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좋아하는 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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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좋아하는 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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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의 기쁨과 바람

김 형이 주말이 한방 크게 쏜다고 한다. 기대가 되는 일이다. 사실 몇 주 전부터 별러오던 일인데 사람 사는 것이 마음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서 한주두주 미뤄져 온 것이다. 이번 주엔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건 내가 한턱 얻어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김 형을 위하는 마음 때문이다.

김 형이 몇 주 전부터 한턱 쏘겠다고 한건, 오디오를 하나 장만하겠다고 결심을 한 때문이다. 음악을 무지 좋아하는 김 형이 사실 그동안은 오디오가 없이 살아왔다. 그래서 우리 집에 오면 제일 먼저 오디오부터 켠다.

그리곤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깊은 감동을 받은 얼굴표정을 짓는다. 김 형은 나도 모르는 우리 집 오디오 몇 번 CD에 어떤 음악이 들어 있는지 다 외우고 있다. 그런 김 형이 얼마 전 오디오를 사겠다고 선언을 하고나니, 내가 얼마나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사실 오디오가 몇 푼 하지도 않는데, 그 동안 다른 짓은 다 하면서도 그것 살 생각을 못하고 살았다는 것이 잘못된 것이지요.” 김 형의 그런 말을 들으면서 나는 가슴이 뜨끔하다. 오디오를 집과 사무실에 다 가지고 있는 나는 별로 음악을 듣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음악 땠어요.” 이렇게 말을 해본다. 음악을 많이 안다는 뜻이 아니라, 이젠 조용히 고요와 사귀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뜻이다. 너무 분주하기도 하고, 또 시끄럽게 살아오지 않았느냐는 변명이다. 사실 이젠 정말로 침묵과 사귀어 보고 싶다. 조용히 시간을 가지며 내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들에 귀기울여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대도 그가 음악을 틀어놓고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미소가 지어져 나온다. 나이에 어우리지 않게 순진하다고 해야 하나, 순수하다고 해야 하나?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땐 세상의 고민에 대해, 알 만큼은 다 아는 사람인데 음악 앞에서는 사람이 모든 때를 다 벗어버리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래 나도 한때 음악을 좋아한다고는 했었지만, 나보다 훨씬 음악에 대해 더 열린 영혼이 있나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본다. 그리고 또 생각한다. 김 형에겐 음악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김 형은 음악을 들으며 어떤 생각, 어떤 느낌을 갖는 것일까? 왜 김형은 그렇게도 음악을 좋아하는 것일까.

“카-. 죽입니다.” 인상을 찌푸리며 이렇게 감탄사를 발하는 김 형의 내면 깊숙이에는 어떤 내용의 상념들이 흘러가는 것일까. 그것을 내가 다 헤아릴 수는 없다. 아직은 김 형과 사귀어 온 연륜 들이 그리 깊지 않은 때문이고, 나 또한 내 마음에 무엇이 음악과 교감을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알 수 없는 것들이, 알게 되는 것들보다 더 많은 법인가 보다. 예전엔 그런 점들이 나를 약 오르게 했었다. 나는 모든 지식과 이치들을 다 알고 싶었었다. 그러나 이젠 그런 욕심들은 많이 버렸다. 세상에는 물론 가치로운 것들이 더 많이 있겠지만 , 그 모든 것들을 다 알 수는 없는 법인가 보다. 나는 이제 욕심에 대한 다운사이징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이제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언가를 생각한다. 나머지는 그냥 세월을 따라 잊혀가게 내버려둔다. 그중 진정 아쉬운 것들을 하나씩 선별하고, 그에 따라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 그런 마음을 먹고 나니 또 새로이 밝아오는 하루를 대하는 마음이 이제는 조금 편해진다.

그래 나는 세상의 더 많은 모습을 경험해 보고, 그것들을 글로 남기고 싶다. 그것이 나의 욕심들을 하나씩 지워내고 난 뒤, 마지막으로 남겨둔 내 인생의 마지막 소원이다. 세상의 온갖 아름다움과 모든 고통들을 내 눈으로 목격하고 대면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마음에 몰아치는 바람이 멎으면, 마음의 긴 방랑을 끝내고 안식하고 싶다.

김 형에게는 음악 외에 또 어떤 진실한 바람이 있을까. 김 형의 마음에는 또 어떤 숨겨진 소망들이 숨어있을까. 이번 주말 김 형이 오디오를 사고 같이 자리를 마련할 기회가 되면, 그때 잊지 말고 꼭 한번 물어보고 싶다. 그리고 그 만큼 김 형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조금 더 그를 이해를 하고 싶다.

항상 기쁜 듯이 웃고 다니는 김 형. 오디오를 장만하면서 또 그토록 기쁨에 들뜨는 김 형의 마음 깊숙한 곳에는 과연 무엇이 감추어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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