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 년 흐른 강을 1년 준비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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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 년 흐른 강을 1년 준비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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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수원교구 수원주보 2010년 1월 31일자 특별기고

 
   
  ▲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4대강 사업 반대 자료
ⓒ 뉴스타운 편집부
 
 

경쟁관계를 일컬어 “라이벌(rivalry)” 이라고 부른다. 라이벌의 원래 뜻은 ‘같은 강을 사용한다’ 이다. 같은 강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경쟁관계가 될 수밖에 없었다. 현재 대한민국은 4대강을 놓고 정치인과 건설업자들이 한편이 되었고, 강물에 의지해서 사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다른 한편이 되어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한쪽에 서는 콘크리트로 강을 막고, 다른 한쪽에서는 ‘강은 원래 흐르던 대로 흘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같은 강을 놓고 라이벌이 되어 엄청난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2005년 월드워치에서 발간된 ‘지구환경보고서’ 제5장에서는,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강 개발 역사 예를 들어, 강은 반드시 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물은 흐르면서 토양과 대기, 식물과 동물을 연결시켜 준다. 상류에는 자갈이, 중류에서는 모래가, 하류에서는 퇴적물이 쌓여 오묘한 생태계를 이루는데, 이런 강의 특성을 무시하고 자갈이나 모래를 다 퍼내어 일정하게 6미터 깊이로 막아버리는 행위는 대한민국 강 전체를 살리는 일이 아니라 죽이는 행위다. 강 꼭대기에서 시작된 강물이 바다까지 18일이면 흘러들어 가는데, 강 중간 중간에 보를 막아 180일 정도 가두겠다는 계획은 어리석다.

우리나라에 비는 6,7,8월에만 집중해서 내리고 나머지 9개월은 거의 내리지 않는다. 따라서 수중보로 물의 흐름을 막아버리면 물은 9개월 동안 고여 있는 상태가 된다. 우리들이 살면서 배출하는 각종 오물, 생활하수, 소 똥, 돼지 똥이 수중보 때문에 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는 강으로 흘러들어 가게 되는 것이다. 온갖 하수들이 강에 들어가도 물이 깨끗한 이유는 강물이 흐르기 때문이다. 더러워진 오염 물질들은 흐르면 서 강바닥에 있는 모래 사이에 끼고, 자갈에 부딪히고, 와류가 생겨 물거품을 통해 공기와 접촉하면서 산소를 공급받아 정화된다. 강바닥에 있는 자갈과 모래는 오염 물질들을 끌어안고 있다. 사람들이 살면서 쓰다가 버린 오염 물질들을 강물은 그렇게 묵묵히 5천 년을 받아 내어 한민족들에게 깨끗한 식수와 농사지을 물로 다시 내어 주었다.

세계는 지금 수중보를 철거하는 추세다. 독일의 이자강도 그렇고 미국, 일본도 수중보를 철거하고 있다. 5천 년을 흘러 온 강 하나를 막는 데 50년을 고민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5년도 준비를 안 하고 1년 만에 밀어붙이는 정부를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그렇게 강을 개발하고 싶으면 4대강 중 하나만 골라 개발하고 결과가 좋으면 다른 강을 개발해도 늦지 않을 텐데, 뭐가 그리 급한지 모르겠다. 자연을 파괴하는 데는 1년 걸리지만, 원래 상태로 돌려놓는 데는 10년 혹은 100년이 걸린다. 시화호도 실패했고, 새만금도 지금 썩어가고 있다. 정부에서는 금수강산 전체를 흐르는 4대강을 가지고 또 정치실험을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뜻있는 분들은 서명운동에 동참해 주시길….

글 : 천주교 수원교구 황창연(베네딕토) 신부 (성 필립보 생태마을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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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0-02-01 00:31:48
농업 용수를 위하여 보가 필요하지만 식수를 위하여 보를 설치하는 건 이해가 안됩니다. 기사에서처럼 외국에서는 보를 철거한다고 하는데.

익명 2010-02-02 17:39:28
세상이 완전히 제정신이 아닙니다.
21세기 노가다가 판치는 대한민국....
그라고 환경 파괴... 누구를 위한 4대강 사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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