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돌아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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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돌아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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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을 행한 행진

사람들은 산을 찾는다. 울긋불긋한 등산복을 입고, 한걸음 산으로 향해 올라간다. 사람들은 왜 산으로 가는 것일까. 그곳에 산이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사람들이 산을 찾는 이유는 산이 사람들을 불러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가끔 바다를 찾는다. 내가 바다를 찾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곳에 바다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다가 나를 부르기 때문이다. 내 마음속의 무엇이 간절히 바다를 찾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기 위해 만만치 않은 땀과 수고를 해야 하듯이, 바다를 향하는 길도 즐거움으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시간을 내야하고, 먼 길을 운전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그 시간에 누릴 수 있는 다른 종류의 휴식을 포기해야 한다. 그래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산이고 바다이다.

나는 그렇게 찾아간 바다를 만나서 그 크고 망망한 물길을 멍하니 바라본다. 바다는 한번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볼 때마다 새롭고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또 바다는 그저 크고도 큰 물 웅덩이일 뿐이다. 생각해본다. 그런 바다의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일까. 나는 왜 그런 바다를 찾아 그렇게 먼 길을 달려온 것일까.

높은 산. 시원한 바람에 땀을 씻으며 자신이 걸어온 먼 길을 되돌아보는 사람들은 성취감이나 가슴 뿌듯함이라도 느낀다. 때로 건너편 산을 향해서 “야호-”라고 외쳐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높은 산을 오른 성취감을 자랑하기도 한다. 또 유년시절의 장난기 어린 순간으로 잠시 돌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산에 오르면 사람들이 순수해진다고 한다.

나는 바다에서 무엇을 보는 것일까. 때로는 거센 물결을, 때로는 바닷새들의 울음을, 때로는 한없는 고요함을 본다. 그리고 잔잔한 물결사이를 사람들이 조용히 걸어 다니는 것을 바라본다. 하염없이 흐르는 물결과, 그 물결과 함께 흘러가는 시간의 소리 없는 흐름을 느낀다. 그 곳 바다에 있으면 오히려 나는 삶에 더 가까이 밀착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때로는 그렇게 조용히 마음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갑갑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받고 어쩔 줄을 모르는 아이들처럼, 이리저리 차를 몰고 바닷가를 훝고 다니기도 하고,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장을 따라 지칠 때까지 한참을 걸어보기도 한다. 지쳐서 멈추어선 자리에서 다시 멍하니 물길이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한동안의 시간이 지나면 가슴이 후련해지는 것을 느낀다. 사실 내가 바다를 찾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다. 보람도 자부심도 아니라 갑갑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생활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이 일정수위를 넘어설 때. 나 자신을 더 이상 딱딱한 세상에 맞추어 가기가 부담스러워질 때. 나는 탈출구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나에겐 그 탈출구가 바로 바다인 셈이다. 그래서 먼 길을 밤 운전을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 바다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던 무엇인가 모르는 답답함을 풀어낸다. 또 바다를 거닐며 내 마음에 꼭꼭 숨겨두었던 상처 입은 속살을 드러낸다. 그렇게 드러낸 상처를 바람에 말리고, 바다의 치유력에 맡긴다.

신기하게도 바다는 어떤 상처이든 말끔히 고쳐내는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다. 굳이 몸을 바다에 담그지 않아도, 내 마음이 한동안 바닷가에 머물면 아픈 상처가 낫는 것을 느낀다. 힘은 남아 있고 근육은 튼튼하지만 피곤하고 권태에 빠진 내 몸과 마음에 바다는 새로운 용기를 준다. 그리고 다시 세상을 살아갈 힘이 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바다는 나에게 열려진 휴식의 공간이다. 내 연약한 영혼이 이 세상을 살아가며 입은 모든 상처를 씻어내는 치유의 공간이다. 그리고 마음에 쌓였던 모든 설움과 고통을 씻어서 흘려보내는 경건의 공간이다. 마침내 건강한 마음으로 다시 생활이란 이름의 오랜 터전을 것을 향해 돌아오는 일종의 순례의 과정이다.

그렇다. 나는 바다를 향해간다. 그 것은 탈출이 아니다. 바다로 향하는 과정은 새로운 도전을 위함이다. 상처입고 지친 내 영혼을 치유하기 위해 잠시 움츠리는 과정일 뿐이다. 그리고 새로운 힘으로 충만하여서 다시 새로운 도전을 위해 돌아오는 순환의 과정이다. 바다는 피곤한 나를 부른다. 어서 와서 한없는 안식에 쉬었다 가라고 손짓한다.

그래서 나는 먼 길을 거쳐 바다에 간다. 가고 오며 피곤해진 몸에는 삶을 향한 생기로 가득 차 있다. 다음날 내가 다시 삶에 도전할 때, 나는 한결 밝은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삶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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