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계항 바위 위에 앉은 갈매기들 ⓒ 이화자^^^ | ||
오늘은 장날. 마침 농협에 볼일이 있어서 농협에 들렀다. 거기서 구계항에 살고 있는 김두하 씨를 만났다. 날 보더니 오랜만이다 싶어서인지 "요즘 구계는 안오능교"했다. 나는 "하하 하는것 없이 바쁘네요"로 답했다.
"뭐그래 많이 샀능교"
"이것저것"
"차에 실으소"
"고맙구로"
구계항까지 실어다 주고 요즘 들어 아주 오랜만에 오는 구계항이라 어판장 쪽으로 가니 이성태 씨가 있다.
"요즘 바다에는 안나가능교"
"뭐가 있어야제"
"참 큰일이다"
"동경128도 이동조정위원회는 어째되능교"
"막아야제 안그래도 고기 안나는데"
사람 좋은 이성태 씨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니 어촌의 현실을 알 것 같다. 그래도 작년까지 그런대로 고기를 잡았는데 올해 들어서면서 점점 더 안 잡히는지 아예 바다에 나가지 않는단다.
고기 조금 잡아서 기름값이다,그물값이다 도로 적자만 누적되니 생각다 못해 배를 덩그러니 매놓고 있는 것일 테다.
이성태 씨는 바다에서 태어났고 바다에서 자라났으므로 할 줄 아는 건 고기 잡는 일인데, 이제 쉰을 바라보는 나이라 이도저도 못하는 처지이고 보니 웃는 얼굴에 그늘이 스친다.
구계만 고기가 안 잡히는 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니 망망대해를 놓고 서로 다투게 되었으니 살아간다는 것은 때론 슬프고 때론 외로운 것인데. 가족이 뭔지, 생활이 뭔지 그저 막막한 얼굴인데...
^^^▲ 어판장에서 만난 이성태 씨. ⓒ 이화자^^^ | ||
"형님들 다 어데갔능교"
"오늘 모처럼 바닷물이 잔잔해서 전복이라도 잡아 볼까 하고 바다에 갔는데..."
구판장을 돌아나와 동해안 횟집 쪽으로 가다보니 벌써 물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러다 나를 봤는지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니 왔나"하고는 물속으로 다시 쏘옥 들어간다.
참 오랜만에 물질 하러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형님들 많이 잡아 오이소. 갈매기는 해녀들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바위 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 오랜만에 물질 하는 어부들 ⓒ 이화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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