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은 신문을 마음대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나중에는 스포츠신문 보느라고 시간을 탕진하긴 했지만 그래도 재미는 있었습니다. 그리고 TV 드라마 때문에 아내와 싸우지 않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저는 '대하사극' 이나 '시트콤' 류를 좋아하는데, 집사람은 '휴먼드라마" 아니면 '시사 토론', '시사취재물' 등을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때문에 부부싸움하는 것은 참 우스운 일입니다. 그런데 컴퓨터에서 '다시보기'를 하면 되니까 그렇게 좋을 수 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신문도 안보고 '다시보기'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대신, 글을 쓰기도 하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E-MAIL을 보내는 시간을 갖습니다.
처음엔 컴퓨터로 글을 쓰는게 너무 싫었습니다. 손가락으로 자판을 '톡톡톡' 하고 누를때마다 머리 속에 정리되 있던 생각들이 부서지는 것 같았습니다. 꼭 뭐 같았냐 하면, 머리 속에서 '벽돌깨기 게임'이 벌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기껏 생각을 정리하면 '공' 하나가 튀어 올라와서 벽돌을 깨뜨려 버리는 신경질 나는 게임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컴퓨터로 글을 쓰는게 훨씬 좋습니다. 바닷가 모래 위에 파도가 밀려와서 그림을 지우고, 파도가 잠시 한 눈 파는 사이에 다시 그림을 그려 넣는 것처럼 끊임없이 생각을 썼다 지웠다 할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그리고 글씨가 이쁘게 나와서 마음이 놓입니다. 글씨를 잘 쓰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하고 부러워 한 적이 있습니다. 중학교때 " 못쓴 글씨'때문에 곤욕을 치른 다음부터 더욱 그랬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국어, 국사, 세계사 과목을 무척 좋아 했습니다. 아무리 점심 먹고 5교시 수업을 한다고 해도 위의 과목일 때에는 졸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날은 국사 시간 이었습니다. 수업에 들어 오신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한 가지 과제를 내 주셨습니다. 그리고 빨리 노트에 정리해서 제출하라고 하셨지요. 원래부터 좋아했던 과목이었고 과제물도 그리 어렵지가 않았습니다. 제일 먼저 내면 선생님이 칭찬해 줄꺼라는 기대를 가지고 얼른 문제를 풀어 노트에 잘 정리해 놓았습니다. 답을 정확하게 썼으니까 당연히 선생님이 칭찬해 주실줄 알았습니다. 더구나 제일 먼저 냈으니까요.
그러나 제 노트를 살펴보시던 선생님은 "뭐야, 누가 이렇게 엉망으로 써서 내라고 했어, 누굴 놀리나" 하면서 그 자리에서 노트를 갈기갈기 찟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정말 기가 막혔고 속이 상했습니다. '죄라면 글씨 못쓴 죄밖에 없는데, 이건 너무 하는거 아니야' 하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화가 나기도 하고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서운한 마음부터 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선생님을 화나게 했던 '생긴 글씨'가 이쁜 글씨' 로 바뀐 것도 아님니다. 한 번 악필은 평생 악필이더군요. 그런 저의 고민을 해결하는데는 컴퓨터가 제격이었습니다. 컴퓨터 자판을 통하면 누구나 명필이 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정말 기쁜 소식입니다. 지금은 일반 편지를 보낼 때도 자판을 두들김니다. 알아볼 수 없는 글씨로 남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보다는 깨끗하게 정리된 자판 글씨가 훨씬 나을 수 있다는 것을 오래전에 경험해 보았기에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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