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기>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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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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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은 여행

 
   
  ^^^▲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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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지리산에서 나와 마음을 같이 나누었던 허웅용씨와 언제나 선배같은 후배인 최성봉군에게 바칩니다. 우리들의 우정이 영원하기를...

Ⅱ. 전야제(前夜祭)

우리는 산에 오르기 전 전야제를 가졌다. 시원한 맥주가 한바퀴 돌고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갈 무렵 우리는 산에 올라가는 이유에 관하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상하게도 우연히 모인 모임이었지만 그 목적은 비슷하였다. 옛 연인과의 이별의 아픔과 그리고 연인에 관한 그리움...

성봉이는 직전에 그리고 응용씨는 3년정도 사귀다가 모두 이별을 했단다. 내가 1년 전의 사랑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한 관계를 잊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더욱 아픈 가슴들이었다.

이렇게 아픈 가슴을 지니고 사는 남자들이 그 것도 내 주위에 그렇게 많았다니... 그리고 이렇게 우연히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이... 과연 지리산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려는 것일까?

모두 아픈 사랑들이었다. 우리는 아픈 가슴들을 안고 술을 들었다. 그리고 거나하게 취했다. 가슴은 쓰렸지만 기분은 좋다. 이런 모순된 나를 안고 잠자리를 청했다. 막상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이 들지 않았다. 응용씨도 그랬나 보다.

응용씨는 자신의 옛사랑 이야기를 해주었다. 정말 애절한 한 편의 사랑 영화였다. 응용씨의 이런 애절함에 비하면 나의 이야기란... 그래도 응용씨는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나는 정말로 아픔을 참고 있는 사람한테 엄살을 피웠던 것이다.

응용씨가 나한테 천왕봉에 올라가면 어떤 소원을 빌 것이냐고 물어봤다. 나는 그저 “비밀이다”라면서 웃었다. 거기서 아마 우리의 대화가 끊긴 것 같았다. 잠깐 시간이 흐른 것같았는데 일어나 보니 벌써 아침이었다.

Ⅲ. 등산 전

아침 공기가 상쾌했다. 계곡 물흐르는 소리가 맑았다. 나는 일어나서 우선 기지개를 켠다음 주변을 살펴 보았다. 웅용씨와 성봉이는 자고 있었다. 두 사람을 깨우지 않으려고 밖으로 나갔다.

지리산의 공기는 무겁고 시원했다. 그 맑고 시원함에 눌리는 기분이란... 저기 멀리 지리산의 용이 연기를 내뿜는다. 지리산에서부터 내려온 연기가 주변을 덮기 시작하더니 삽시간에 온 마을을 덮었다. 하지만 숨이 막히지는 않았다.

오히려 위대한 용의 입김을 느낄 수 있어서 그로 인해 나도 용과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나는 어느덧 신선이 되어 있었다. 하얗게 솜이 덮인 것같은 세상. 용의 위대한 연기는 어느덧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거기서 나는 용과 하나가 되었다.

나는 안개로 덮힌 황홀한 세상에 빠져 있다가 문득 배고픔을 느껴 밥을 짓기 시작했다. 지리산에 와서 우리는 물걱정을 하지 않았다. 민박집의 수돗물이라도 그냥 먹을 수 있었다. 시중에서 팔고 있는 생수(生水)보다 훨씬 나았다. 지리산으로 여행오는 사람들은 물걱정을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나는 웅용씨 충고대로 밥은 좀 여유 있게 그리고 좀 물기를 줄여 굉장히 되게 지었다. 지리산 중에는 중간에 산장과 휴게소만 제외하고는 마땅히 음식을 사먹거나 구할 곳이 없기 때문에 밥을 미리 싸갖고 가야 한단다.

물론 취사도구를 가져가서 해먹어도 되지만 그 무게를 생각해 볼때 배보다 배꼽이었다. 당일 코스로 가는 사람들은 밥을 싸갖고 가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기온이 높을 때는 밥이 쉽게 쉬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물기를 줄여야 한단다.

그래서 밥이 쉬게 되는 원인인 물기를 줄여 최대한 되게 지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실수한 것이 밥은 막상 지었지만 마땅한 반찬을 구하지 못하였다는데 있었다. 김치를 너무 적게 가져왔다. 정말 김치가 그리웠던 순간이었다.

김치는 쉴 염려가 있으니까 산에 올라가기전 약간만 볶아서 기름기를 싹 빼고 올라가면 좋을 것이다. 생각은 이렇게 해도 막상 김치가 없었으니까... 우리는 참치통조림과 김만 갖고 도시락을 꾸몄다.

우리는 출발하기 전 다시 한번 우리의 소지품을 점검했다. 아쉬웠던 점은 우리는 전문 산악인이나 등산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등산에 알맞은 복장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등산화는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등산화를 신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전에는 몰랐는데 막상 산에 오르니까 우리는 등산화의 위력을 알 수 있을 것같았다. 그리고 수건이나 손수건도 우리는 준비하지 못했는데 정말 등산할 때 필수품이었다. 등산을 하는 동안 땀이 범벅이 되었을 때 우리는 수건이 등산에 얼마나 필요한 소지품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도시락, 바르는 모기약, 뿌리는 파스 그리고 식수 이렇게만 갖추고 등산을 시작했다. 물이 구하기 쉬운 지리산이라고는 하지만 그 물을 받아먹을 통은 꼭 필요하단다. 다시한번 우리의 소지품을 점검할 때 웅용씨가 썬 크림을 안 가져왔다고 안타까워 했다.

산이 햇빛을 막아주는데 굳이 썬 크림이 필요하겠느냐는 나의 우문(愚問)에 응용씨는 정상과 정상과 정상에 도달하기 직전에는 나무가 없는 그리고 상당히 고도가 높은 코스이기 때문에 지상보다 햇빛이 강하기 때문에 출발전에 썬 크림을 발라주면 좋다고 대답해 주었다.

다행히 성봉이가 베이비 로션을 가져왔기 때문에 우리는 ‘꿩 대신 닭’이라는 심정으로 베이비 로션을 바르고 출발을 했다. 드디어 우리는 지리산을 오르기 전 첫 번째 발을 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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