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에 농경문화관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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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에 농경문화관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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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강화에 '농경문화관'이 새로 생겼습니다. 마침 아이들 방학도 얼마 남지 않았고, '뭔가 좋은 구경거리가 없을까' 찾고 있었는데 잘 되었다 싶었습니다.

문화관은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외포리'쪽으로 약 8Km 정도 가야 합니다. 차를 몰고 문화관에 도착하니 하얗고 깨끗한 건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개관한 지 3달도 채 안된 건물입니다. 관람객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닳고 닳은 여느 건물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아직은 때묻지 않은 깔끔한 모습입니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위농부국' 이라고 새겨진 바위 하나가 서 있었습니다. 좀처럼 고개 숙일 줄도 모르고 상냥한 말 한 마디 없는 무뚝뚝 안내원입니다. 가만히 보니 위농부국? '농업으로 나라를 부유하게 한다(爲農富國)'며 시위하는 농민입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 1년 동안 농사지어 봤자 순 이익은 평당 천 원이라고 합니다. 만 평 지어야 1000만 원입니다. 가득이나 어려움에 처해 있는 농촌입니다. 입구의 돌 덩어리는 '혹시나 하고 기다리다 지쳐버린 망부석'입니다.

그런데 잔뜩 기대를 하고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어제부터 개학을 맞은 학교들이 많은 까닭입니다. 덕분에 크고 텅빈 전시관은 우리 네 식구가 접수해 버렸습니다.

전시관은 420평의 아담한 규모입니다.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져 있고 입장료는 받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좁다는 느낌이 듭니다. 학생들이 단체로 왔을 때는 좀 시끄럽고, 혼잡스러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지 않은 공간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걸어가면서 만나게 되는 선사시대와 삼국시대 그리고 고려와 조선시대에 이르는 농업의 역사를 보다 보면, '그래도 잘 만들었네' 하고 머리를 끄덕이게 됩니다. 문화관을 살펴보면, 마치 민속촌에 있는 것들을 축소시켜서 옮겨 놓은 듯합니다.

들어가는 입구에 벼 농사의 전파 경로가 나옴니다. 지도상으로 보면, 인도차이나 반도 위쪽 즉 중국의 운남성 근방에서 벼농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벼 농사는 우리 나라를 거쳐서 일본으로 전파되었습니다. 인류가 벼 농사를 시작한 것은 신석기시대부터라고 하는데, 당시에 곡식을 보관하기 위해서 토기가 만들어 졌습니다.

농업의 발전이 빨라지는 것은 삼국시대부터 입니다. 철기로 만든 농기구가 있었고, 농사에 소를 이용했으며 수레와 바퀴를 사용했습니다. 철제 농기구와 소를 사용함으로써 농업의 생산성이 높아졌고, 수레와 바퀴를 통해서 생산된 농산물들을 원하는 곳으로 신속하게 분배할 수 있었습니다.

강화와 관련해서는 '거중기'와 '순무김치담그기' 미니어처를 들 수 있습니다. 강화도는 원래 그리 크지 않은 섬이었습니다. 그런데 고려시대에 이르러 몽고와 전쟁을 벌이면서 급속하게 팽창을 했습니다. 강화도가 바닷물에 불어서 커진 것은 아니고, 활발한 간척사업에 힘 입은 것입니다.

몽고인들을 피해 강화도에 건너온 고려인들은 40년에 걸친 몽고와의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는 간척지를 개간하였습니다. 우선 많은 농경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개간사업은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도 계속되었습니다.

문화관에 있는 '거중기'는 간척 사업뿐만 아니라, 조선 후기에 '수원성'을 쌓을 때 사용되었던 물건입니다. 그렇지만 강화도 간척 사업이라는 길고 긴 역사를 설명해 주는 상징물이기도 합니다.

