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종성 선생, 연작소설 '마을' 출간
작가 김종성 선생, 연작소설 '마을' 출간
  • 김동권
  • 승인 2010.01.0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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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칭(frenching) 도시의 인간생태학

이번 작품의 무대가 되는 도농 복합도시 ‘초림’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뒤엉켜 있는 욕망의 교착지이다. 해서 “마을”이라는 표제에서 전통적이고 안락한 공동체의 느낌을 상상하고 책을 펼쳐든 독자의 기대는 여지없이 배반당한다.

환경의 위기를 인간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찾는 ‘머레이 북친’의 견해에 주목해왔다고 말하는 작가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김종성의 소설은 환경소설의 범주를 가뿐히 넘어서며, 자본권력에 잠식되어가는 인간의 마을을 기록한 생생한 인간생태 보고서라 할 만하다.

1994년 도시와 농촌 간 격차를 해소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건설 실시된 도농 복합도시는 15년이 지난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김종성은 자신이 만든 가상의, 그러나 가장 보편적이고도 리얼한 도농 복합도시 ‘초림’에 대한 은유로써 담배식물의 기형을 들고 있다. 담배식물에서 종종 발견되는 프렌칭(frenching)이라는 기형은 말단의 싹과 줄기의 성장을 멈추고 잎겨드랑이에 싹을 틔워 무수히 많은 잎을 피우는 ‘괴물식물’이랄 수 있다. 작가는 농촌의 고유한 성질들이 뿌리 뽑힌 자리에 무한 재생산되는 도시문화들에 주목하며, 변종의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군상의 이전투구를 그려낸다.

초림시 용담면 사곡마을에는 작은 이익집단들이 산재한다.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원주민, 도시에 직장을 갖고 있지만 값싸고 전망이 좋은 삶터를 찾아 새로 유입된 아파트 주민, 면장ㆍ파출소장ㆍ단위농협조합장 등 지방세력, 골프장․사곡장로교회 등 여타 자본ㆍ권력 등이 그 예이다. 10편의 이야기들은 각 집단 내 논리를 명쾌하고도 그럴듯하게 이해시키는 풍자적인 소품들이다. 그러나 마지막 편 「동제」에서 반목했던 그들 모두는 장례식장을 건설하려는 시 정책으로 너나할 것 없이 궁지에 몰리게 된다. 누구나 자기 땅의 권리를 주장하지만, 돈과 힘의 논리에 따른 공권력 앞에서는 똑같은 위기를 맞는 것이다. 이는 기계부품과도 닮은 단편들의 유기관계를 통해 자본과 권력이라는 거대 기계의 작동원리를 드러내고자 작가가 취한 계산된 방식(연작 소설의 형태)이라 볼 수 있다. 고인환 문학 평론가는 연작소설에 대해 “변화하는 세태를 다양한 관점으로 포착하는 기동성 있는 양식”이라 말한다.

그리고 이문구ㆍ조세희ㆍ박영한ㆍ김소진에게서 이어져온 당대의 시대현실을 반영하는 연작소설의 중요한 의미를 김종성이 “진화하는 연작소설”로 실현해냈다고 호평하고 있다. “온 생명이 더불어 사는 환경생태도시” 초림의 탄생과 부흥, 위기의 짧은 역사는 그 현실을 다층적으로 분석해낸 연작이라는 형식을 통해, 예리하고 날카롭게 해부되고 있다.

도농 복합도시는 이주 도시민들을 따라 상륙한 사교육 학원 경쟁(「춤추는 몬스터」)과, 허황된 권력욕을 신앙심으로 착각하는 종교(「빈 들에도」)와, 사람을 도구화하는 자본권력(「장난감을 위하여」)에 의해 대도시와 하등 다를 바 없는 도시문화를 재생산한다. 예컨대, “아파트 바로 앞에 개사육장을 그냥 놔두면 우리 아파트값이 똥값이 되는 건 시간문제”라 항의하는 부녀회의 논지에서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세계를 상품화하는 시장 논리”를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장난감을 위하여」에 등장하는 ‘뉴월드마트’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합리적 기업 운영이라는 미명하에 회사에서 쫓겨난 윤안수 등의 인물들이 겪는 문제는 “인간에 의한 자연지배는 인간에 의한 인간지배로부터 비롯된다”는 머레이 북친 생태사회주의적 주장을 상기시킨다.

처음 작품을 구성한 것이 십 년 전이라는 작가의 말에서 그의 선구자적인 작가의식과 산문정신을 재확인할 수 있다. 그 시간적 무게가 속속들이 녹아든 『마을』은 “독자적인 문제를 다루면서도, 다시 열 편을 합쳐놓으니까 또 다른 하나의 짜임새를 갖는”다는 송하춘 소설가의 평처럼 맵찬 결실이다.

새로운 외촌동의 발견이다. 전에 외촌동은 서울 변두리에서 소외받는 특수지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도시와 농촌이 복합된 곳, 그러면서 도시도 아니고 농촌도 아닌 새로운 생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외촌동을 더 이상 외촌동이게 하지 않고, 생활의 중심부로 끌어올린 점은 김종성의 새로운 발견이다. 외촌동은 이제 더 이상 외촌동이 아니다. 여러 가구가 모여 한 채의 아파트가 되고, 여러 건물이 어울려 다시 하나의 단지를 이루듯, 이 소설집은 각 단편이 독자적인 문제를 다루면서도, 다시 열 편을 합쳐놓으니까 또 다른 하나의 짜임새를 갖는다. 이것이 연작소설의 맛이고 멋이다. 김종성이 믿는 소설의 유쾌는 좀 남다르다. 여러 형태의 삶을 관찰하고, 그 삶을 통한 그 나름의 발견이 곧 흥미라고 생각한다. 송하춘(소설가)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사회는 국제적 어젠다로 떠오른 생태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괄목할 만큼 달라졌다. 문학에 있어서도 이 문제는 중요한 담론으로 떠올라, 이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들이 양산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생태환경소설을 발표해온 김종성은 제19회 경희문학상 수상 작품집이기도 한 『연리지가 있는 풍경』에서 우리 문학사상 생태환경문제를 가장 전체적으로, 심층적으로 다뤄 문단과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 펴낸 연작소설집 『마을』에서도, 이 작가는 생태환경 문학의 중요한 한 축인 농촌의 어메너티를 화두로 내세웠다. 농촌도 아니고 도시도 아닌 서울 외곽 경계지대에서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삶과 그 생태환경적 의미를 탄탄한 문장력으로 그리고 있는 『마을』은, 이천년대 우리 문학의 중요한 성과로 자리매김될 것으로 믿는다._김종회(문학평론가)

작가 김종성 선생은 1952년 강원도 평창에서 출생하여 태백에서 성장했다. 고려대 국문과와 경희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한국현대소설의 생태의식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 제1회 『동서문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검은 땅 비탈 위」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고, 2006년 소설집 『연리지가 있는 풍경』으로 제19회 경희문학상 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소설집으로 『탄(炭)』, 『금지된 문』, 『말 없는 놀이꾼들』, 『연리지가 있는 풍경』 등이 있다. 현재 고려대 인문대학 교양교직과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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