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 고향에서 보내니 최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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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 고향에서 보내니 최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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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거들고 답사를 겸해 고향산천에서 더위 피하기

 
   
  ^^^▲ 휴가 때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도 즐거운 일인데 고향산천 가보지 못한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것도 유익합니다. 고향 화순 운주사와 고인돌공원엘 들렀습니다.
ⓒ 김규환^^^
 
 

사람마다 떠올리는 고향은 다르다

고향은 무엇인가? 언젠가 떠나왔던 곳. 언제고 다시 돌아가 쉬고 싶은 편안한 자리. 잊고 지내던 사투리가 쉬지 않고 흘러나오게 하는 곳이 고향이다. 까무잡잡한 코흘리개 꼬맹이가 나이를 먹어 이젠 몇 명 안 남아 들녘을 지키고 있는 고향. 매미 소리 요란해도 마룻바닥에 부채 하나 들고 늘어지게 낮잠 잤던 고향집.

두메 산골 밭을 일궈 감자 심고 옥수수 삶고 메밀과 콩 등 밭곡식이 주식(主食)으로 알고 살았던 사람들이 있다. 강릉 원주에 터를 잡고 자연과 한 덩어리가 되어 순응하며 살았다. 그들은 지독한 산간벽지에서도 굶지 않고 잘들 버텼다.

 

 
   
  ^^^▲ 호남고속도로 옥과 요금소 앞에 한껏 여름을 머금고 피어서 반긴 해바라기. 아래는 멕시코 해바라기.
ⓒ 김규환^^^
 
 

낙동강 어디 메 사과밭이 널려 있던 곳에 양식 부족했지만 태평성대 구가하며 순박하게 살았던 이들도 있다. 곳곳에 공장이 세워지는 상전벽해를 체험하며 도시로 나와 한 발짝 고향집을 멀리하며 산업화를 겪으며 살았던 사람들. 경주 상주 사람들은 투박하지만 속이 깊다.

소백산 도랑물 굽이굽이 흘러 큰 강을 만들어 서해로 빨려 들어가는 강을 품었다. 남한강 기름진 땅에 기대 오순도순 껴안고 느리게 살았던 충주 청주 출신 양반은 만나 볼수록 정감이 있다.

섬진강 영산강 골짜기마다 다슬기며 재첩 잡아 국 끓여 먹고도 살았다. 지리산 자락에서 나물 캐서 내다 팔며 부러울 게 없이 살았다. 서울 갈 차비를 마련하려고 애썼던 힘든 기억을 갖고 살았던 나주 전주 사람들은 끈질기다.

 

 
   
  ^^^▲ 느티나무 아래 냇가에서 텐트 쳐놓고 수박 먹는 재미
ⓒ 김규환^^^
 
 

서울 토박이도 고향이 있다

너른 들판에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며 큰 꿈을 키워왔던 이들도 있다. 시커먼 탄(炭) 가루와 막장을 벗어나고자 무진 애를 썼던 사람들도 적지 않다.

어디 고향이 반드시 시골이어야만 고향인가? 몇 대를 이어 서울의 변화 상을 지켜보며 올곧게 지키고 있는 서울 토박이도 있다. 서울을 감싸고 서울을 먹여 살렸던 밥맛 좋은 경기도 촌놈도 있다.

그곳이 고향이니 사람마다 고향에 대한 향수가 다르다. 추억도 남다르다. 고향을 그리며 담아 둔 이미지도 각양각색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곳, 너른 평야, 밭만 있는 곳, 오일장이 서던 곳, 어촌, 탄광촌, 적당히 도시화가 진행된 곳, 도심 한 복판을 고향이라 여기고 의례 연상(聯想)하는 이가 있으니 말이다.

 

 
   
  ^^^▲ 들길을 걷다 산자락에서 만난 도라지. 와서 봐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 김규환^^^
 
 

힘들게 살았지만 뼈마디 굵게 하고 사고의 폭을 넓혀준 고향

그래도 고향은 나서 뼈마디가 굵게 했고 사고의 폭을 넓혀 줬다. 그 곳에 가면 포근하다. 힘겹게 살았지만 벌써 멀리 와 버린 현재의 처지에서 보면 더 없이 그립다. 아련하다.

고향이 없는 사람,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 처지에서는 '고향'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을 글썽인다. 그들이 '뼈에 사무친다'는 말을 하면 그 때 난 그 말뜻을 실감한다. 인정하고 마는 것이다. 수몰지역에 고향을 묻어 버린 이들, 북녘에 두고 맘대로 오가지 못하는 이산가족에겐 한(恨)이 되어 응어리진 이들을 어찌 위로할까.

