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색에 물든 우리말-(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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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색에 물든 우리말-(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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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캉(バリカン)

우리 가정에서 머리를 깎거나 다듬는데 사용하는 바리캉이란 이발 기계를 웬만한 가정엔 한 개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요즈음엔 애완용 바리캉 까지 갖추고 있어 아차실수하면 혼용할 수도 있다.

바리캉이란 이름은 어데서 왔으며 언제 들어왔는가? 바리캉(バリカン)이란 프랑스 말로 이발기 회사의 이름 Bariquand et Marre에서 따온 말이다. 일본인들은 이를 자기나라의 순화어로 정했으며 전문용어 대역사전에는 이발기(理髮器)로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발(理髮)이란 말 자체도 일본에서 따온 말이다. 이발을 일본말로 리하쓰(りはつ-理髮)또는 산바쓰(さんぱつ-散髪)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부터 이들의 문화를 받아드려 이발이란 순화어를 쓰게 됐으며 지금까지도 사용하고 있다.

일본은 막부시대 말(幕府末) 서양식군제(西洋式軍制)의 도입으로 1871년9월23일(明治4年8月9日)산발탈도령(散髪脱刀令-さんぱつだっとうれい)이란 단발령(斷髮令)을 내려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존마게(ちょんまげ-丁髷)라는 일본식 상투를 자르도록 했다.

바리캉의 사용시기가 이때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단발령이 내려지자 뭇 여자들도 남자와 같이 머리를 자르는 사태가 벌어지자 당황한 도교부(東京府)는 이듬해인 1872년 5월11일에 여자단발 금지령(女子断髪禁止令)을 내리는 난센스도 벌어졌었다.

이 시절 후구이(福井)현에서는 단발령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져 6명이 소란(騷亂)죄를 적용 사형에 처한 사건도 발생했었다. 이때부터 일본의 상투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24년 후인 1895년(고종32년) 11월15일 구 한국정부의 김홍집 내각은 위생에 이롭고 작업에 편리하기 때문에 성년남자의 상투를 자르고 서양식 머리를 하라는 칙령(勅令)을 내렸다.

그러면서 고종 왕이 솔선하여 태자와 함께 머리를 자르고 관리들과 백성들에게 단발을 하도록 권했으나 일반백성들에게는 받아드려지지 않았다. 이때 유생들은 "차라리 손발은 자를지언정 머리는 못 자른다."는 항의가 빗발쳤고 사회적으로도 큰 혼란이 야기됐다.

유교 윤리가 일반백성들의 생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린 조선사회에서는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즉 신체,·머리털,·살갗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으로 절대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젖어 있었다.

그러므로 단발령이 내려지자 백성들은 이것을 살아 있는 신체에 가해지는 심각한 박해로 받아들였다. 당시의 상황은 동학농민운동과 뒤이은 청일 전쟁으로 온통 정국은 혼란 속에 빠져있던 때였다.

급기야 이해에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들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하고 다음해인 1896년 2월에는 국왕이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하는(아관파천)등 비참한 지경에 처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단발령 강요에 대한 백성들의 반감은 개화 그 자체를 증오하는 감정으로까지 발전했고 또한 단발령이 일본의 영향력을 받아 본 따 만든 제도라는 인식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반일 감정으로까지 이어졌다.

단발령으로 촉발된 반일 분위기는 전국 각지의 의병운동으로 전개됐고, 을미사변과 함께 의병운동의 결정적 기폭제 구실을 했다.

결국 당시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된 단발령 강요와 이에 대한 백성들과 유생들의 저항으로 김홍집 내각은 국정개혁을 결실시킬 대중적 지지기반을 상실하고 말았다.

이때 이범진 이완용 윤치호 등을 중심으로 한 친로(親露)내각이 등장하게 됐다. 새 내각은 그동안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고자 단발령을 철회하고 각 개인의 자유의사에 맡기도록 함으로써 비로소 단발령은 일단락됐다.

이 바리캉은 우리나라 단발령 때에도 용이하게 사용돼 한몫을 했을 것이라 생각된 다. 그러나 바리캉이 기계의 이름이 아닌 제조회사의 이름이라는 것쯤은 알고 넘어가야 하겠다. 그러면 우리는 이발이나 바리캉이란 용어를 그대로 사용해도 되나?

이것이 후진국의 설움이다. 선진국의 문화를 수입했으면 따라가는 것이 관례이며 우리 것으로 바꿔놓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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