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도시의 이방인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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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도시의 이방인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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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깥 세상은 나에게 낮선 것이 되었다

주말 오후. 분주하던 내 사무실은 어느새 조용해졌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고 난 빈 공간에는 침묵만이 가득하다. 분주하던 일과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나는 빈 공간에 자리 잡고 있는 침묵을 본다. 나는 익숙하지 않은 침묵을 대면하고 있다가 사무실을 나선다. 조금 더 그곳에서 쉬고 싶었는데, 오랜만에 갑작스레 다가온 침묵이 어쩐지 어색하다.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만 한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만남이었는데...

거리에 나선다. 주말의 거리는 분주함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 분주함은 내 사무실에서 익숙하던 그러한 분주함과는 다르다. 나는 조금 전 사무실에서 만난 낮선 침묵과 마찬가지로, 거리에서도 역시 낮선 분주함을 본다. 그래 나는 이런 것들과 너무 동떨어지게 살아왔었다. 너무나 바쁘게, 너무나 꼭 같은 틀에만 둘러 싸여, 그것만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지내온 것이다.

그렇게 일상이 되어버린 것. 오랫동안 내 삶을 채워온 것. 갑자기 그런 것들이 사라져버린 주말오후 나는 이 도시에 낮선 사람이 된 것만 같다. 주말은 주말대로, 평일은 평일대로 얼마나 바쁘게 지내왔던가. 그래서 한가로움, 자유로움, 북적거리고 활기차게 떠들어 댐. 나는 이런 것들에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오고, 염원해왔던 한가로움인가. 나도 다른 이들처럼 세월을 즐기며 살아보고 싶어 하지 않았던가. 그랬는데 마침내 그 한가로움이 내 삶에 불쑥 나타났을 때 내가 느끼는 이 부자연스러움은 나를 당황하게 만든다. 길에 서서 거리를 본다. 울긋불긋한 형형색색의 색깔들이, 터져나갈 듯한 젊음이, 무엇엔가 열중하는 모습들이 참 좋아 보인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찾아본다. 그 자리에 있다. 늘 가지고 다니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그 물건을 쳐다보면서, 나는 다시 미소를 짓고 만다. 주말 아내와 아이들이 고향에 내려간 오후에 전화를 걸 곳이 없는 것이다. 친구들은 여전히 일에 바쁠 것이고, 혹은 여가를 즐기느라 바쁠 것이다. 주말시간이 얼마나 분주한 것인지는 내가 잘 알지 않는가.

길을 걸어본다. 오늘 하루 그저 발길이 가는대로 이 도시에서 잉여된 존재로서 바다위에 부유하는 버려진 물건처럼 사람들 사이를 떠다녀 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아무런 목적도 없이, 아무런 조급함도 없이, 시간에 쫒기지 않고, 무중력과 같은 편안함으로, 그리고 느릿한 걸음으로 이 도시의 분주함을 감상해 볼 것이다.

도시는 꿈과 같다. 필터를 통해 뿌옇게 촬영한 영화 속의 장면들처럼 사물들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느릿느릿 움직인다. 차들은 거리를 헤엄치고, 사람들은 공기방울처럼 투명한 대화들을 토해낸다. 아름다운 춤처럼 사람들이 흐느적거리며 거리를 헤엄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아름답게 꾸며진 하나의 그림 속의 장면들 같다. 내가 손을 내밀 때 내손에 잡아지고 느껴지는 것이 아닌, 꿈속의 장면들 같다.

그래. 나는 그 속에 동화되지 못하고, 여유로움에 적응하지 못한다. 어디선가 본 듯하고 친숙한 듯한 장면들이 펼쳐지지만 그것은 내 삶이 아니다. 이곳은 나에게 친숙한 곳, 내가 머물던 곳, 그리고 잠깐 동안의 휴식 후 내가 다시 돌아가야 할 그곳이 아니다. 나에겐 부자연스러운, 나 스스로의 삶이 금지해버린,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다. 그래 나는 이곳에서 이방인이다.

내가 그토록 염원해왔던 그 자유로움, 그 평화로움, 그 여유로움은 사실 나의 소유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 이 잠깐 동안의 색다른 휴식이 끝나고 나면 다시 나의 익숙한 삶들이 시작될 것이다. 벗어나려 애써왔던 그 곳에서 나는 다시 자유로움과 안식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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