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색에 물든 우리말-(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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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색에 물든 우리말-(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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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맘마, 새빨간 거짓말

인간이 갓난아기 때는 모유를 먹이거나 우유를 먹여 영양을 공급하며 길러낸다. 우유가 귀하던 예전에는 어머니의 모유로 아기를 길러냈는데 세월이 바뀌다 보니 요즈음은 거의 우유로 길러낸다.

젖 먹일 때가되면 어머니들은 아기를 부둥켜안고 젖을 물리면서 지지 먹자고 유인을 한다. 이 말은 그 옛날 할머니 때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고유어이다. 도대체 젖이면 젖이지 지지란 무엇인가?

영문도 모르며 그렇게 익혀왔는데 알고 보니 이것이 일본말이었다. 일본말로 젖을 지지(ちち-乳)라고 한다. 지지먹자라는 말은 우리말과 일본말이 섞인 젖 먹자의 합성어이다. 이렇게 오랜 세월 사용해 왔으니 우리말인줄만 알았다.

어린아이들은 호기심이 많다. 처음 보는 것은 무엇이고 만져보고 가져다 입에 넣는다. 더럽고 깨끗함도 구분 못한다. 아이들이 걸음마를 하며 돌아다니면서부터는 말썽을 부린다. 항상 어른이 뒤에 따라다녀야 한다.

혹시라도 더러운 것을 집어 입에 넣게 되면 어른들은 그것은 지지야 라며 못하게 말린다. 여기서 지지라는 말은 더럽다는 우리말의 아어(兒語)이다. 그때 어린이들은 혼돈 할 것이 분명하다.

언제는 젖을 먹이며 지지먹자 하더니 이번에는 지지이니 만지지 말라고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갈피를 잡기가 어려울 것이다. 아이들이 만약 말을 할 줄 알았다면 따지려 들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두 가지 말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도 어른들의 책임이다. 젖을 지지라고 하는 층은 거의 일제의 영향을 받은 노년층이고 모유를 떠나 우유시대에 접어든 요즈음 젊은 층에서도 그렇게 사용하는 경우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모르면 할 수 없다. 그러나 알면서도 그렇게 사용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모국어를 무시하는 일이고 그 사람의 인격에도 금이 가는 일이다. 알았다면 하루속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어린이들은 자라면서 어머니의 보호를 받으며 어머니의 젖을 먹으며 자라지만 이유기에 접어들면 스스로 숟갈질을 할 때까지 어머니나 할머니가 밥을 먹여주며 아가 맘마먹자라고 한다. 맘마라는 말은 밥을 뜻하는데 이 말은 어느 나라말인가?

이 역시 일본말이다. 일본말로 맘마(まんま-飯)란 유아들이 쓰는 말로 밥 또는 먹을거리를 말한다. 마마(엄마),파파(아빠)가 세계 공통어이듯, 맘마도 유아에게는 상통 하는 데가 있나보다. 전하는 얘기로는 라틴어에서 유방(乳房)을 맘마(mamma)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우리말 중에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게 있다. 거짓말에 무슨 색깔이 있겠나만 어휘를 강하게 강조하기 위하여 하는 말이다. 어린이시절 아이들을 놀리느라 다리 밑 에서 주워왔다고 본의 아닌 거짓말을 한다. 아이들의 감정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새빨간 거짓말이지만 아이들의 정서를 위해선 이롭지 못한 장난기 어린 거짓말이다.

옛날 대중가요에 고향 그려 왔단 것도 새빨간 거짓말. 임이 그려 왔단 것도 새빨간 거짓말... 이란 가사가 있다. 이토록 새빨간 거짓말은 우리 생활 속에 뿌리깊이 정착하고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것도 일본말이다.

일본말에 맛가나우소(まっかなうそ-真っ赤なうそ)란 말이 있다. 이것을 우리말로 직역하면 새빨간 거짓말이 된다. 일제 강점기에 사용하던 말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오랫동안 듣다보니 우리말인줄 알고 있었다. 이 무식의 소치를 부끄럽게 생각한다.

고, 국창(國唱) 박동진 옹은 광고방송을 통해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라고 나라사랑을 강조했다. 우리 것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도 애국이다. 이토록 남의 것을 제 것인 줄 알고 사용해온 우리는 부끄러운 줄을 알며 반성해야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이런 것 하나 바로잡지 못 하고 여기까지 끌고 온 지식층의 책임도 크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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