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거에 삼계탕 주문을 한 탓인지 30분이 다 되도록 우리가 주문한 삼계탕은 함흥차사였다. 연거푸 재촉을 하였더니 그제서야 삼계탕을 갖다 주었는데 그러나 삼계탕을 어찌나 급하게 끓여냈던지 채 익지도 않은 삼계탕을 갖다주었다.
그날이 초복이고, 그래서 아무리 손님이 많고 또한 아무리 바쁘더라도 그렇지 채 익지도 않은 닭을 내주는 식당 주인 아주머니가 괘씸하기 그지없어서 주인아줌마를 불렀다. "이거 다 안 익었으니까 다시 더 좀 끓여서 갖다 주실래요?"
그러마고 다시 주방으로 삼계탕을 가져간 아줌마는 10분 여 쯤 투가리에 담긴 다시 끓였다는 삼계탕을 갖다 주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까는 두 개였던 닭다리가 순식간에 네 개로 늘어나 있는, 가히 '화수분의 투가리'로 변모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지만 반대로 동료 둘의 투가리에는 닭다리가 하나씩 줄어들어 있었다. 나라는 사람이 평소 깐깐한 성격이 아니고 특히나 사람이 좀 부족(!)해서 시장끼를 느낄 때 먹을 것을 많이만 주면 그저 좋아서 '헬렐레~♬' 하는 위인인지라 내심 '얼씨구나~ 오늘 수지 맞았다~!'며 흡족한 기분에 삼계탕의 몸통 부분을 젓가락으로 푹 찍어서 깨소금을 묻혀 한입 가득 집어넣는 순간이었다.
내 앞에 앉았던 동료 K부장이 갑자기 벼락이 치는 듯한 고함을 질렀다. "세상에... 남이 먹던 걸 우리더러 먹으라고 더 넣어주는 식당이 세상에 어디 있어? 우리가 돼진 줄 알아?"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 식당 밖으로 급히 나가는 것이었다.
순간 희희낙락하여 입에 닭고기를 물었던 생각 없던 나는 망연자실 황당한 표정이 되어 슬그머니 그 닭고기를 내려놓아야 했다. 식당의 주인 아줌마와 종업원들 역시도 난데없는 손님의 고함에 그만 뜨악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자신들의 죄를 알아서였는지 함구한 채 일언반구 말이 없었다.
우리는 그 식당을 나와서 부근의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을 시켜 먹었다. 자장면을 먹고 나오면서 K부장은 아직도 분이 덜 풀렸던지 삼계탕을 주문했던 식당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그는 "다시는 저 식당에 안 간다!"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러한 손님의 저주(?)와 평소의 얼렁뚱땅的인 접객의 관행에서 기인한지는 몰라도 아무튼 그 식당은 작년 말복이 지난 즈음에 그만 문을 닫고 말았다. 내한하는 외국의 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 찾아오면 그들은 '한국의 별미'라는 불고기와 비빔밥, 그리고 삼계탕을 많이 주문하여 시식코자 한단다.
그런데 그날과 같이 남이 먹다가 남긴 음식을 슬쩍 끼워 넣어 다시 상에 내놓은 행위를 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기본에 충실한 사회가 착근(着根) 되어야겠다고 생각해 본 작년 초복의 단상이었다. 오늘은 8월15일 광복절이자 말복이다. 가을의 수렴첨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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