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저런 친구들을 사귀며 살아갑니다. 그 친구들이 삶의 어려운 순간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도 그 이상이 되어줄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는 매우 소중한 존재입니다. 길고 긴 여행을 혼자서 한다고 생각해보면, 참 무료하고 재미없는 여행이 될 것입니다. 세상을 지나가는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말벗이 되어주고, 위로가 되어주는 친구가 필요합니다.
친구는 때로는 단순히 위안을 베푸는 존재로만 그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때로 친구는 내 삶을 비쳐보는 거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함께 오랜 시간을 지내오면서, 때로는 나보다 나 자신을 더 잘 파악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어떤 친구가 있습니까. 단지 의례적으로 만나는 친구입니까. 아니면 괴롭거나 기쁠 때, 괴로움과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입니까. 아니면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주고, 내가 흔들릴 때 잡아주고 때로는 야단을 쳐줄 수도 있는 그런 친구입니까.
그런 친구는 커다란 나무 같은 존재입니다. 굵은 나무등걸에 기대어 않을 수도 있고, 그 나뭇가지가 베푸는 그늘에서 쉬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흔들릴 때, 친구가 나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든든히 잡아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최근 그런 친구를 한사람 사귀었습니다. 한번도 만나보지 못하였습니다. 목소리도 한번 들어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그를 참 좋은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내 생각에는 그도 아마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친구는 조심스럽게 사귀라고 합니다. 좋은 친구이기에 허물을 다 내놓을 수도 있고, 어린양을 부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허물없이 굴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중한 친구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친구에게 천천히 다가가고 조심스럽게 이야기 합니다.
물론 제가 새로 사귄 친구는 마음이 넓고, 이해심이 많아서 그런 것들을 다 받아줄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이런 저런 일들을 많이 경험을 해 보았기에, 어지간한 잘못은 허허하고 웃으며 넘길 아량이 있을 것입니다. 그 정도는 되어야 마음속에 담아둘 친구가 되겠지요.
그러기에 나는 더욱 조심스러워집니다. 인생의 중반에 들어서 그런 좋은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결코 자주 올 수 있는 행운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더 조심하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나를 감싸거나 감추려는 것은 아닙니다. 친구에게 부끄러운 삶을 살지 않으려고 자꾸만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러면 때로는 자부심에 차있던 내 모습이 초라해 보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참 초라하게 느껴지던 내 모습이, 친구의 얼굴에 훌륭한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을 보고 기쁨을 얻기도 합니다. 친구가 조금 아파하면 마치 내가 아픈 것처럼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그리고 함께 새로운 세상을 열어 나가자고 마음속으로 살포시 어께동무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는 너무 오랫동안 외로움 속에 살아왔고, 혼자서 사는 삶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은 어쩐지 쑥스럽고 어색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언제 갑자기 이별이 찾아올지 모릅니다. 그래서 순간순간 움츠리게 됩니다.
상처받지 않도록, 너무 아프지 않도록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문득문득 떠오릅니다. 그러나 내 마음은 이미 친구에게 열려있습니다. 어떤 삶의 지혜도 오랫동안의 외로움 끝에 물밀듯이 터져 나오는 그 반가움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친구에게로. 친구가 환한 얼굴로 내 두 손을 잡아주는 것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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