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 ||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최근에 북한이 ‘공산주의’라는 단어를 헌법에서 삭제한 데 대해서 나름대로의 해석을 내놓았는데, 생각해 볼 점이 적지 않다.
10월 1일자 연합통신 기사에 의하면, 황씨는 “김정일은 자본론을 제대로 읽지 않았고”, “사회주의는 일하는 만큼 분배하는 사회”이고, “공산주의는 이러한 사회주의가 완전승리해 수요에 따라 배분되는 사회”이며, “김일성은 공산주의를 물질적으로만 인식하고 공산주의를 깊이 분석해 보면 알 수 있는 정신적 만족부분에 대해선 잘 몰랐다”고 말했다.
황씨는 또한 “공산주의를 내세우면 왕정복고식의 (3대) 후계 세습 체제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선군정치를 주장하면서 공산주의를 배격하는 것”이라고 했다.
황장엽은 결국 “김정일의 세습정치는 잘못 되었지만 원래의 공산주의는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고 말한 셈이다. 사실 그간의 황장엽씨의 글과 말에선 공산주의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북한식 공산주의가 나쁜 것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자주 언급되는 ‘인간중심주의’라는 것도 유물론 뉘앙스를 풍긴다.
북한 체제가 공산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이른바 시대정신 그룹인 뉴라이트 인사들로부터 들어온 바 있다. 2006년 5월 31일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대승을 거두자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신지호는 “5.31 지방선거는 우리 사회에서 반공이 더 이상 의미를 갖고 있지 않음을 보여 주었다”는 요지로 한나라당에 가서 강연을 했다.
비슷한 시기에 홍진표는 “극단적 반공주의 또한 통제와 독선의 어두운 상징으로 남아 버렸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위혐을 근거로 그 필요성을 말하지만 북한 정권은 이미 사회주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마피아와 유사한 범죄집단일뿐”이라고 동아일보에 기고했다.
홍씨는 2005년에 나온 ‘지성과 반지성’이란 책에서 “자신들이 북한을 반대라는 것은 북한이 공산주의라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 등 아주 초보적 잣대만 가지고도 용납할 수 없는 체제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며,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비(非)공산주의적 체제이고, 김정일은 전제와 악행을 일삼는 마피아적 폭군”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안병직씨는 2006년 8월 15일자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념이란 것은 모두 붕괴됐다. 이념적인 대결을 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지금 북한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채택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고 말했다.
황장엽, 안병직, 홍진표 제씨(諸氏)들이 말하는 내용은 공통된 뉘앙스가 있다. “원래의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는 괜찮은 것인데, 북한은 그런 체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정일 체제가 잘못된 것이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식(式)이다.
문제는 물론 이런 사람들이 ‘보수우파’를 자처하면서 촛불집회, 용산참사 등 우리 사회의 모든 현안을 ‘좌파의 움직임’으로 비난하고 있다는 데 있다. 공산주의 내지 주사파에서 전향했다는 이른바 ‘우파 인사’들의 글에서 “원래의 공산주의는 괜찮다”는 식의 언급이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