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사람은 그렇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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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사람은 그렇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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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업자 김형이 주는 교훈

생계형 주류업자인 김 형이 요즘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생계형이 어려우면 생계가 위태로워지는 것 아닌가? 의문이 생긴다. ‘경제가 어려우면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터이니, 오히려 그가 파는 서민용 술이 더 잘 나가지 않겠는가?’

나는 그쪽 업계는 잘 모르지만 보통사람의 머리로도 그런 생각이 든다. 물어보았다. “서민용 주류업계는 요즘 같은 불경기가 오히려 호황 아니오?”

그는 솔직하다. 그 스스로 솔직함이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솔직한 게 단점이 될 수 있는 세상이 아닌가 물어보면, 그는 정색을 하고 대답하다. “설사 정직하지 못해서 이익을 좀 보면 어떻습니까. 저녁에 고기반찬 사가서 아이들한테, 이거 아빠가 오늘 거짓말해서 벌어온 거니까 많이 묵어라. 나는 그렇게는 말 못합니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그가 어렵다고 하니, 정말 어려운가 보다. 그래서 또 물어본다. “경기가 너무 어려워서 소주 먹는 사람도 줄었나요?” 그런데 그건 아니란다. 그러면 왜? 도대체 왜 어려운가? 경쟁업자가 나타났나? 내가 알기로 이 일대는 그의 인간성이 세상인심을 꽉 붙들어 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방면엔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설사 다른 경쟁자가 나타나더라도 그의 인간성 때문에 쉽게 자리를 잡을 수가 없을 것 같아 보인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럴까?

그는 주저하다가 겨우 대답을 한다. 외상 때문이란다. 술값대금은 관례상 현금으로 받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 몇 달이나 지나서 받는 경우가 많단다. 그런데 요즘은 그 기간이 갈수록 더 길어지는 것이 이유란다. “술은 더 많이 먹는다면서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내가 물어본다.

"외상값요? 형편될 때 줘요"

“술은 많이 먹지요. 그런데 안주를 적게 먹잖아요. 그리고 외상손님도 많아지고,..” 그래서 정작 자신의 술은 많이 팔리지만, 업소주인들은 안주 매상이 줄어들기 때문에 전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도 술은 팔리니까, 술을 판만큼만 결제해 달라고 하면 되지 않나요.” 그는 또 고개를 흔든다. “그분들도 형편이 되면 주겠지요. 안 주면 하는 수 없고요. 그 사람들도 다 양식이 있는 사람들이고, 저처럼 아이들 키우는 사람들인데 힘이 드니까 안주겠지요.”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저도 돈벌려고 일하기는 하지만, 악착같이 외상값 받을 마음은 없습니다. 제가 그 분들 볼 때마다 돈 이야기만 하면, 제가 나타날 때 그분들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완전히 부처님 말씀이다. 그런 마음으로 험한 술 시장에 어떻게 뛰어들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의 말이 지당하게 맞는 말이고, 그의 그런 마음을 알기 때문에 이 동네 음식점 어디를 가도 그가 환영을 받는 것인지 모르겠다. 덕분에 그와 같이 밥이라도 먹으려 가면, 나까지 덩달아서 근사하게 대접을 받는다. 물론 음식값은 꼭 낸다. 식대는 절대로 외상을 달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김 형에게 미안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고 아직 드릴 것도 많은데...” 그들이 그렇게 이야기 할 때 마다 김 형은 이야기 한다. “그런 말씀하시면 제가 밥 먹고 싶어도 이집에 못 옵니다. 맛있고 기분 좋게 잘 먹었는데 계산을 하는 건 당연하지요. 이건 받으시고, 그건 형편 되실 때 언제든지 주시면 됩니다. 저 아직 밥 굶을 정도는 아닙니다!”

그는 음식점 주인들과 아예 친구다. 그가 입구에 나타나면 젊고 장난기 많은 주인들은 얼른 문 앞으로 나타나 허리를 90도로 굽힌다. 마치 영화에서 조폭들이 인사를 하는 식으로 한다. 그러면 그도 같이 허리를 굽힌다. 그러면 그 주인은 허리를 더 굽힌다. 김 형도 더 굽히고...

그러다 결국 두 사람은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버린다. 나는 웃음이 나와서 참을 수가 없다. 그런데 불똥이 튄다. 다음엔 나한테 순서가 돌아온다. “아. 조폭의 형님이시면, 왕 대 빵 형님 아니십니까. 행님-. 절 받으시이소--오” 하면서 또 나한테 납작 엎드린다.

비 생계형 주류도매업자란 글을 내가 인터넷에 올린 뒤 나타난 현상이다. 그는 그게 그렇게 좋은지 온 동네에 다니며 인터넷 사이트를 알려주며 들어가 보라고 부추킨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최소한 이 동네 음식점에서는 진짜로 ‘조폭’이 되었고, 나는 덩달아 큰 형님이 된 것이다. 앞으로 동생을 거느리고 동네 음식점에 ‘시찰’ 다니는 재미가 쏠쏠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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