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두만강에서 무슨 일이?
지금 두만강에서 무슨 일이?
  • 이동훈 기자
  • 승인 2010.02.25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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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두만강변의 총소리와 삽질소리

 
   
  ▲ 북한 두만강변  
 

요즘 한반도 북동단 두만강 쪽에서 두 가지 소리가 들려온다. 하나는 총소리이고 또 하나는 삽질 소리이다. 우리 속어에서는 ‘총’과 ‘삽’이 모두 황당함의 소리에 불과하지만 지금 북에서는 생존의 극한에서 펼쳐지는 사투의 파열음이다. 이 두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동족에 대한 관심과 민족의 미래에 대한 염원 때문이다.

몇 가지 소식통에 의하면 최근 북한과 중국이 접경한 두만강 변에는 다시 탈북자들의 시체가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치부할지 모르나 ‘무조건 사살’이라는 당의 지령이 내려진 이후 그 수효가 과거 여느 때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라는 말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우리 민족에게 남겨진 마지막 비극의 현장이라면 안타까움도 참을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결코 막연한 소망만이 아니기를 바란다.

바로 그 기대감을 반증이라도 하듯이 북한과 러시아가 접한 두만강의 다른 편에서 들려오는 것은 반가운 삽질 소리이다. 거기서는 더 이상 내부적으로 인내할 수 없는 최악의 경제난을 이겨내기 위해 마침내 개방화의 길로 막 나서려는 북한정권의 뒷문 돌파구인 나진 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를 나선특별시로 승격한 후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우렁찬 삽질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북은 국방위원회 발표를 통해 다음 달에 국가개발은행을 출범한다고 지난 20일 밝힌 바 있다. 이 국가개발은행이 바로 나선특별시의 개방을 주도하는 금융 허브로 주목받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주도하는 두만강 인접 북,중,러 3국의 합작 경제개발구 사업도 이 은행 출범으로 재개되고 있다. 이것은 북한의 본격 개방을 알리는 신호탄에 다름 아니다.

두만강이 어디인가. 그 강은 흘러간 그 옛날에 우리 민족의 애환이 서린 곳이다. 그리고 지금 두만강은 배고픔과 압제를 이기지 못해 목숨을 담보로 넘어야 하는 고통의 임계점이 되었다. 그 고통의 임계점이 바로 산통을 치루는 산부의 그것과 같이 새로운 열림을 향해 몸부림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은 아닌가.

만약 저 두만강 하구의 나진 선봉 청진, 이 지역이 남한 땅에 속해 있었더라면 두만강의 운명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생각해 보라. 중국과 러시아 일본까지 탐내는 땅이 바로 두만강 하구이다. 바로 동북아시아 ‘황금의 땅’이다. 지금 이 하구가 피로 물들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희박한 도강(渡江)의 생존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그 바늘구멍을 통과할 희망이 배고픔과 압제가 주는 고통의 무게보다 크다고 믿는 이들에 의해 탈북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 그들이 흘려 두만강에 스며드는 피가 다음 시대에 한민족의 번영을 일구는 자양분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이유로 두만강을 끼고 북쪽의 중국 국경에서 들리는 죽음의 소리와 동편 러시아 국경 쪽에서 들리는 재건의 소리는 어쩌면 같은 의미인 지도 모른다. 너무 오랜 시간 밀봉된 채 잠들었던 북한이라는 실체가 첫 걸음을 내딛는 순간, 여기저기 고통의 파열음을 동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적어도 요즘만큼은 그것이 바로 그것이기를 우리는 간절히 바란다.

북한의 개방이 바로 민족의 통일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것이 북한의 자생의 길을 열어 통일의 날을 더 멀게 할 수도, 아니면 영원히 통일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를 열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개방을 보면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막연한 통일이 아니라 그보다 현실적인 것들이다.

우선 우리는 북한이 문호 개방을 통해 동족들로 하여금 배고픔과 이념압제라는 두 가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들의 개방은 곧 한민족의 개방을 의미한다. 우리는 반도국가이나 사실상 섬나라와 같은 처지였다. 북의 개방이 제한적이나마 격리된 우리를 대륙과 이어줄 것이다.

북한이 두만강 일대의 국경 도로망을 확충하면서 러시아산 LPG 가스 파이프-라인 구축에도 나설 것이라 한다. 가스 관통 수수료만 연간 1억 달러에 이른다는데 중요한 사실은 그 라인의 종착점이 남측까지 이른다는 것이다. 이 뿐인가. 중국 단둥(丹東)과 러시아 하산을 지나면 양국 영토를 지나 유럽까지 이어지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가 이미 개통된 개성 행 열차와 한 루트로서 연결된다.

아직 섣부른 기대가 이르다는 것을 우리는 수많은 대북 협상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러나 늘 난관과 실패 뒤에 오는 성공이 값진 것처럼 우리의 아픈 경험들 또한 지금의 이 변화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예방약이 될 수 있다. 그 개연성에 있어서 과거와 비교될 수 없는 확고한 조짐들이 두만강 변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둠이 가장 깊어졌을 때 새벽이 열리게 마련이다. 전 세계가 경제위기로 신음하던 2008년 이후로 침체에 빠진 미국과 일본은 물론 바뀐 정권의 한국까지 북한에 대한 손길을 멀리 하면서 북한에 드리워지기 시작한 어둠의 깊은 그림자가 어쩌면 오늘과 같이 새벽을 열게 한 건 지도 모른다. 이제 개방과 구호의 요청을 종용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북한이 스스로 길을 떠날 채비를 하는 새로운 역사의 장이 열리고 있다.

우리는 언제 쯤 부산역에서 아침 기차에 올라 점심 무렵 식당 칸에 들러 창밖으로 개성 시가지를 바라보면서 식사를 한 후 저녁 해질 무렵이면 저 네이멍구(內蒙古) 하이라얼 역에 내려 초원의 여름휴가를 보낼 수 있을까.

그 날이 결코 멀지만은 않았다고 나는 확신한다. 지금 북한의 숨통은 우리와는 대척점인 두만강 하구에서 열렸으나 그 뒷문 다음에는 대문격인 개성과 단둥을 열어젖힐 차례임을 그들 역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기다릴 일이 아니라 그에 대비하고 사전 포석을 꾸미면서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 동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이 되는 새 역사의 무대에서 화려하게 데뷔하는 주인공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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