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에 놓여있는 불안감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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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사이에 놓여있는 불안감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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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의 사랑을 되돌아보며

99년 12월에 결혼을 했으니 이번 12월이면 결혼 4주년 기념일을 맞게 된다. 대학교에서 만나 씨씨라는 이름으로 붙어다니기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7년 전 이야기이다.

요즘도 그렇지만 내가 가장 즐겨부르던 노래중의 하나가 화이트의 '7년간의 사랑'이다. '7년을 만났죠, 아무도 우리가 이렇게 쉽게 이별할 줄은 몰랐죠'라고 시작되는 노래의 가사는 7년이란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들을 한순간 허물어버릴 수 있는, 결코 완전하지 못한 숫자임을 나타내는 것 같다.

7년 전에 이 노래를 부를 때는 지금의 아내와는 그런 일이 없겠지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불렀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제 우리도 벌써 7년째구나'라는 뿌듯함과 함께 약간의 불안함도 섞인 묘한 감정이 교차하는 것 같다.

주변사람들에게 일찍 장가갔노라고 말하면 한결같은 질문이 돌아온다. "왜 그렇게 일찍 무덤에 들어가셨어요?". 결혼을 무덤에 비유하다니 참 우습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일정부분을 죽여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도 되는 부분이다.

결혼하면 그만이라지만 우린 결혼 기념일과 연애기념일을 따로 챙긴다. 사실 챙긴다는 말보다는 그냥 기억한다라는 정도의 의미가 더 맞을 것 같다. 아무튼 연애 기념일은 우리 부부 사이에서 생긴 가장 최초의 기념일이고 그 중간에 끼어든 것이 결혼 기념일, 현재 가장 마지막에 생긴 것이 딸 지민이의 생일이다. 그리고 우리 계획대로라면 아직 3번의 기념일은 더 만들 생각이다. (4명의 자녀계획 때문에)

7년간의 사랑을 이어오면서 우리 부부가 변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서로를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믿음없이 어떻게 결혼할 수 있냐고 반문할 법도 하지만 우리의 불신이 작용하는 부분은 단 한가지 뿐이다. 처녀같은 아내, 학생같은 남편(사실 학생이지만)이라는 것때문에 생겨난 서로의 경계심.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빨간불이다.

여자 친구나, 후배들에게 문자메세지라도 오는 날에는 하루종일 죄인마냥 고개 숙이고 지내야 한다. 처음엔 내가 잘못한 부분이 뭐가 있냐고 따지고 들었지만 그럴수록 냉전은 장기화될 뿐만 아니라 밥도 못얻어 먹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이젠 가만히 있는다. 그리고 아내의 논리대로라면 아니땐 굴뚝에 연기 날리 없기에.

나 또한 아내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남자 직원들과의 회식이나, 만남이 있는 날에는 하루종일 마음이 편치가 않다. 괜히 심술나고 불안하고 일에 집중이 잘 안될 때도 있다. 또한 딱붙는 바지나 속이 비치는 치마를 입는 것도 싫다. 다른 여자들이 과감하게 입는 것은 패션이나, 자신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내 아내에게 있어서 그런 패션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불안함이다.

물론 이제는 이런 일들로 크게 싸우지 않는다. 서로 무엇을 경계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으며, 어느 선을 넘어서면 간섭이나 침해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삶을 유지해가며 관계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라 생각한다. 맹목적인 믿음은 무관심이라는 또다른 양면을 가질 수 있지만, 안정적 믿음을 통해 우리는 평안하고 따뜻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부부에게도 그런 확실한 믿음이 있다. 하지만 서로가 아직 젊기에 가질 수 있는 약간의 불안함과 이성에 대한 불신(?)은 생활에 긴장과 탄력을 주는 것 같아 그다지 싫지 않은 부분이다. 그래서 늘 지금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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