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돈과 칸트의 절약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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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돈과 칸트의 절약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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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찰 200억원, 007가방으로 몇 개나 될지?

^^^▲ 중세 삽화 '탐욕과 돈'
ⓒ 영국도서관^^^
K씨가 현찰로 받았다고 하는 200억 원의 검은 돈이 얼마나 큰돈인지를 생각해 보면 보통 사람들은 상상이 잘 안 된다. 그냥 하나의 숫자개념으로 머리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돈을 일만 원짜리 지폐로 따지면 무게가 2톤이고, 사과상자에 담으면 약 50여 개가 넘는 것이라고 하는데 입이 딱 벌어진다.

무엇 때문에 받았고 무슨 연유로 주었는지는 차치하고, 그 돈을 어떤 식으로 주고받았으며, 어떻게 운반했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 돈이 대단히 큰돈이라는 것에 놀라게 된다.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 백화점 뒷길에서 007작전처럼 주고받았다고 한다.

승용차에 그것을 옮겨 실었던 운전사는 그것을 가지고 도망가고 싶은 욕구를 참느라고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것이 터질 가봐 걱정을 했다는데, 그것을 예전의 누구처럼 조금 세련되게 안전성을 고려해서 007가방에 담아서 주고받았다면 200여 개 가까이 될 것이다.

어떻게 그것을 헤아리고 인수인계를 했을지도 생각해보면 의문이다. 충실한 기업인들이 하는 방식인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지 안았다면, 그것을 준 쪽은 분식회계나 아예 회계처리를 하지 않았을 터인데, 가짜전표를 사용했다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든지 회계처리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법률로 정한 감사인의 회계감사는 어떻게 받고, 그것을 어떻게 총회에서 승인 받았는지도 궁금하다. 주주와 근로자는 모두 바보였는지, 아니면 눈과 귀를 막고 있었는지 모두가 의문뿐이다.

일반적인 이야기는 그렇다 치고, 전문성을 가진 공인회계사의 그 기업에 대한 재무상태와 경영성적에 대한 감사의견은 '적정의견'이었는지도 궁금하다. 모두가 의문덩어리지만 사건이 너무 크고 복잡해서 그런 말은 매스컴에서 별로 언급이 없다.

하지만 '적정의견'이어서 지금까지 금융기관으로부터 돈도 빌리고 사업도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렇다면 무슨 특혜를 주지 않고서는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지금 개인 신용불량자가 320만이나 되지만, 그들이 금융기관에서 돈을 꾼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다는 것으로도 알 수가 있다.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면 머리만 아프게 되어서 그냥 주고받았다는 일반적인 생각으로 고정관념화하면 편하지만 한편으로는 울화통이 치민다. 그 이유는 내가 못나 보여서다. 잘도 받고 잘도 주는데 한몫을 못 끼는 것도 바보 같고 못난 것 같아서다. 그게 요즘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다.

음식점을 하는 L씨는 평생 1억 원을 만져도 못보고 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정말 기가 차다고 하면서 말세라고 말한다. 그는 화를 내면서 화폐개혁을 해야 한다는 소리를 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는데 잘 생각해보면, 그것이야말로 벼룩 잡으려고 초가집 태우는 꼴 같아서 웃고 말았다.

사우디 3대 국왕 파이살은 현찰을 좋아했다

현찰을 가장 좋아했던 사람은 아마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제3대 국왕이었던 파이살이 아니가 생각된다. 그는 현찰을 너무 좋아해서 지하 창고에 달러를 쌓아 놓고 사용했다고 한다. 그가 얼마나 현찰을 좋아했는지는 그 당시 미국 대통령인 닉슨에게 전화를 걸어서 쥐가 쓸지 않는 달러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했었다는 것이 외신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실제로 그가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M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서도 현찰로 지급을 했다. 그 때 소동이 일어났었는데, 정시에 문을 닫는 백화점이 폐점시간을 연장해서 화제가 되었고, 말 그대로 쇼핑하는 동안에 돈을 가지고 다니는 비서와 포터가 따라 다녀서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소문이 와전되어서 돈 가방을 든 사람이 수십 명이 되고, 백화점 물건을 여기서 저기까지 얼마냐고 물은 다음에 한꺼번에 무더기로 쇼핑을 하였으며, 값도 깍지 안아서 큰 이익을 보았다는 루머까지 퍼져서 한 동안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그는 이슬람 국가의 국왕으로서 친미정책을 폈지만 75년에 그의 조카에게 암살당했다.

검은 돈은 반드시 현찰로 거래를 하지만, 추적이 두려워서 다시 돈 세탁이라는 것을 한다. 특히 마피아들은 마약거래로 받은 돈을 세탁하는데, 그 거래가 철저히 은폐되어서 추적이 어렵다. 만약에 돈 세탁이 노출되면 조직을 위해서 스스로 목숨을 버릴 정도로 철저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돈 세탁은 대개 두 가지 경로로 한다. 여러 금융기관에 돈을 잘게 쪼개서 넣은 다음에 그것을 인출하는 방식과 무기명 양도성 정기예금증서(CD)에 의한 방식이다. 하지만 많은 돈을 세탁하면 노출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 편법이 생기고, 미국으로 간 K씨처럼 그것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수수료를 받고 하기도 한다.

돈의 역사는?

