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운동장을 되돌려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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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운동장을 되돌려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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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운동장 없는 학교' 방안 재고 돼야

대도시의 변두리에 사는 여유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현대인들이 가까이 접하기 쉽지 않은 산과 들의 풋풋한 내음을 맡을 수 있고 개천에다 발을 담그는 여유가 생겨 삶이 윤택해져 더욱 그렇다.

01일과 06일이 되어 5일장이 들어서면 아이들과 함께 옛 고향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장을 다니면서 어린 동심을 일깨워 줄 수 있어 좋다. 이런 풍성한 정서를 아이들에게 보여 주는 일은 지식 교육 못지 않게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까?

우리 가족들의 또 다른 즐거움은 퇴근시간 후에 가까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의 자유로운 산보를 하는 것에서 찾는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운동장에 모여 뛰고 걷는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란 작아 보이지만 큰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 같아 좋다.

어릴 적 추억의 산실은 단연 초등학교 운동장을 꼽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머물러 있으면 마음을 동심의 세계에 머물러 있게 하여 나를 흥분시킨다. 아이들과 모래성을 쌓기도 하고 그네타기와 철봉을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생각을 공유하여 더욱 그렇다. 시소에서 엉덩방아를 찢기라도 할라치면 금새 추억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함박 웃음을 웃을 수 있어 아음은 한층 더 젊어지는 것 같아 기쁘다.

초등학교 시절, 화장실 너머에서 마주 볼 일을 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오줌 줄기를 쏘아 올리다 형들에게 죽도록 얻어 맞았던 개구장이 시절의 웃지 않을 수 없는 기억들을 되새기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철봉에 거꾸로 매달리다 머리를 모래에 처박아 혼이 난 기억과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보면서 커서 애국자가 되리라고 다짐했던 비장한 각오는 기억 속에 각인되어 나의 가치관을 형성시켰을 지 모른다.

이렇듯 누구나에게 어린 시절의 운동장은 심신의 건강을 담보해 주었고 흙모래 먼지 속을 친구와 뒹굴면서 자연을 닮아 '너와 남'이 아닌 '우리의 공동체'를 가꾸어 왔었다. 그래선지 그땐 왕따란 말도 없었던 것인지 모른다.

지금 대부분 아이들이 학원으로 내몰리고 있지만 학원을 마치면 놀 공간이 부족하여 어린이 놀이터 말고는 마땅히 갈 곳이 없다.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인다며 교실을 증축하는 바람에 학교 운동장이 더욱 쪼그라 들어가고 있어 아이들의 놀이 공간은 더욱 절실해져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지난 1일 "초 중 고교의 설립 기준을 지역별 실정에 맞게 시 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 "내년부터 운동장 없이 교실만 있는 학교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교실을 여기저기 분산하도록 허용하는 분산형 학교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젠 아예 법을 만들어 운동장 없는 학교를 허용하겠다는 것.

얼마 전에는 사교육비를 줄이는 방안으로 학교에서 학원을 임대해주겠다고 하여 국민적 비난을 받고 있는 교육부가 또 한번 국민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정책을 내놓아 빈축을 사고 있는 것이다.

운동장도 없이 체육 수업 시간을 어떻게 하라는 것이며 방과후 아이들을 어디로 내몰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하기야 지방분권시대에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감안하여 내놓은 대책으로 이해할 만하나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닐지?

가뜩이나 운동장이 줄어들고 있는 시점에 운동장 없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교육이 단지 책에서 얻는 지식으로만 이루어진다는 경제논리의 일면인 것 같아 씁쓸하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더 넓은 공간의 운동장을 공급해야 하지 않을까?

학교의 역할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 보다는 신체를 건강하게 만들어 올바른 정서생활을 도모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식은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독학으로 습득이 가능한 것이기에 말이다. 친구와 운동장에서 뒹굴면서 올바른 정서를 형성하고 사회성을 키워가는 것이며 또래집단을 통해 만들어 지는 '우리 의식'은 한 인간으로서 공동체 의식의 기초를 마련하게 되는 중요한 것이다.

정보화 시대를 사는 아이들이 컴퓨터 앞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기 쉬운 때 넓은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은 최소한의 정서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한 국가의 역할인 것이다.

학교 운동장은 어린 아이들의 육체적 건강을 단련시켜주고 정서적 유대감을 키워주는 중요한 학습장이기에 더 넓고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돌려 주어야 한다. 이는 올바른 인성의 형성과 미래의 주역으로 커 가는 데 필수 불가결한 것이기에 당연한 지적이다.

시장의 논리에 교육을 맡긴다면 우리 교육이 더욱 퇴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파행을 자초하는 '운동장 없는 학교' 방안을 내놓아 공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건강한 신체와 올바른 정서생활을 위하여 학교 운동장을 더욱 보강 확장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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