯)를 일본말로 ‘가이바시라(かいばしら-貝柱)’라고 한다.

가리비는 자연산이 손꼽히나 1979년부터 동해 강릉 지역에서 양식에 성공해 ‘큰 가리비’가 시중에 나와 유통되고 있다.

‘키조개’(comb pen shell)는 일본사람들이 좋아해 일본말로 ‘다이라기’(タイラギ)라 하는데 일본의 시중에서는 조개모양이 평평하게 생겼다하여 ‘다이라가이’(たいらがい-平貝)라는 사투리 말을 쓰기도 한다.

이 조개는 모양이 부채 같고 껍데기에 부채 살 모양의 줄이 있는 키조갯과에 달린 조개이다. 생김새는 부채모양의 삼각형이고 어두운 녹색을 띄며 길이는 22cm. 높이는 11cm가량이 된다.

조갯살은 적으나 조개관자는 크고 맛이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 연해에 분포돼 있으며 바다 속 20~40m 깊이의 모래바닥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산지는 서해안인데 충남 보령 해역에서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채취 하는 방법은 다이버가 바다 속으로 들어가 일일이 한 개씩 캐내는 방법과 그물로 캐내는 방법이 있다.

키조개는 상품의 가치가 높아 몇 해 전만 해도 해상강도가 어부들이 잡은 키조개를 강취해간 사건도 있었다.

이 ‘가이바시’는 변질 어이고 본디 말은 ‘가이바시라’ 인데 이는 분명 일본말이며 우리말로는 ‘조개관자’이다. 하루속히 바로잡아 우리생활 속으로 끌어 드려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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