'순무'는 누가 뭐래도 강화의 상징입니다. 오랜 역사는 물론이고 강화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독특함이 있습니다. 순무 김치를 담고 있는 아줌마 옆에 새우젓과 고추가루, 파 등이 놓여 있는 미니어처를 보고 있으면 입 안에 군침이 돌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강화도 하면 인삼을 떠 올림니다. 그러나 강화에서 인삼이 본격적으로 재배된 것은 육이오 전쟁 이후입니다. 인삼을 재배하던 개성 사람들에 의해서 본격으로 시작된 겁니다. 그러니까 '인삼'보다는 '순무'가 진짜 강화의 대표입니다.

'볍씨'의 종류도 참 다양합니다.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으로 구분되는데, 이것은 벼의 수확시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조생종은 일찍, 만생종은 늦게 수확하는 겁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어떤 품종을 심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강화도 교동에서는 '일품벼'와 '아끼바리'를 심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아끼바리'라고 해서 무슨 뜻인지 궁금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秋淸, 일본말로 '아끼바리'라고 합니다.

제가 사는 곳이라서 말하는 게 아니라, 정말 강화쌀은 품질이 좋습니다. 그중에서도 교동쌀이 최고입니다. 다른 곳에 가서 밥을 시켜 먹으면서 쓸데없이 "밥 맛이 없네 어쩌네" 하면서 투정하는 버릇도 교동 쌀맛에 길들여졌기 때문입니다.

많은 볍씨들을 보았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 두 가지 볍씨밖에 없었습니다. 전시관에는 여러 종류의 볍씨들과 수십 가지의 '씨알'들이 줄 맞춰 놓여 있었습니다.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씨앗들입니다. 세상을 푸르게 하고, 수 많은 목숨들을 이어주는 알갱이들을 보는 것은 무척 신기한 일입니다.

그밖에도 '정보검색기'가 있어서 아이들이 눌러가며 농업에 관한 정보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한 미래의 농사에 관한 시청각실이 있고, 벼에 살고 있는 곤충들을 볼 수 있는 망원렌즈 등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1층에서의 관람이 거의 끝날 무렵이면 농특산물 전시 코너를 들르게 됩니다. 처음엔 기대를 하고 봤습니다. 그런데 쌀과 쑥 그리고 순무 관련 제품들만 눈에 띕니다. 강화에 있는 포도, 고구마, 고추, 양파, 옥수수 등 다양한 작물들을 소개하기엔 전시관이 너무 작았나 봅니다.

강화외에 이런 농경문화관이 또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왕 보여줄 거라면 오직 강화와 관련된 것들만 보여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들이 관광을 다녀봐서 알겠지만, 기념품을 사려고 하면 특별한 게 없습니다. 늘 어디서나 살 수 있는 평범한 것들만 팝니다.

'농경문화관'에 전시되는 농기구들도 지역적인 특색을 살려서 강화와 상관없는 것들은 가급적 빼놓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어떤 물건을 전시할 때에는 발견된 장소와 사용방법을 정확하게 기록해 놓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다가 실내 음악도 강화도 전통 민요를 틀어 놓고 말이지요. 아예 자판기를 '순무 음료수' 자판기로 바꿀 수는 없을까요? 아니면 단체로 찾아온 학생들을 위해서 전시된 내용들이 들어간 책받침을 만들던지, 아니면 '미니어처 모형"을 만들어서 팔던지 말입니다. 충분한 볼거리도 제공하고 수익사업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농업의 지나간 역사는 잘 보았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얻지 못했습니다. 교동면만 해도 인구가 3900명이지만 대부분이 연로한 분들입니다. 거기다가 매년 90명씩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정말 걱정입니다. 강화 본도도 마찬가지 입니다.

강화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서 볼 거리가 많은 고장입니다. 초지진, 광성보 그리고 최근에 복원된 돈대와 같은 역사적인 유적들은 물론이고 자연사 문화관, 해양문화관, 곤충 문화관 그리고 개인 미술관들이 여러 군데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어느 곳은 인구가 50만 명이지만 제대로 된 문화관 하나, 미술관 하나 없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강화는 문화와 역사의 고장입니다.

내친 김에 하점면으로 갈 생각입니다. 거기엔 고려 시대에 쌓은 오층석탑과 석조여래입상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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