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색에 물든 우리말-(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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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색에 물든 우리말-(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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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화촉은 일제의 잔재

해마다 봄가을이 되면 친지들의 잔치를 찾아다니느라 분주하다. 이 계절에는 다른 잔치도 있겠지만 단연 혼인잔치가 주종을 이룬다. 요즈음처럼 호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을 때는 축의 봉투를 채우는데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축의봉투 겉봉에 쓰는 축의표시가 너무 혼란스러워 통일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축 결혼(祝結婚), 축 화혼(祝華婚), 축 화촉(祝華燭), 축 화촉지전(祝華燭之典), 축 혼인(祝婚姻) 축 혼례(祝婚禮)등등 다양하게 쓰이는데 모두가 축의를 표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겉봉의 표시야 어찌됐던 하객의 입장에선 혼주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축의금을 전했으면 고만이고 혼주의 입장에선 하객의 인사를 받으며 축의금을 접수하면 고만이지 그 누가 겉봉투에 쓴 축의글귀를 따져 시비를 하겠는가.

그러나 어느 것이 우리말이고 어느 것이 남의 말인지 분별은 해야 한다. 그 옛날 양반 사회에선 글자 한자를 가지고도 잘잘못을 가려내어 의례(儀禮)와 비례(非禮)로 구분 범절과 관련시켰었다.

개화 한 오늘날 옛 예절을 숭상하여 조상들의 세상으로 되돌아가자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것과 남의 것은 분별할 줄 알아야하고 순수한 우리 것을 버리고 남의 것을 빌려다 쓴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며 주체성을 잃은 처사이다.

여기 나열한 여러 가지 축의표시에는 일본의 잔재가 물들어 있는 것도 많다. ‘결혼’이란 ‘겟곤(結婚-けっこん)에서 ’화촉‘이란 화촉지전(華燭之典)인‘가쇼구노덴(華燭之典- かしょくのてん)’을 줄인 일본의 고어(古語)에서 나온 말이다.

일제시대에 우리나라에 이른바 신식결혼식이 유입되기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전통적인 혼례를 구식혼례라 하여 차츰 뒷걸음질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우리전통 혼례가 사라지고 일본인들의 용어까지 곁들여 들여와 사용하게 됐으며 언제부터인가는 우리말 사전에까지 일본어의 순화어가 오르게 됐으니 안타깝다.

결혼(結婚), 화촉(華燭),화촉지전(華燭之典)은 분명 순수 우리말이 아니다. 원래 혼인의 혼(婚)자는 혼(昏)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혼례는 어두운 해저물때 행하는 것이 예(禮)였다.

그 시절의 혼인은 신랑이 신부 집에 가서 해저물때 예식을 올린 연유로 혼례(昏-해저물.혼. 禮-예도, 예)란 말을 썼고 그날 밤을 장인의집에 들어가서 잤다고 해서 장가(丈家-장인의 집) 든다고 했다.

신식결혼이 성행되며 우리 고유의 혼례란 말까지 쓰지 않고 일본식 용어를 써 온지 오래됐다. 오늘날 전통 예절을 다루는 많은 학자들은 혼례의 명칭을 ‘장가들 혼(婚)’자와 ‘시집갈 인(姻)’자를 써서 ’혼인(婚姻)이라 써야한다고 주장하며 요즈음 국적 없는 축의표시가 난무함을 아쉬워하고 있다.

혼례란 장가드는 신랑과 시집가는 신부의 결합을 뜻하는 인륜지 대사이기에 ‘혼인’이란 용어가 타당한 말이라 생각된다. 물론 일본의 고어에도 혼인(婚姻-こんいん)과 혼례(婚礼-こんれい)란 말은 있지만 지금은 잘 사용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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