원시사회의 돈은 단지 물물교환의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불편을 제거하기 위해서 매개물을 자연화폐로 사용하였는데, 대개 곡물, 면, 가축, 농기구, 소금, 모피 같은 것이 사용되었다. 현재의 화폐는 지폐 중심으로 계산화폐와 현실화폐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우리나라 돈의 유래는 여러 설이 있지만 칼을 뜻하는 도(刀)에 유래하는 설이 유력하다. 그 이유는 고대 무덤에서 출토한 '명도전'이 칼 모양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돈을 영어로 머니(money)라고 하는데 이 말은 기원전 269년에 로마인들의 신전인 주노 모네타(Juno moneta) 에서 유래되었다.

모네타는 로마의 여신 주노의 명칭으로 '충고의 여신' 이라는 의미가 있으며, 그녀가 하는 일은 잘못한 일을 충고하는 일이었다. 로마인들에게 존경을 받아서 그녀의 신전 바로 옆에 조폐소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로마의 주화는 그녀의 별명인 모네타로 불리게 되었다.

모네타는 현재 이탈리아에서 여전히 주화를 뜻하며 스페인에서는 모네다(moneda), 프랑스에서는 모네(monnaie)라고 불린다. 또한 동전을 뜻하는 영어의 코인(coin)은 로마 초창기에 쐐기 같이 생긴 연장 큐니어스로 찍어낸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우리나라의 화폐는 2900년 전인 기자조선 9대 흥평왕 때 사용했던 자모전이 최초의 화폐라는 기록이 있지만 그 실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 후에 위만 조선시대의 유물 중에 명도전이 발견되었는데, 이 명도전은 중국 주나라 말기에 쓰여진 칼 모양의 화폐였다.

마한에서는 기원전 169년에 동전을 처음으로 철로 생산하여 사용했고, 기원전 108년 한사군 시절에는 중국으로부터 화천, 오수전, 포화라는 화폐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유통되었고, 일본과의 무역에도 쓰였으며, 마한, 진한, 옥저에서는 화폐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큰돈은 계산상의 돈이지만 잘게 쪼개지면 유통의 원활화가 일어나서 현실화폐가 된다. 화폐공황은 채권자와 채무자간에 신용이 깨져서 지급 불능사태가 되면 발생하게 되는데, 이 때에 계산 화폐에 불과하던 어음을 현금으로 바꾸려는 욕구로 인해서 지급불능이 생기게 되면 화폐공황이 생긴다.

철학자 칸트는 평생 낭비를 몰랐던 인물

돈이면 다된다는 말처럼 돈의 위력은 대단해서 목숨도 빼앗고 죽일 사람도 살린다. 중국의 동진 지역에 살았던 '노포'라는 사람은 돈의 횡포에 대해서 날개가 없는데 자꾸 날아가 버리고, 발이 없지만 달아난다. 근엄한 눈썹도 움직이고, 굳게 다문 입도 벌어지게 한다고 말했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리고, 지옥에서도 풀려나올 수가 있다. 서푼짜리 벼슬을 하는 것보다는 천한 짓을 해서라도 돈을 버는 것이 낫다는 말도 했다. 힘이 없으면 아무 일도 못하지만 돈이 없어도 아무 일도 못한다. 돈이 있으면 주객이 전도되고, 하인이 주인노릇을 한다는 말도 있다.

돈의 가치는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잘 사용하는데 있지만, 잘 못 사용하면 물거품처럼 없어진다. 낭비는 빈곤을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지만 지나친 절약도 해가 된다. 너무 돈만 알아서 돈을 많이 모으고 건강을 잃어서 죽으면 돈이 없는 것만 못하다.

돈의 진정한 가치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잘 사용해야 하지만, 보편성, 도덕성, 범용성, 유용성, 전체성이 충족되는 범위 안에서 사용해야 옳은 사용이 되지만 그렇게 못해서 늘 문제가 된다. 이번 사건도 따지고 보면 그러한 원칙을 지키지 않은데 문제가 있다.

철학자 칸트는 평생 낭비를 몰랐던 인물이다. 적은 강의료로 끼니를 걱정하는 정도였지만 늘 저축을 했다. 오랜 동안 검소한 생활 끝에 겨우 집을 마련하고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인생에 있어서 자유로운 독립은 모든 행복의 기초다. 남의 빗을 지기보다는 오히려 부자유를 참는 것이 자기를 더 훨씬 행복하게 한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는 수전노는 아니었다. 불우한 이웃을 보면 자기가 아낀 돈을 서슴없이 내주어서 늘 관대함과 너그러움을 보였다. 우리나라에 신용 불량자가 320만이라고 하는데, 그의 말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행복의 기초는 물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 세계에 있다.

물질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 검소와 절약은 다소 불편하지만 마음의 여유를 주어서 오히려 기쁨으로 승화시킨다. 욕심은 끝이 없어서 99섬을 가진 자가 1섬을 가진 자의 것을 빼앗는다는 속담도 있고,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말도 있다.

많이 소유한다는 것은 그만큼 속박과 억압에 시달리게 된다는 뜻도 된다. 검은 돈은 정당한 방법으로 벌은 돈이 아니기 때문에 구린내가 나고 악취가 나게 마련이다. 정치와 경제 지도자들이 구린내가 나는 돈을 주고받으면, 악취 때문에 모든 국민들이 세금으로 그 만큼 더 내는 피해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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