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에서 땀 흘릴 사랑하는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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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에서 땀 흘릴 사랑하는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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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쓰는 위문편지

마지막 발악을 부리고 있는 무더위와도 이제는 힘겨운 씨름을 하여야 할 내 사랑하는 아들아. 말로만 듣던 신병교육대에 막상 입대를 앞두고 보니 감회가 어떠니?

아마도 역시 사회와는 또 다를 거야. 또한 포근한 둥지의 가정과는 아마도 상전벽해처럼 다를 게고... 하지만 그곳 역시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또한 너와 똑같은 장정들이 국방이라는 하나의 목표로서 모인 곳이니만치 지금껏 네가 해왔던 대로만 한다면야 별 걱정은 없으리라고 아빠는 믿는다.

다만 한 가지 가슴에 걸리는 것은 이 아빠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올 여름엔 남들처럼 피서조차도 함께 가지 못하고 덜컥 입대시켜야 하는 것이 못내 면구스럽기까지 하구나.

하지만 인생사는 길흉화복의 점철이라 하였으니 네가 전역할 무렵이 되면 날씨의 변화처럼 신산한 지금의 내 빈한한 처지도 활황으로 반전되어 넉넉한 피서 내지는 여행을 다녀올 여력 역시도 다시금 도래하리라 믿어본다.

객지에 나가면 고향 까마귀도 반갑다고 했는데 논산훈련소에서 어찌 네 고향의 선배와 동기들이라도 만나서 흉금을 털어놓았음 싶구나.

작금의 젊은 부부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하여 자녀를 안 낳아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인구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감소한다면 국가경쟁력의 심대한 타격은 물론이요, 혼기를 맞은 선남선녀들의 결혼 역시도 배우자의 부족으로 인해 맘대로 못 한다는 거야.

이 같은 현상의 발생은 우선 과중한 자녀의 양육비와 교육비의 부담이 근원일 수 있겠지. 또한 자식의 양육이라는 어렵고 중차대한 그물에 걸리지 않겠다는 신세대 부부들의 어떤 이기주의 역시도 한몫을 하는 거라고 사회학자들은 진단하더구나.

하지만 이 아빠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너와 네 여동생은 아빠와 네 엄마가 여지껏 무변하게 부부의 끈을 이어올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으며, 또한 내가 이 풍진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이유이자 희망이었기 때문이란다.

어제는 네가 쓰던 방을 청소하다가 네가 어렸을 적에 찍었던 사진을 보게 되었구나. '아장아장 걸으면서 어리광을 부렸던 녀석이 어느새 자라서 군인의 길을 걷게 되다니!'라는 생각에 아빠는 그만 미소가 구름처럼 피어 올랐단다.

입대하여 석 달여가 지나면 '백일휴가'를 나온다지? 어서 그날이 도래했으면 싶구나. 휴가 나온 듬직한 내 아들과 사나이끼리의 진솔한 통음을 나누고 싶단다. 날씨가 아직도 매섭게 덥구나. 부디 몸 건강히 다녀오거라.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꾸나. 사랑한다,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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