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색에 물든 우리말-(27)
스크롤 이동 상태바
왜색에 물든 우리말-(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꼬 바지(たんこうズボン)

요즈음 젊은 층에서는 당꼬 바지가 한창 유행이다. 입기 편하고 값도 4만 원대면 구할 수 있어 부담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이바지의 연원을 몰라 독일군 바지 또는 사냥바지라고 나름대로 얘기를 한다.

나는 이 바지만 보면 겁이 덜컹 난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의 고등계(高等係)형사들이나 그 보조원(소위 끄나풀)들이 당꼬 바지에 개똥모자(소위 사냥 모자-도리우찌)를 쓰고 다니며 많은 애국지사를 잡아갔고 우매한 한국인을 못살게 괴롭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6,25전쟁 때는 북한의 노동당원들이 앞잡이를 내세워 많은 반공투사를 잡아 들였고 길가에서 많은 젊은이를 강제로 의용군으로 끌어간 기억이 난다.

내 기억 속에는 이토록 뼈저린 양복바지로 지금도 이 옷만 보면 고개를 돌리게 되는데 요즈음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아마 값싸고 편리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바지를 일본인들은 당꼬 즈봉(たんこうズボン)이라하는데 일어사전에도 올라있지 않은 유령 단어이다. 다시 말해 국적이 분명치 않은 떠돌이 말이다. 즈봉(ズボン)이란 본래 프랑스말의 쥬폰(jupon)에서 따온 말이다.

그러면 당꼬 라는 말이 무엇인지는 찾을 길이 없고 아는 사람도 없다. 분명 일본에서 흘러들어온 말인 것만은 분명한데...

일본의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페디아(Wikipedia) 자료에서 여자 즈봉(ズボン)의 역사를 더듬어보니 20세기 후반까지 여성들은 바지를 입지 않다가 100여 년 전부터 여성들이 집밖에서 일을 할 때 남자들의 옷을 몸에 맞게 고쳐 입기 시작한 것이 시초였다고 전한다.

이 시절 필리핀의 이로코스(ilocos)주 비간(vigan)에 있는 탄광(炭鑛)에서 일하는 여성근로자들이 작업의 편리를 위해 보통바지의 종아리를 좁게 줄여 입기 시작했다.

이시기 빅토리아 조(朝) (Victorian era)의 빅토리아여왕이 통치하던 영국은 산업 혁명으로 경제발전이 성숙하던 시절이다 보니 여성들이 바지를 입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때 영국은 여성들이 바지를 입는다고 사회가 떠들썩하였다. 그러면서 바지위에 스커트를 걸쳐 입도록 했는데 이것이 여성들이 바지입기의 시초가 된 것이다.

탄광 업이 주산업인 약삭빠른 일본이 그냥 넘어 갈 리가 없었다. 일본말로 탄광(炭鑛)을 당꼬(たんこう-炭鑛)라고 한다. 탄광에서 입는 바지이니 당꼬에 즈봉을 붙여 당꼬 즈봉(たんこうズボン-炭鑛ズボン)이라 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바지는 본래 탄광 여자근로자들이 입기 시작한 것인데 일본사람들은 남녀공용으로 전용했으며 지금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과거 애통한 사연이 담겨있는 줄도 모르며 남녀구별 없이 사치한 옷으로 입고 있는 실정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기획특집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