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홀로 '우회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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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홀로 '우회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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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을 보는 새로운 시각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오바마의 미국정부가 요즘 심상치 않다. 금융위기 이후 경제는 물론 국가운영 자체에 방향타를 잃고 있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내우외환을 앓고 있던 터라 최근의 몇 가지 두드러진 행보는 자못 시선을 끈다.

중국의 구글사태와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달라이라마의 오바마 접견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미국이 포용적이던 과거의 대 중국 정책을 일거에 갈등국면으로 전환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양국은 무역마찰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는데 그것은 불과 1개월 여 만에 일어난 일촉즉발의 사건들이다. 어쩌면 양국의 외교적 중간 영역에 위치한 우리로서는 요즘 여간 신경이 쓰이지가 않는다.

우선 그 배경과 원인을 분석해 보면 몇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가장 개연성이 높은 원인으로는 고전적인 ‘트러블-메이킹(Trouble making)' 전략 정도로 치부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이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 중 경제위기의 한 해법이 중국에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분석이다. 즉, 위안화 절상이나 중국산 상품의 교역분쟁, 그리고 국채 등 외환문제에 관한 한 현재 중국은 미국에 대해 배타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압박이 필요하며 그것이 바로 이번 사건들의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지적은 실제 그럴 수 있다는 충분한 공감이 감에도 불구하고 온당치 못해 보인다. 2년 전이라면 당연히 이 분석이 타당할 테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렇지가 않다. 그 이유는 악재를 의도적으로 유발하여 문제를 더 나은 차원으로 해결하려는 트러블-메이킹 전략은 보통 솔루션을 확보한 상태에서만 유효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중국에 대해 그런 해법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가 없다.

그렇다면 우연의 소산으로서 양국 간의 자연발생적인 갈등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실어보아야 한다. 도화선으로 작용한 구글사태로 보자면 우연의 요소가 강하다. 그리고 대만 무기판매의 경우는 다소 의도적이며, 달라이라마 접견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그런 점에서는 우연과 의도가 복합적이라고 봐도 좋다. 다만 어떤 이유로 구글사태가 일어났건 중요한 점이 아니다.

그 이전에 베이징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이 약간의 언론플레이 상의 해프닝을 제외하고는 매우 친화적이고 이례적으로 저자세로 임하면서까지 중국과 화합하려던 전례에 비추어 구글사태에 대한 미국의 공식적 태도는 매우 적극적인 반격이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보면 그 이전의 아주 좋은 관계가 진정한 의지였다면 ‘구글과 중국정부가 대화로서 원만하게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는 정도로 논평해도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구글이 처한 중국의 대척점인 그 자리에 스스로 서기를 원한 것이다. 인터넷의 문제는 중국이 가장 아파하는 부위가 아닌가. 이는 그 직후 태도로 볼 때에도 전적으로 의지적인 결정이었다.

위의 두 가지 경우의 분석을 모두 지양한다면 이 문제는 조금 심각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우선 최근 미국의 정치외교 상황으로 보면 이는 다분히 궁여지책의 차원이라는 결론이 난다. 비단 경제문제만이 아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미국이 경제위기와 상관없이 국제사회에서 제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월남전쟁으로부터 중동분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전쟁에 개입해 오던 미국은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에 처하게 된다.

비록 미국이 이제까지 오로지 정의만을 위해 싸운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냉전체제 하에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세력이라는 데 공감해 온 우리로서는 그 때 왜 미국이 바그다드에 CNN을 보냈을까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전쟁을 생중계하려는 진정한 의도는 무력의 과시, 그것이었을까?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다. 결국 미국은 CNN을 통해 전 세계인들의 눈에 괴력의 사나이로 비친 게 아니라 무자비한 악당으로 비치고 만다. 그 무모한 발상은 도덕적인 비판을 받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진정한 문제는 바그다드에 대한 오폭이나 문화재 파괴에 있지 않았다. 알 카에다는 거기서 매우 중요한 힌트를 얻어간다. 숨어서만 싸워 온 자신들만의 전쟁을 영상으로 알리는 것이 얼마나 유효한 공격인가를 말이다. 바그다드의 시민이건 무고한 인질이건 상대를 죽이는 것을 정당화한 건, 적어도 영상을 통해서만 보면 미국이 먼저였다는 것이다. 인질 살해를 동영상으로 중계하기 시작하면서 들끓기 시작한 미국사회는 결국 9.11이라는 참혹한 타격을 받게 되고 거기에서 혼란을 느끼기 시작한 유태인 등 미국의 자본들은 미국을 떠나기 시작한다. 거기다 겹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미국의 침몰에 결정타를 가한 것이다.

이후로 미국은 화해와 조화를 위한 행보를 하려는 듯 보였다. 중동에서의 출구전략을 검토하는 것과 북한을 포함하여 중국과의 협력도 적극 모색했던 것이다.

특히 친 중국정책은 미국의 겸양한 좌회전으로서 대한민국으로 볼 때 매우 이롭고 고무적인 현상이었다. 미,중 양국 사이에서 김대중 노무현 양대 정권을 거쳐 수많은 갈등과 굴곡을 겪어온 우리로선 천만다행한 현실이 아닌가.

