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생활에서 전통적으로 음식을 끓이는데 사용하고 있는 무쇠 솥을 가마솥 이라하며 한자로 가마 부(釜)자를 쓴다. 가마솥은 용도에 따라 물솥, 밥솥, 국솥, 쇠죽솥 등으로 나뉜다.
가마솥의 사용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아주 오래전인 3국 시대(고구려, 백제, 신라) 이전부터 사용해 내려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이 땅에 뿌리 내린지 아주 오래됐다.
재래식 가마솥은 사방으로 네 귀가 달려있어 부뚜막에 걸어놓을 때 수평을 잡아주며 아가리가 오긋해 내용물의 끓어 넘침을 방지하며 뚜껑은 여닫기 좋게 꼭지모양의 손잡이가 달려있어 편리함은 물론이고 여기에 기름칠을 해 닦아놓으면 보기에도 예쁘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가마솥을 <가마>(ガマ-釜)라 부르며 한자로도 가마 부(釜)자를 쓴다. 그들의 과거사를 더듬어보면 가정에서 사용하던 솥이 무쇠 솥이 아닌 질솥 ( どかま-土釜)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렇다면 당시 무쇠 솥이 없었던 것은 아닌 가 생각해 본다.
그 옛날 그들은 고려와 백제 등에서 우리의 문화를 받아들일 때 가마솥이 건너간 것은 아닌지 궁금하며 사실이 그렇다면 가마(부-釜)란 우리 이름을 빌려 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밖에 우리 생활주변에서 볼 수 있는 기와, 벽돌, 옹기, 도자기 따위를 구어 내는 구덩이를 가마(窯)라 부르며 한자로 요(窯-기와 가마요)자를 쓴다. 그런데 공교롭게 일본어로도 이 구덩이를 가마(ガマ-窯)라 부른다. 이는 어찌된 일인가?
.도요(陶窯)란 중국이 원조이다. 도자기를 영어로 차이나(china)라고 부를 정도로 고대사회로부터 자리를 굳히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3국 시대 후기부터 중국의 월주요(越州窯)에서 청자를 받아드려 청자의 가치와 실용성에 대한 인식을 하게 돼 고려청자의 명성을 떨쳤다.
일본은 우리보다 8세기후인 17세기경에 도자기를 받아드렸는데 임진왜란(壬辰倭亂-1592~93)과 정유재란(丁酉再亂-1596~98)때는 우리의 서적과 활자를 약탈해가 엄청난 국력의 손실을 보았으며 이때 우리의 많은 도공(陶工)을 납치 해다가 그들의 화려한 도자기문화를 발전시켰다.
일본말의 <가마>(ガマ-窯)란 말이 우리의 도공을 통해 이때부터 나온 것으로 추측된다. 따지고 보면 그들이 우리말을 인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또한 도자기 말고 숯을 구어 내는 숯가마를 그들은 <스미야기 가마>(すみやきかま-炭焼窯)라 부른다.
내가 4년 전 가족과 같이 일본여행을 했을 때 일이 생각난다. 아이지현(愛知縣)의 나고야(名古屋) 국제공항부근의 어느 일본식당에서 한국식 <돌 솥 밥>과 같은 가마메시(かめまし-釜飯)를 한다는 광고가 나붙었기에 들어가 주문해서 들었다.
식당 벽면에 큰 글씨로 <가마메시>를 드신 후 빈 그릇인 질솥(どかま-土釜)은 기념으로 가져가도 좋다기에 먹고 남은 질그릇을 종이에 싸들고 <나고야>공항으로 나와 출국수속을 하고 검색 대를 통과하는 과정에 딱 걸렸다.
검사원이 투시경에 나타난 “점토(粘土)로 된 냄비는 무엇이냐”며 꺼내보라는 것이었다. 가방에서 종이에 싼 질솥을 꺼내 보이니 검사원은 이리저리 확인하더니 빙그레 웃으며 “혹시 문화재가 아닌가하여 확인했다”며 미안하다고 거듭 인사를 했다. 참으로 자기직무에 충실한 검사원이었다.
우리는 가마를 통해 숯을 구어 내거나 기와, 벽돌, 사기, 질그릇, 법랑, 칠기(漆器)등을 구어 내는 업종을 요업(窯業) 또는 도업(陶業)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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