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보도, 갈등과 대립구도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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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보도, 갈등과 대립구도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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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주최 '통일언론 기획토론회'에서 지적

 
   
  ▲ 이날 토론회에는 150여명의 청중들이 참가해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 석희열
 
 

북핵 관련 뉴스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보수언론들이 당사국간의 갈등과 대립구도를 필요 이상으로 증폭시켜 북을 자극하는 등 미국 매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논조와 보도방식으로 한반도 정세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언련 주최로 14일 오후(2시~5시30분)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위기 속 남북관계, 언론보도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없는가'라는 토론회에서 윤호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북한 핵 관련 한국 언론의 보도방식과 논조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조선일보>, 미국 입장만을 대변...북에 가장 적대적
<한겨레>, 남북교류와 화해 강조...평화적 해결 촉구

북핵문제가 국제적인 현안으로 불거지지 시작한 지난해 12월부터 2003년 7월말까지 KBS, MBC, SBS 등 방송3사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가 북핵문제를 취급한 기사를 분석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일보>와 SBS가 갈등과 위기 조장이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와 MBC, KBS가 당사국 및 주변국 그리고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와 함께 북과 미국의 입장을 가급적 동등하게 취급하려 했던 것과는 달리 <조선일보>는 한미 양국의 전문가와 미국 관리들의 시각을 주로 전달하면서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대북정책들만을 보도하는데 그쳐 의제 선택의 편향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민족의 운명이 걸린 북핵사태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조선일보>는 직접적인 당사국인 북의 입장이나 사정은 고려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다면적 접근방식에서 다른 매체와 차이를 보였다. 따라서 <조선일보>는 북핵문제에 대해 미국이 취하고 있는 입장에 대한 의문은 거의 제기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이해와 관용의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도 북에 대해서는 '협박과 공갈' '잘못된 버릇' '핵 도박' 등의 자극적인 용어를 써가며 뿌리 깊은 불신과 증오를 나타내는 한편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였다.

북핵문제와 관련한 역사적 배경이나 그 동안의 전개과정에 대한 맥락적인 이해 차원에서도 KBSㆍMBCㆍ<한겨레>와 <조선일보>는 매우 상이한 접근방식을 택한 것으로 분석됐다.

KBSㆍMBCㆍ<한겨레>는 1994년 제네바 합의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는 가운데 부시 정권 등장 이후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정책과 대북 적개심 표현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다. 이들 매체는 지난해 9월에 작성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북에 대한 선제 핵공격 가능성을 지적하며 미국이 제네바 합의정신을 위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북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가상 그래픽까지 제시하면서 군사력 사용의 불가피성을 전망하며 대북 강경책을 부추겼다. 또 확인되지 않은 북의 핵무기 보유와 관련하여 국내 안보의식의 해이함을 질타하고 북의 정권과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KBSㆍMBC, 평화적ㆍ대화적 논조 비중 높고 분석기사도 많아
SBS, 갈등적ㆍ대립적 논조 비중 높아...분석과 전망기사는 'NO'

지난 3월 20일 시작된 이라크 전쟁을 전후한 지상파 방송3사의 저녁종합뉴스의 북핵보도를 살펴보면 전쟁 이전에는 SBS, 이후에는 KBS가 가장 많이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와 MBC가 사실보도와 함께 분석 및 전망기사를 각각 6건과 9건을 내보낸 반면 SBS는 분석기사가 2건에 불과해 대부분 사실보도에 치중해 온 것으로 분석됐다.

 

 
   
  ^^^ⓒ 민언련^^^  
 

이 기간 동안 방송3사의 보도논조를 비교한 결과 MBC는 평화적ㆍ대화적 논조의 비율이, KBS는 중립적 논조의 비율이 각각 갈등적ㆍ대립적 논조보다 우위를 보인 반면 SBS는 갈등적ㆍ대립적 논조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지난 5월 9일부터 7월 31일까지 최근 석 달 동안 북핵관련 보도의 성격을 분석한 결과 KBS(32%)가 분석이나 전망을 담은 기사의 비중이 가장 높았고 MBC(16%), SBS(7%) 순이었다. 반면 사실중심의 보도가 차지하는 비율은 SBS가(93%), MBC(84%), KBS(68%)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 민언련^^^  
 

보도논조와 태도에 있어서도 SBS는 평화적ㆍ대화적 논조와 갈등적ㆍ대립적 논조가 비슷한 비율을 보인 KBS, MBC와는 달리 갈등적ㆍ대립적 논조가 평화적ㆍ대화적 논조보다 월등히 높았다.

