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색에 물든 우리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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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색에 물든 우리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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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은 일본 말

중국음식점에 들러 메뉴판을 훑어보면 '짬뽕'이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항상 보아오며 먹어오던 음식이라 서툴지가 않고 친숙한 감이 든다. 그런데 이것이 중국말인지 우리말인지 분간을 못하고 있다.

알고 보면 이는 일본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를 우리말인줄 알고 사용해왔다. 차라리 중국말이라면 몰라도 왜 일본말로 바뀌어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들었는지 궁금하다.

소위 '짬뽕'이란 음식은 국물이 매콤하고 얼큰하여 한국사람 입맛에 아주 잘 맞는 다. 그 전날 술을 많이 든 주객에게는 속을 풀어주는 해장국으로서 안성맞춤이며 더없이 좋은 음식이다.

이 음식은 중국의 초마면(炒嗎麵)에서 비롯됐다. 내용물은 초마면에다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끓인 매운탕이다. 이음식이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아마도 6.25전쟁을 치루고난 후 1950년대 중반부터 생긴 것으로 생각된다.

배고프게 살던 시절 주객들이 전날 술을 마시고 해장을 해야 하는데 값비싼 해장국을 사먹기가 힘들어 중국집에 들러 쌈직한 초마면을 시켜 고춧가루를 넣어 먹었는데 이럴 바에야 차라리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끓여달라던 것이 차츰 습관화 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지면서 주문시마다 고춧가루를 넣어 '짬뽕'식으로 하라고 하던 것이 굳어져 짬뽕이 됐다. 이렇게 흘러 온지가 어언 60년이 흘러 정착하였으며 본의 아니게 우리말로 순화된 것이다.

'짬뽕'(ちゃんぽん)이란 원래 일본말로 다른 2종류 이상의 것을 함께 넣어 섞은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양주와 맥주를 섞은 것. 요즘말로 “폭탄주”같이 2가지 이상을 섞은 것이 바로 짬뽕이다.

나는 매운 것을 싫어해 5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음식점에 가게 되면 의례히 맵지 않은 초마면을 시켰었다. 당시는 짬뽕 이라는 음식이 개발되기 전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초마면이란 이름이 사라지면서 짬뽕으로 둔갑하고 난후부터는 초마면을 맵지 않은 짬뽕으로 달라고 특별히 주문을 해야만 했다.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이제는 중국집에서마자 초마면을 부탁하면 중국인이 아니면 아예 못 알아들으며 짬뽕 이래야 알아듣는다. 초마면이란 말이 중국집에서 떠난 지 오래됐다.

일본에도 짬뽕이란 음식이 있다. 19세기말 일본의 '나가사기(長崎)'지방에 중국인 천핑순(陳平順)이란 요리사가 상륙하여 개발한 것인데 일본인 입맛에 맞게 진한 육수에 계절에 따른 야채와 해산물을 기름에 볶아 넣어 만든 국수를 짬뽕이라 이름 하여 내놓은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의 초마면을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넣어 만들었다하여 짬뽕이라 명하였는데 어찌 한국식에서 먹는 초마면을 짬뽕이라 하였는지 납득이 안 간다. 이는 분명 한국인이 지어놓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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