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의 중독성, 나라가 큰일이다
도박의 중독성, 나라가 큰일이다
  • 홍순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09.09.21 2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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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번만' 이라는 악마의 속삭임을 뿌리치지 못하고

어제 매월 한 번씩 모이는 친목 모임에서 한 친구가 자기 아들 이야기를 이렇게 한다.

서울의 모 일류대학을 수석으로 나와 수백대 일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대기업에 취업, 10여 년간 그야말로 그 누구보다도 잘 나가는 모범적인 40대, 3식구 가장 그리고 효자였는데…. 하면서…….

2년 전, 그러니까 2007년 3월 어느 날 퇴근길에 동료 들과 함께 어울려 술 한잔하고 집으로 가던 중 호기심에 스크린 경마장을 찾은 것이 불행의 씨앗 인줄 그 누가 알았을까?

돈을 따보기도 하고 잃어보기도 한 그는 또 다른 유혹으로 '바다이야기' 도박장에 발을 드려놓기 시작했다고 한다.

회사를 퇴근하면 자신도 모르게 도박장으로 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내가 지금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면서도 '딱 한 번만' 이라는 악마의 속삭임을 뿌리치지 못하고…….

괴물 같은 도박 기계는 다음날 아침까지 그를 놓아주지 않아 집으로 갈 때에는 주머니에 달랑 천 원짜리 몇 장…….

이러기를 몇 날 며칠이었을까? 수도 없는 고뇌와 갈등으로 고민했을 그는 거부할 수 없는 중독성으로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자신이 너무 미워 무척이나 괴로워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번 중독된 도박은 날로 그 증세가 심해져 마이너스 카드도 모자라 닥치는 대로 빌려쓴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감당키 어려운 지경에 이르다 보니 완전히 이성을 잃게 되였다고 한다.

잠자리에 누우면 밤새도록 '바다이야기' 도박장에서 나오는 요란한 소리가 귓전에서 맴돌아 새벽까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으며 이유 없이 격한 감정은 항상 흥분상태로 긴장감이 지속되어 잠을 자도 숙면을 취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는 듯 조바심에 안절부절 했고 신경질적인 성격으로 바뀌더니 급기야는 차를 운전하다 사고를 내는가 하면 우울증 무기력증에 때론 환청까지 들리는 심각한 증상을 호소했다고 한다.

이러니 직장에서는 업무 집중력 저하로 능률이 예전보다 현저히 떨어질 것은 뻔한 것이며 이런 그를 회사는 더 이상 인내하지 않을 것 또한 뻔한 일이다.

결국, 10여 년을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나게 되였고 도박장에서 밤을 새우는 날이 잦았던 그는 어쩌다 집으로 가려면 양심의 가책을 느껴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시고 술기운에 용기를 얻어 들어가곤 했다고 한다.
더 큰 아파트로 늘려가자던 아내의 꿈과 희망은 산산조각이 났으며 갈수록 집안 분위기는 냉랭해 지기만 했다.

이를 보다 못한 아내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남편을 설득해 마지막 재산이며 보금자리인 아파트를 팔아 빚을 청산하고 셋방살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한 그를 본 친인척들이 참다못해 모두 모여 이렇게 인생을 탕진해 가면서 대박의 헛된 꿈에 희망을 걸고 삶을 소모할 것이냐며 며칠 동안을 꾸짖기도 하고 달래도 보고 간곡한 충언의 말에 작심하고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차마 당장 끊을 수는 없고 조금씩 줄여나가도록 노력하겠다.' 라고…. 이 말을 듣고는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이제 그는 10여 년을 공들여 쌓아온 모든 것이 풍지 박살난 지금 막다른 벼랑 끝에 서 있건만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 도박의 중독성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그러기에 마약보다도 중독성이 강한 것이 도박이라 하지 않던가!!.

결국, 딱 한 번만으로 시작된 도박은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사회에서 버림받았을 뿐만 아니라 피폐할 대로 피폐해진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요즈음 보기 드문 효자였음을 오랜 친구들이 다 잘 알고 있는 터에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대학에서 전 학년을 장학금으로 졸업할 정도로 모범적이었으며 착하고 온순한 성격의 그는 주위로부터 칭찬만이 자자했고 또한 제식구 제 자식을 그 누구 못지않게 끔찍이 사랑하며 삶의 희망과 꿈이 부풀어 있던 그가 불과 2년여 만에 이렇게 되였으니 그 부모의 심정이 어떠할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오죽하면 7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식구들을 모두다 데리고 이민 가려 준비하고 있을까? 소주잔을 들고 있는 그의 손은 바르르 떨려 술이 업질 어 질 것만 같았으며 충혈된 그의 눈시울에선……. 안경을 벗었다 꼈다 을 반복하며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닦아 내리기에 여염이 없었다.

얼마만큼의 침묵이 흘렀을까? 할 말을 잃고 있던 친구들이 소주잔을 연거푸 들이키며 격한 감정으로 한마디씩 한다.

도박 유혹과 악전고투하고 있는 그는 지금 악마와 힘겨운 싸움에서 이겨내려고 부인이 자주 다니던 강원도 산골 절간에서 수양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도박 금단증세는 만만치가 않다. 배팅결과에 따라 쾌락과 절망이란 극과 극을 겪었던 흥분 상태를 떨쳐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박은 자신의 의지로는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완전히 상실되어 자신은 물론 가정과 사회의 도덕성을 파괴함과 동시에 재정상태의 파탄을 인식하지 못하고 몰입하게 되는 매우 중독성이 강한 정신질환자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문화 관광연구원에서 2008년도 조사에 따르면 도박으로 문제를 일으킬 비율은 한국성인 9.5%로 359만명으로 이들중 2.3%인 87만명이 당장 치료를요하는 문제성 도박자들로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는 물론 세계적인 유흥도시 미국 라스베가스가 있는 네바다주 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도박의 강한 중독성으로 인한 폐해 나라가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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