또한 북핵 보도에 등장하는 정보원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KBS는 한국정부, 미국정부, 국내전문가ㆍ야당ㆍ시민, 기타 외국정부, 북의 정부, 외국언론 및 전문가 등으로 정보원의 분포가 고르게 나타났다.

MBC에서는 한국의 대통령과 정부관리를 뉴스 정보원으로 인용한 사례가 가장 많았고, 이에 비해 국내전문가ㆍ야당ㆍ시민의 목소리는 KBS의 1/4에 불과했다. SBS는 미국정부와 외국언론 및 전문가의 시각을 별 여과없이 전달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 민언련^^^  
 

윤호진 책임연구원은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이 보여준 보도방식과 논조는 갈등을 필요 이상으로 증폭시키고 한반도 정세의 불안함을 공공연하게 자인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미국 편향적 보도태도는 결국 우리 국민들에게 북핵문제에 대한 무기력감과 심리적 공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은주 전 방송위원회 심의위원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의 북핵관련 보도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우리 언론은 원칙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흥분하면서 태도가 변해왔다"며 보수언론의 이중성과 냄비식 보도태도를 지적했다.

김 심의위원에 따르면 지난 7월 한달 1면 머리기사의 내용 중 북핵관련 기사를 살펴보면 북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체제를 위협하는 내용이 <조선>은 7건 중 5건, <동아>는 9건 가운데 6건이나 돼 북핵의 위험성을 부각시키는 기사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와는 달리 <한겨레>는 남북간 화해와 교류, 평화적 해결을 부각시키는 내용들이 주로 1면 머리기사로 올랐고, <중앙>도 북의 체제 붕괴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북의 태도변화에 주목하면서 그 속에서 대화가 가능함을 강조하는 사설이나 기사를 주로 다루었다.

서재정 교수 "한미간의 담론의 차이가 대북정책 불일치의 원인"
이인용 기자 "상업주의와 이념적 편향성이 갈등구조 보도의 주범"

서재정 미국 코넬대 교수는 '부시 독트린과 일극세계체제 속에서의 민족언론'이라는 주제논문을 통해 "부시 행정부의 양대전쟁전략(한반도와 중동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하여 승리로 이끈다는 21세기 미 패권전략)과 반확산전략은 남북의 평화의지와는 반대로 한반도 전쟁의 가능성을 높이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북에 대한 한국의 담론과 미국의 담론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면서 "이 같은 담론에서의 차이가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주어 한미 양국간에 대북정책의 불일치와 혼선을 낳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부시 독트린이 제2의 한국전쟁으로 구현될 지의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요인들에 촉각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양대전쟁전략과 반확산전략의 본질과 이행과정을 추적하고 알리는 작업이 민족언론이 안고 있는 과제"라고 조언했다.

이인용 MBC 남북관계 전문기자는 "우리 언론은 상업성과 이데올로기적인 지향에 갖혀서 저널리즘의 윤리를 외면하고 있다"면서 "상업성의 동기에 사로잡혀 뉴스도 드라마처럼 쉽게 피상적인 갈등구조 보도로 나타난다"고 언론의 상업주의와 이념적 편향성의 폐해를 지적했다.

이 전문기자는 "진보냐 보수냐 보다는 저널리즘의 기본이 되어 있느냐에 집중해야 한다"며 "기본원칙에 따라 팩트를 다루고 그 다음에 이념과 이데올로기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본원칙도 갖추고 있지 않으면서 상대방에 대한 열린 태도도 갖고 있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저널리즘의 전문성 강화를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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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훈 2003-08-15 22:02:55
석희열 기자님 오랜만이시네요~ 반갑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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