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색에 물든 우리말-(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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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색에 물든 우리말-(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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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꼬없는 찐빵

어느 날 밤 공중파 모 방송사가 주관하는 심야토론 시간이었다. 근자 정치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쟁점토론을 하는 마당에서 나온 말이다. 토론자 한사람이 ‘XX를 주장하는 것은 앙꼬 없는 찐빵과 같다.’ 라고 하자 진행자가 ’앙꼬‘를 ’팥소‘로 고쳐주었다.

앙꼬(餡こ)라는 말은 일본인들이 찹쌀떡이나 찐빵을 만들 때 팥을 삶아 설탕과 같이 으깨어 소를 만들어 그 속을 채워 넣는 것을 말한 것인데 맛이 너무 달아 우리네 음식과는 좀 거리가 먼 팥소를 말한다. 이는 따지고 보면 일본말의 앙꼬로모찌(あんころもち-餡ころ餠). 우리말로 ‘팥고물을 넣은 찰떡’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발언한 젊은 정치인은 정계에서 꽤나 알려진 중견급 인사인데 6.25이후에 태어났기에 이것이 일본말인지 우리말인지를 구분 못했을 것이다. 그의 말과 같이 찐빵 속에는 달콤한 팥소가 들어가야 제 맛이 나지 소가 없는 찐빵이라면 무슨 맛으로 먹겠는가?

따지고 보면 음식 맛을 강조하는 격을 갖춘 말인데 우리말이 아니어서 아차 하는 순간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지도층의 말로서는 격이 떨어진 어투였다. 말이란 잘 못 하고나면 주워 담을 수가 없어 후회를 하게 된다. 공석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요즈음 시중의 떡집에 가면 ‘앙꼬모찌(あんころもち)’라고해서 속에 팥소를 넣고 둥글게 만든 후 겉에 전분을 발라 하얗게 만든 찹쌀떡이 있다. 이가 바로 ‘앙꼬로모찌’의 줄인 말인데 거의가 우리말인줄알고 사용하고 있다.

좀 변화했다면 ‘모찌떡’이라고도 하는데 이를 풀이하면 ‘모찌(もち-餠)+떡(餠)’이라는 말이 되는데 이는 ‘역 전 앞’이란 말과 같은 맥락이여 체계를 갖추지 못한 말이면서 일본말도 우리말도 아닌 잡동사니이다.

전쟁을 겪고 나면 후유증이 가시지 않듯이 우리는 일제 점령 36년의 세월동안 문화와 말, 성까지 빼앗겨 독립한지 60년이 넘었건만 아직도 그 잔재가 우리 주변을 맴 돌고 있으니 아쉬움을 금할 길 없다.

아직도 우리 생활주변엔 많은 것이 왜색에 물들어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색깔구별을 못한다. 일본 것인지 우리 것인지를 말이다. 내 것과 우리 것은 소중하다. 영원히 간직해야한다. 소홀히 관리하다보면 자칫 잊기 쉽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속담이 있듯이 항상 앞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명사의 인격만큼이나 말의 품격도 높여야한다. 헛된말 한마디가 그 사람의 인격을 낮추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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