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때 집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정말 마음이 후련함을 느끼곤 했었다. 나와 같은 열정과 나와 같은 신앙에 불타면서 신의 뜻을 위해 올바른 길을 걸어가기로 마음먹은 듯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과 함께 길을 나서다 문득 뒤돌아서 그들의 얼굴을 본다. 환한 기쁨과 환희가 충만해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세상을 온전히 보람만으로 살수 있을 것 같아서 가슴이 마구 부풀어 올랐었다. 그들이 앞 다투어 달려가는 세상을 향해 나도 뒤지지 않고 달려가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나의 신앙과 함께 이루어낸 일들로 진정으로 행복해지고 싶었다. 그 행복에서도 남들에게 뒤지고 싶지 않았었다.
나는 신앙에도 순위가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았다. 그러나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 열심히 세상을 살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세상이 모순 될수록 그만큼 보람된 일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며 더 기쁨을 느끼곤 했었다.
내가 겁쟁이란 것을 깨달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였다. 운이 좋아서였는지 비겁해선지 나는 그 흔한 닭장차 한번 타보지 못하고 대학을 졸업했다. 사회에 나와서도 마찬가지였다. 말은 언제나 아래를 향하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저 위를 향한 뜨거운 상승의욕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비겁한 일을 한 적은 없었지만 나는 열심히 노력했었다.
한참을 달리고 많이 지쳤을 무렵에야 다시 과거, 올바른 신앙을 찾아다니던 시절의 추억이 간절해졌었다. 사실 그동안도 그런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과문해서인지 지금과 같이 인터넷이 발전하기 전에는, 학창시절 내 눈에 가득하던 젊은 신앙인의 공동체나 모임을 발견하기가 어려웠었다.
굳이 변명을 하지면 한동안 사회가 온통 흥청거리기만 했었다. 어느 날 내가 길가에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나는 내가 이방인임을 강하게 느껴야 했었다. 시대는 변했고 풍요와 번영이 가득한데, 나만 철이 지나버린 구식신앙을 지니고 혼자 방황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었다. 그날 난 참 초라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나는 요즘 다시 생기가 돈다. 마치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기 때문이다. 지나간 그 시절처럼 다시 잘못과 바름이 분명하게 구분되어 보이고, 해야 할 일들은 넘쳐나는 시절이 다시 돌아 온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그래선지 요즘 나도 기도하는 시간이 많아져 간다.
이 일들이 빨리 그치도록 해달라고 기도드린다. 그래서 내가 다시 생기를 잃고 풀죽은 삶을 살아가더라도, 사람들이 고통 받는 일들이 없도록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현실은 냉혹하다. 좀처럼 힘든 일들이 쉽사리 해소될 것 같아 보이지가 않는다.
내가 학생이었을 당시의 문제보다 오늘날 우리가 닥치고 있는 문제가 훨씬 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인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오랫동안 세상의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을 것만 같아서 걱정이 된다. 내가 다시 생기를 잃더라도 평화롭고 안정된 세상이 다시 오기를 바란다.
하긴 그 동안에도 그런 시절은 없었을 것이다. 사회가 그저 흥청거리는 동안에도 그늘에는 늘 고통 받는 이들이 있었었다. 단지 내가 예전보다 그런 문제에 관심을 덜 가졌을 뿐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어서야 바보같이 다시 예전 그 젊은 시절의 열정이 추억처럼 떠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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