 

 
   
  ^^^▲ 같이 간 아이 고모와 두 형제의 아이들. 한글, 세종, 해강, 솔강이가 물놀이 하던 중.
ⓒ 김규환^^^
 
 

부모님과 고향집이 그립거든...

나에게도 고향이 있다. 꿈에 그리던 고향이 있다. 고향을 그리면 부모님이 먼저 생각난다. 시골집에 어른들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마저 눈에 선하다. 비 오기 전날에는 동네에 자욱하게 밥짓는 연기가 마을을 감싸고 있던 그 풍경에 익숙하다.

동구 밖에는 느티나무 버티고 있다. 공동 우물에 물 기르러 물동이 이고 온 누이와 아주머니들이 잠시 한 마디씩 나누던 동네 정보는 알짜배기다. 빨래터에서는 더 깊은 얘기가 오갔다.

남자아이들은 동네 정자에서 고누며 장기를 두며 더위를 떨쳤다. 그 많던 청년들의 손때가 묻어 세대를 이어 전해졌던 까만 나무 장기 알은 몇 개나 남아 있을까? 어린 친구들은 벽에 기대 말타기를 즐겼다. 누이들은 고무줄 놀이에 공기놀이에 손톱 새가 깨끗할 틈이 없었다.

 

 
   
  ^^^▲ 어릴 적 고누 두고 장기 뒀던 마을 앞 정자
ⓒ 김규환^^^
 
 

많이 변했지만 정겨움은 여전

친구들과 같이 놀다가 겨드랑이와 접힌 살에 땀이 배면 윗옷 홀딱 벗고 개울로 뛰어 들었다. 멱감고 놀았던 깨복쟁이 친구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논두렁 밭 언덕이 그립다.

소 꼴 푸짐하게 베어 놓고 양재기에 된장 고추장 챙겨 아이들과 냇가에서 족대로 버들치, 피리, 꺽지, 미꾸라지, 가재, 징거미 잡았다. 산으로 더 들어가면 뱀장어도 찾을 수 있었다.

두어 그릇 잡으면 비린내나는 물고기 배를 따서 친구네 밭가에 있던 호박 따서 넣고 호박줄기 듬성듬성 썰고 쌀 조금 넣어 매콤하게 어죽 끓여 먹던 나날을 싫어할 사람 감히 누군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들꽃 한 송이가 동무요, 친구였던 고향 산천. 삼천리 금수강산 고향산천엔 아련한 향수가 진하게 배어있다.

 

 
   
  ^^^▲ 족대로 고기 잡는 형님과 조카 한글이. 한 마리도 없습니다. 왜냐구요? 냇가 양쪽으로 축대를 새로 쌓았기 때문입니다. 언제까지 강을 망치려는지 원..
ⓒ 김규환^^^
 
 

고향에 가면 영식이, 순이가 지나갈지 아는가?

어떻게든 올 휴가는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던 고향을 떠나 한적한 곳으로 가보려 했다. 그런데 그게 뜻대로만 되던가? 결국 올해도 휴가를 고향으로 다녀왔다. 형님네 근처 계곡에서 나흘, 처가에서 나흘을 보내며 어른들 일손을 도우며 짬짬이 시간을 내서 맘껏 놀았다. 화순에서는 운주사와 세계문화유산 고인돌 공원에 들렀고, 장수에서는 논개 생가를 들렀다.

부모님 안 계시고 아는 친구도 없는데 고향에 간들 무슨 소용이랴. 아는 사람 만날까 겁나는 고향일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 한 명 찾아 볼 수 없지만 그곳에 가면 익숙하다. 혹 아는가? 머무는 그 곳에 소꿉놀이하며 풋풋한 사랑을 나눴던 순이, 영식이가 지나갈지 모른다. 행여 막걸리 한 잔 나눌 진한 친구가 구불구불한 신작로로 조심스레 차를 몰고 다가올지 말이다.

 

 
   
  ^^^▲ 참나리가 군데군데 무리 지어 피어있었습니다.
ⓒ 김규환^^^
 
 

이름난 계곡, 해수욕장을 찾아가는 것도 더위를 피하는 한 방법이다. 하지만 굳이 시끌벅적한 도시를 떠나 다시 소란스러운 유원지로 피서를 떠나는 것은 여러모로 생각해 봐야할 문제다.

눈감고도 훤한 고향 산천을 아이에게 돌려주자. 부모가 자란 고향을 조금이라도 친하게 해주는 것이 백 번 잔소리보다 낫지 않을까?

 

 
   
  ^^^▲ 물가에서 만난 물잠자리. 고마니 풀 위에 붙어 있습니다.
ⓒ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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