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바지만 보면 겁이 덜컹 난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의 고등계(高等係)형사들이나 그 보조원(소위 끄나풀)들이 당꼬 바지에 개똥모자(소위 사냥 모자-도리우찌)를 쓰고 다니며 많은 애국지사를 잡아갔고 우매한 한국인을 못살게 괴롭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6,25전쟁 때는 북한의 노동당원들이 앞잡이를 내세워 많은 반공투사를 잡아 들였고 길가에서 많은 젊은이를 강제로 의용군으로 끌어간 기억이 난다.
내 기억 속에는 이토록 뼈저린 양복바지로 지금도 이 옷만 보면 고개를 돌리게 되는데 요즈음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아마 값싸고 편리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바지를 일본인들은 당꼬 즈봉(たんこうズボン)이라하는데 일어사전에도 올라있지 않은 유령 단어이다. 다시 말해 국적이 분명치 않은 떠돌이 말이다. 즈봉(ズボン)이란 본래 프랑스말의 쥬폰(jupon)에서 따온 말이다.
그러면 당꼬 라는 말이 무엇인지는 찾을 길이 없고 아는 사람도 없다. 분명 일본에서 흘러들어온 말인 것만은 분명한데...
일본의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페디아(Wikipedia) 자료에서 여자 즈봉(ズボン)의 역사를 더듬어보니 20세기 후반까지 여성들은 바지를 입지 않다가 100여 년 전부터 여성들이 집밖에서 일을 할 때 남자들의 옷을 몸에 맞게 고쳐 입기 시작한 것이 시초였다고 전한다.
이 시절 필리핀의 이로코스(ilocos)주 비간(vigan)에 있는 탄광(炭鑛)에서 일하는 여성근로자들이 작업의 편리를 위해 보통바지의 종아리를 좁게 줄여 입기 시작했다.
이시기 빅토리아 조(朝) (Victorian era)의 빅토리아여왕이 통치하던 영국은 산업 혁명으로 경제발전이 성숙하던 시절이다 보니 여성들이 바지를 입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때 영국은 여성들이 바지를 입는다고 사회가 떠들썩하였다. 그러면서 바지위에 스커트를 걸쳐 입도록 했는데 이것이 여성들이 바지입기의 시초가 된 것이다.
탄광 업이 주산업인 약삭빠른 일본이 그냥 넘어 갈 리가 없었다. 일본말로 탄광(炭鑛)을 당꼬(たんこう-炭鑛)라고 한다. 탄광에서 입는 바지이니 당꼬에 즈봉을 붙여 당꼬 즈봉(たんこうズボン-炭鑛ズボン)이라 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바지는 본래 탄광 여자근로자들이 입기 시작한 것인데 일본사람들은 남녀공용으로 전용했으며 지금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과거 애통한 사연이 담겨있는 줄도 모르며 남녀구별 없이 사치한 옷으로 입고 있는 실정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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