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제와 고오타마 싯달타
진시황제와 고오타마 싯달타
  • 류무수
  • 승인 2002.11.07 1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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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뿐인 우리의 삶,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남들이 그렇게 들어가고 싶어하는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토익점수도 높은데, 취업이 안되어 절망하는 청년이 있습니다.

서울의 좋은 대학을 나와도 쉽지 않은데, 지방대학을 나오면 오죽하겠습니까? 이웃의 어떤 아저씨는 실직한 상태로 몇 개월 방랑하고 있었는데, 최근 사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입니다. 생활의 일반적 씀씀이뿐만 아니라, 아이들 사교육비도 과감하게 줄일 계획이라는 말도 들렸습니다. 먹고산다는 것은 고단한 과제입니다.

1.

먹고살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는데, 돈을 벌기 위해서는 머리를 많이 굴려야 하고 냉정할 때도 있어야 하며, 또 땀은 얼마나 흘려야 합니까? 녹초가 된 몸으로 엎어져야 하고, 월요일 아침의 기상이 싫을 때가 또 얼마나 많습니까? 두둑하게 꼬불쳐 둔 재산이 없다면, 그런 일자리라도 있다는 것은 다행이지요.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고 입어야 하고 마셔야 하건만, 성서에서 예수는,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먼저 구하라(마6:25-34), 고 제자들에게 가르쳤습니다.

과연 그것이 실천 가능한 가르침입니까? 취업이 안 되고 있는 청년이, 월급쟁이 생활에서 떨려나 이제 처음으로 자기사업을 시작하는 이가, 염려하지 않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입니까?

그렇게 가르쳤던 예수와 그 가르침대로 살고자 했던 제자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대부분,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아직 살아갈 날이 창창한 나이에, 순교했습니다.

2.

몇 해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시황제 유물전시회를 한 적이 있는데, 진시황제의 무덤에서 발굴된, 실물 크기의 밀납 인형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진용'이라는 영화에는, 바로 그 진시황제의 무덤이 나오는데, 그런 밀납 인형의 군단이 대형을 이루어 무덤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처럼 거창한 무덤을 만드는데, 살아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희생되었을는지요.

이 세상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목표하는 것은, 각자 서 있는 위치에서 황제의 방향으로 높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정치가는 정치가대로, 사업가는 사업가대로, 학자는 학자대로, 연예인은 연예인대로, 수험생은 수험생대로, 최고의 지위를 향해 매진하고 있지 않습니까?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승승장구하며, 다른 사람들이 그처럼 간절하게 도달하기를 갈망하는 지위에 이미 도달했던 진시황제도 죽음과의 대결에서는 완벽하게 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죽음이 있는 한, 진시황제는 한 시도 마음이 편할 수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 자신만 불편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검을 장식하기 위해, 너무 많은 사람들을 고통에 빠트렸다는 점입니다.

진시황제처럼, 황제의 자리가 예비 되었으나, 역시 죽음에 대한 인식으로 고뇌했던 인물이 있었습니다. 인도의 고오타마 싯달다였지요. 그런데, 고오타마는, 진시황제와는 달리, 육신으로 불로장생하려 하거나 무덤을 화려하게 장식함으로써 죽음을 피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죽음을 대면함으로써 죽음을 초극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려는 열정이 있었지요.

3.

황제가 되어도, 어차피 언젠가는 죽을 것인데, 발버둥치며 높이 올라가면 뭐 합니까? 아무리 높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구축한다 한들, 다가오고야 마는 죽음 앞에서, 그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그러나, 죽을 때는 죽더라도, 살아 있는 동안은 살아야 하겠지요. 가만히 있어도 세월이 흐르면 저절로 죽게 될 것이니, 굳이 빨리 죽겠다고 높은 건물에 올라가 투신하여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이벤트를 벌일 필요는 없을 듯 싶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은 삶의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하며, 적절하게 먹고사는 게 필요하며, 또한, 살되, 되는 대로 살지 말고, 이왕이면 멋있고 아름답게 사는 것이 바람직하겠지요.

진시황제가 높은 자리를 성취했다는 이유만으로 성공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그를 위해, 얼마나 많은 가정의 소박한 행복들이 파괴되었을까요? 그까짓 썩어질 시체를 보관하는 무덤을 꾸미기 위해, 자신이 지닌 권력을 이용하여, 살아있는 일반 백성들의 인권과 자유를 무지막지하게 짓밟은 짓들은 지극히 추하고 역겨울 뿐입니다. 그는 비참한 패배자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높은 곳에 오르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은 공허하지 않습니까? 높이 오르고자 하는 열정에 자신의 몸을 싣는 동안, 자신이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흐릿해지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떠내려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그 긴 세월 동안 자신이 명백하게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 높아지고자 했던 노력은 죽음 앞에서 깨끗이 끝장나지 않습니까?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인식이, 진시황제나 싯달다 만큼 선명하지는 않더라도, 알게 모르게 허무의 모습으로 혹은 권태로 혹은 불안으로 둔갑하여 불쑥불쑥 솟아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렇게 그다지 만족과 보람도 없는 것을 얻기 위해, 자신의 죽음을 망각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절망하게 하는 짓은 또 얼마나 많이들 하고 있습니까? 남들보다 조금 더 높아지기 위해, 거짓과 숱하게 결탁하고 진실을 한없이 잃어버리면서도 행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지 않습니까? 인격은 천박해져만 가는데, 좋은 옷을 입고 맛난 음식을 먹고 비싼 차를 타고 다닌다는 걸 인해, 뭔가가 된 줄로 알고 거드름을 피우는 자들에게서, 한 여름 한 달 이상 빨지 않은 양말에서나 맡을 수 있는 구린내가 나지 않습니까?

차라리, 남들이 두려워하고 피하고 싶어하는 고통을 더욱 적극적으로 선택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그 고통에서 해방되는 길을 모색했던, 고오타마 붓다의 삶이 고상해 보입니다. 어차피 죽을 것이면, 살아있는 동안, 좀 고상하게 사는 것이, 이성이 있다는, 인간의 도리일 것입니다. 인간의 도리가 없으면, 짐승과 다를 바 없지요.

4.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일단, 뭔가를 먹고 마셔야 살 수 있을 것이며, 요즈음처럼 날씨가 추워지면 두툼한 옷도 입어야 하겠지요. 그렇지만,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먼저 구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은가요?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진실하고 선하고 아름다운 가치를 성찰하고, 그 가치의 토대 위에 삶을 구축해나가되, 끊임없이 자신의 삶이 그 토대 위에 제대로 구축되고 있는지 점검할 때, 인생이 천박하고 역겹게 썩는 것을 방지할 수 있지 않습니까?

감히 순교자처럼 거룩하고 찬란한 빛을 드러내는 수준이 되지는 못할지언정, 진리에의 열정만으로 살았던 순교자들에게 존경을 바치며 살자고 다짐해봅니다. 한 번 밖에 살 수 없는 삶을 악취 풍기는 짐승의 형태로 전락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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