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을 2류로 만들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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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을 2류로 만들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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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의료보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야

나는 민간의료보험을 반대한다.

“왜?” “무슨 이유로, 무슨 권리로 네 마음대로 그것을 반대하는가?” 아마도 이렇게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렇게 자신 있게 대답할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사회적 기본권리인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도대체 민간의료보험이 어디에 있다고 민간의료보험을 반대한단 말인가? 하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나는 또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우리는 매일같이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광고를 보고 살고 있다”라고.

또 어떤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보험증을 가지고 있고, 누구나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는데 왜 또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단 말인가? 생명보험이라면 혹 몰라도...”

그러나 그 생명보험이란 것이 바로 민간의료보험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신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예를 들면, 신문마다 지면을 채우고 있는 생명보험광고의 암 보험에 관한 조항이 결국은 또 다른 형태의 의료(건강)보험, 즉 민간의료보험인 것이다.

그 외에도 ‘... 특약’ 이란 형식의 조항들 중 많은 부분이 결국은생명보험의 형식을 띈 민간의료보험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민간의료보험은 우리들의 주변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생명보험으로 무심코 보아 넘겼던 것이 사실은 민간의료(건강)보험이다.

그리고 의료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결국은 공식적인 민간의료보험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신중하게 검토를 하고 있다. 민간보험을 만들어 건강보험이 감당하기에 부담스러운 부분을 민간보험에 떠넘김으로써 건강보험 재정적자의 위기를 벗어나려는 것이다. 물론 민간보험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들의 로비도 치열할 것이다.

우선 하나씩 짚어보자.

왜 생명보험 상품으로 나와 있는 암 보험이 민간보험이란 말인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보험 상품의 이름이 무엇으로 되어있든, 그것이 보장하는 내용이 질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보장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암으로 치료를 받을 경우 간병인비 얼마, 수술비 보조금 얼마 라는 식으로 나오는 항목들이 결국은 질병이 발생했을 경우에 건강보험급여와 더불어 도움(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건강할 때 보험을 들었다가 아플 때 보험급여를 받겠다고 하는데 그것을 반대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오히려 장려를 하면 몰라도?” 라는 생각이 들기 쉽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유는 또 하나의 보험인 건강보험이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이나 민간보험(그것이 생명보험이란 이름으로 불리든, 민간 의료보험이라고 불리든 상관없이) 모두 동일하게 보험의 원리를 가지고 있다. 보험은 위험을 분산하자는 것이 기본목적이다. 여러 사람 중 누구에게 다가 올지 알 수 없는, 불특정한 위험을 여러 사람이 함께 기금을 모았다가 불행이 닥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보험이다.

그런데 건강보험(공적보험)과 민간 보험의 결정적 차이는 보험금을 내는 비율이 위험율에 따른 것인가, 소득률에 따른 것인가 하는 점에 있다. 건강보험은 질병의 위험도에 관계없이 개개인의 소득이나 재산에 따라 보험납부 액수가 결정된다. 그러나 민간보험은 개인의 나이, 건강진단의 결과에 따른 위험도에 따라 납부 액수가 결정되게 된다.

자동차 보험을 예로 들어보자. 나이가 어리고, 사고의 경험이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보험금을 더 많이 내어야 한다. 그것은 그러한 조건의 사람들이 자동차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 많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그러면 건강보험의 경우는 어떠한가. 자동차 보험과 같은 방식으로 건강보험 납부액수를 산정한다면, 가난하고 몸으로 때우는 일을 하기 때문에 바쁜 사람들, 따라서 평소에 건강을 챙길 여유가 없고,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여 더 심각해지는 것을 예방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은 자동차보험이나, 상해보험과 같은 필요에 따라서 드는 보험이 아니라 ‘모든 국민은 건강할 권리가 있다’는 헌법정신에 따른 ‘공적성격’의 ‘사회보험’이다. 이 결정적 차이점 때문에 사회보험은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건강의 위험도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담능력에 따라서 보험금을 납부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렇다고 하여 암 보험과 같은 민간보험을 반대하여야 할 이유가 무얼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이 글을 여기까지 이끌어온 핵심이유이다. 그렇다. 암 보험은 분명 좋은 보험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암 보험에 가입을 할 수 있으면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오히려 암 보험의 보장내용, 즉 진단 시 위로금 얼마, 간병인비 얼마 등의 보험 내용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되었으면 하고 절실히 염원한다. 바로 그 때문에 역설적으로 민간보험으로서의 암 보험을 반대하는 것이다.

암 보험이나 혹은 다른 형태의 ‘프리미엄(보장내용이 건강보험보다 한층 나은)’민간보험이 정착되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이중의 건강보험 체계를 가지게 되는 결과를 낮게 될 것이다. 즉, 가난한 사람들의 - 적게 보험료를 내고, 보장받는 내용도 적은-싸구려보험(건강보험)과, 부자들의 - 능력껏 많이 내고, 더 우아하게 아플 수 있는 - 보험의 두 가지 의료보장 체계 말이다.

마지막 남는 의문은 이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그것이 왜 나쁘다는 것인가?

그것은 분명히 나쁘다. 보험료를 부담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형태의 사적보험으로 빠져나가 버린다면(건강보험을 같이 가입하고 있더라도) 건강보험 자체가 업그레이드 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첫째로, 돈 있는 사람은 이미 사적형태의 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으므로 건강보험이 지금보다 보장내용이 좋아질 필요가 없다고 느낄 것이다. 자신이 이미 사적으로 가입해 보장받고 있는 내용을 건강보험이 다시 도입하고 그 때문에 자신에게 또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내도록 요구하는 것에 반발할 것이다.

두 번째, 가난한 사람은 자신들이 유일하게 가입하고 있는 건강보장체계인 건강보험이 더 많은 의료보장을 해주기 위하여 보험료를 올리려고 할 때, 더 이상 부담할 경제적 능력이 없다.

따라서 지금의 형태로 방치를 한다면 국민의 건강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건강보험은 이름만 남은 2류 보험으로 전락하고,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고급보험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우리들의 결단과 노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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