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정치검찰인가
이것이 정치검찰인가
  • 손상대 대기자
  • 승인 2009.03.08 20:51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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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시녀처럼 형평성 객관성

 
   
  ^^^▲ 신영철 대법관^^^  
 

"내가 바담풍 하더라도 너는 바담풍 하거라" 지금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의혹 사건을 보고 있노라면 우습지만 이 문구가 떠오른다. 스승이 하는 말을 철없는 학동들이 어떻게 받아 들이는가 하는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본다.

혀짧은 스승이 바람풍을 바담풍으로 발음하면 스승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듣는 학동이라면 바담풍으로 들었을 것이다. 가르킨 스승의 잘못인지 아니면 바담풍으로 받아들인 학동이 잘못인지 판단하기가 곤란해진다. 바로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있던 지난해 촛불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재판과 관련해 보낸 이메일 파동이 이와 비슷한 것은 아닌가 싶다.

헌법 103조에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공정한 재판을 위해 누구도 법관에게 압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취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신 대법관으로 부터 메일을 받은 판사들이 이로 인해 간섭을 받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만약 누구 하나라도 간섭을 받았다면 신 대법관은 헌법 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 된다. 이 경우 탄핵을 당해도 신 대법관은 할 말이 없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신 대법관이 왜 이런 메일을 해당 판사들에게 보냈으며, 한번의 메일로 끝날 수 있는 의견을 굳이 수차에 걸쳐 판사들에게 보냈는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심리는 같은 일이라도 상관으로부터 반복해 듣게 되면 중심이 흐트러지고 자칫 과대평가나 오인을 할 수 있다.

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재직 시절인 지난 해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촛불시위 재판 담당 판사들에게 메일을 보내 것은 어떤 이유가 됐건 부당한 영향력 행사라는 지탄을 받기에 충분하다.

특히, 사건 배당부터 선고 방향에 이르기까지 노골적인 간섭과 압박을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문구가 심심찮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신 대법관이 보낸 메일 내용에는 "집중 배당으로 달성하고자 하였던 보편적 결론을 도출하기 위하여 노력해 달라"(8월 14일), "나머지 사건은 현행법에 의해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10월14일), "적당한 절차에 따라 통상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어떠하냐"(11월 6일), "통상적인 방법으로 종국하여 현행법에 따라 결론을 내려달라"(11월24일)는 주문이 담겨 있다. 아무리 변명해도 압력이 있어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자세히 보면 여섯 차례의 메일 전송은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결과대로 해당 판사들의 심판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느낄수 있다. 굳이 이런 뜻이 없다면 여섯 차례의 메일을 보낼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옛 속담에 '배 밭에서는 갓끈을 매지마라'는 말이 있다. 같은 일이라도 때와 장소가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따지고 보면 '촛불 사건'은 이명박 정부들어 최대의 사건이었고, 현 정부에 치명상을 입힌 대표적인 시위였다. 따라서 현 정부로서도 빠른 시간 내 진상을 규명하고 싶었을 것이다.

바로 이런 문제들이 나타나면 항상 대두되는 것이 '정권의 시녀론' 이다. 그동안은 유사 사건이 발생 할 때마다 검찰이 정권의 시녀를 자청하고 있다는 사회적 지탄을 받아왔다면 이번에는 유감스럽게도 앵무새처럼 독립성을 외치던 사법부가 그 중심에 서 있다.

'정권의 시녀' 라는 오명은 피해를 당하는 쪽의 일방적인 주장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삼척동자도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법의 형평성 결여가 확연히 눈에 띄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같은 형평성 결여는 신 대법관이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촛불 사건' 배당과 관련해 자동배당방식이라 문제가 없었다고 답해 놓고, 보낸 메일(두번째)에서 "특정 판사에게 집중배당하지 않고 널리 단독판사님들께 배당하기로 한 결과…" 등의 문구는 청문회 당시 촛불 사건 배당의 문제점을 알고도 거짓말을 했다는 증거다.

그가 대법관의 명예에 앞서 대한민국 헌법을 중요시 한다면 이 문제는 명확히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임을 알고도 남음이다.

왜, 대한민국 사법부가 이 지경이 됐을까. 검찰도 모자라 사법부까지 정권의 지배에 휘둘린다면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할 법은 사회정의의 중심을 잃고 결국은 인권을 말살하고 정치의 시녀가 되는 치욕적인 역사로 되돌아 가고 만다.

사실 이명박 정권 들어 많은 사람들로 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 현상 중 하나가 권력의 자의적 지배를 정당화 하는 수단으로 법이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는 안된다. 특히 사법부는 사회정의의 보루인 만큼 어떤 권력앞에서도 떳떳해야하며,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우리는 지난 18대 총선 이후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놓고 '친박연대'와 '창조한국당'이 형평성을 잃은 '야당 표적수사'라고 비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이 사건 역시 삼청동자도 다 아는 법의 형평성 결여가 확연히 드러났음에도 검찰은 '친박연대'와 '창조한국당'에 수사력을 결집했고 사법부도 정의를 앞세워 관련 정치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분명히 법의 형평성을 잃었고 '괘심죄' 또는 '표적수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적어도 사법부가 법의 형평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려면 친박연대에 김순애씨가 빌려준 돈을 공천 대가로 보고 처벌 한다면 다른 당의 당비뿐만 아니라 주요 정치인의 후원금도 조사하는 것이 옳았다.

더욱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한나라당의 총선 후보들이 강재섭 대표에게 낸 후원금"과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낸 특별당비 10억 원"도 공천의 대가가 아닌지 수사하라는 국민적 요구도 사법부는 묵살했다.

각 당의 대표자나 공천심사위원 또는 실세 정치인들이 지난 수년간 받은 후원금 내역도 이러한 사법부의 잣대라면 현행법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 모두 조사해 문제가 있다면 처벌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보는 것이다.

이 문제도 친박연대는 당내 경선에서의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지지, 창조한국당은 문국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를 격침시킨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가 가만둘리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적어도 대통령의 의중을 누군가가 촉발시켰고 이들을 끝까지 처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본다. 이는 국회에 비례대표가 도입된 이후 지난 45년 동안 선거 때마다 나온 공천헌금 의혹에 수사기관이 이렇게 전방위 수사에 나선 것도 처음인데다, 철저하게 이들 두 당에 수사력을 집중했다는 사실이다.

제발 사법부가 제자리를 찾기를 바란다. 누구 하나라도 정권욕에 앞서거나 자신의 출세를 위해 법의 중심을 흔든다면 실추된 법의 권위는 되찾을 수 없다. 수많은 사건들이 과연 정당했는지, 또 형평성에 벗어나지는 않았는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원과 법관들 스스로 사법부 독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한다.

'정권의 시녀' 노릇하는, 또 시녀 노릇을 한 법관이 있다면 조용히 사법부를 떠나야 할 것이다. 객관적이며 증거위주의 재판이 아닌 형평성을 잃고 정권의 칼날에 춤추는 사법부의 판단이 횡행한다면 그것은 국가는 물론 국민을 괴롭히는 조폭과 같은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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