겉으로만 볼 때 지금 미국은 홀로 갑작스런 우회전을 감행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아니, 그렇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고 가정해 보자. 물론 그것은 현실적 현상이므로 사실이긴 하다. 무엇보다 미국의 단독 우회전 감행은 군사적으로 새로운 문제를 유발할 개연성이 크다. 경제문제에서 주도력을 상실하고 합리적 노선을 이탈한 상태에서의 국제외교란 군사적 사태로 비화할 다분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

만약 지금의 국제정세에서 미국이 동아시아에 대해 또다시 과거와 같은 ‘줄서기’ 게임을 원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한다. 물론 그것은 격세지감이 있는 전략일 테지만 동아시아 각국들의 현실은 그리 만만치가 않다. 우선 미국은 현재 중국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공격할 것이며 중국은 ‘내정간섭’을 중단하라고 경고할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정당한 위치를 차지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여러 가지 풀어야 할 숙제를 짐 보따리에 그대로 넣어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모든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이는 말싸움이란 절대적으로 미국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얻어지는 결과는 자명하다. 중국을 보다 더 중국적인 영역 안에 가두어 둠으로써 결과적으로는 국제여론에 대한 고립을 유발, 러시아 분열 이후 완치상태로 나아가던 냉전의 병이 다시 미, 중 양국의 갈등이라는 국면으로 재발하는 것이다.

적어도 최근 미국이 일본에 대해 취하는 태도를 보면 이 우려가 결코 가정이라 보기 어렵다고 여긴다. 후텐마 기지이전 문제로부터 도요타자동차 사태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일본에 대해 거의 적대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것이 주는 메시지는 결코 미국이 과거의 큰삼촌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래 논의되어 온 일이긴 하지만 주한미군의 이라크 전출문제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한국 일본에 대한 차세대 전투기 판매의 문제도 이러한 혼란스러운 국면에서 새로운 히든카드로 작용할 것이며 여기서 미국으로서는 손해 볼 일이 없다는 것이다. 혹시 이것은 미국이 과거와 같이 자유 아시아의 우방으로서 손에 손 잡고 가자는 식의 줄서기가 통하지 않을 것을 전제하고 마치 체스게임을 하듯이 새로운 판을 짤 의도에 의해 일련의 행동을 계획한 건 아닐까 우려해 본다.

냉전을 통해 패권을 얻었고 그 이면에 많은 재정적자를 떠안게 된 미국은 그토록 고대하던 러시아의 붕괴를 시작으로 글로벌 경제전쟁이라는 새로운 경쟁구도를 도출하였으나 결국 거기서 낙마하게 된다. 만약 미국이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빠르게 회복의 길로 들어섰다면 오늘날과 같은 우회전의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사태를 장기화하고 오히려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국면에서 오바마 대통령 역시 임기 중에 경제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면 지금의 우회전은 궁여지책의 괴로운 선택이었을 개연성이 크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가정이며 성급한 우려임을 새삼 전제하고자 한다. 그러나 여전히 냉전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엄연한 사실은 분단국가인 우리로서는 결코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우리 땅 안에 최 우방인 미국 군대가 주둔하고 있고 북한을 넘어 버티고 있는 사회주의 대국인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 파트너이다. 이러한 아이러니의 함정으로부터 탈출하거나 현명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국가 정체성의 위험은 물론 앞으로 펼쳐질 10년 이내의 새로운 국제질서의 흐름에서 우리가 주도세력에 동참하기 어렵다.

우선 이 가정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향후 양국의 갈등이 깊어지고 사실로 드러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까. 정답은 딱 한 가지다. 스스로 강한 체질을 가지기 위해 경제, 군사 면에서 빠르게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이 상식적인 논리가 지금 우리에게는 매우 절박한 일이다. 그리고 기회는 지금 우리 앞에 와 있다. 조금 성급히 말한다면 앞으로 삼성, 현대, 엘지 등 한국의 주력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활동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물은 없을 것이다. 여전히 서민경제와 사회적 갈등문제는 심각하지만 우선 국가경제와 외교문제를 최고 수준에 올려놓는다면 국운은 크게 바뀔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서 만약 미국의 우회전 여파가 한국 일본 대만 북한 등에게 심각한 선택의 기로를 강요한다면 우리는 독자적인 해법을 찾기 어려워지고 만다. 중국과 북한에 외교적 부담을 안고 있는 한국, 양안문제로 여론이 분열된 대만, 고립무원에 처한 일본, 이 세 나라는 여전히 미국이라는 우방세력을 배경으로 동아시아에서 때로는 중국의 대립자로서 때로는 협력자로서 포지셔닝을 확보해 왔다.

만약 미중 양국이 심각하게 대립한다면 현재 이 3국이 가진 대 중국 의존도가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며 특히 북한문제에 대해서까지 미국이 강경한 노선으로 선회한다면 최악의 고립상태에 처한 북한의 몸부림이 일본을 자극하고 일본은 다시 대미 군사외교나 자체 무력채비에 나설 개연성이 아주 크다. 경제논리에 의해 일본이 그런 험로를 선택하지 않을 거라는 다행한 현실이 가정되나 아무리 부채가 많은 일본이라도 꼭 가고 싶었던 길이므로 일단 자세를 우회전 쪽으로 바꿀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결정적으로 몇 년 전부터 본격적인 군비경쟁에 나선 중국의 태도가 이 판도에 최악의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반도는 이미 압록강을 경계선으로 한 중국의 군사적 압박을 받고 있으며 동지나해와 남지나해에서도 해군력 증강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조짐들이야말로 동아시아가 경제전쟁과는 별개로 또 다른 의미의 갈등의 여지를 내재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금의 미국이 우회전 길로 들어선 건 아니고 단지 방향등을 깜빡이는 것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으나 그 시그널이 주는 심각성이 큰 것은 바로 동아시아가 안고 있는 불씨, 그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도 역시 우회전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느냐,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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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00 2010-02-06 23:43:03
이동훈 반갑다!!
이렇게 글로 보니 정말 반갑구나!!
중국 생활은 어떠한지?
연락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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