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에 대한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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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에 대한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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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나는 오래된 책에서 한 장의 사진을 보았다. 그냥 단순한 영어 회화책의 표지일 뿐인 그 사진은 나의 시선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사막의 사진이었다. 그 사진은 비행기를 타고 높은 곳에서 찍은 것인 듯 했다.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 사진에는 광활한 모래위에 단 한 줄의 글씨가 쓰여 있었다. 조그만 구릉을 덥혀 있는 넓은 사막에, 나무더미를 쌓아서 만든 그 글씨는 그 특이한 모양만큼이나 뚜렷하게 나의 삶으로 다가왔다. 그 글씨는 영어를 잘 모르는 나도 알 수가 있었다.

I LOVE YOU.

나는 어릴 적 아버지의 오래된 서고에서 인생의 진리를 뒤지고 있었다. 먼지 틈에 숨어 있을 어른들 세계의 진실, 내가 미처 알지 못하고 있는 삶의 의미를 알아내고 싶었다. 사람의 삶에는 무언가 커다란 의미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삶의 의미를 탐구하기 위한 나의 긴 여정은 이미 그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영원한 방랑자였다. 그리고 그 사진을 본 것이 나의 방랑의 시작이었다. 나는 출발점에서 한 장의 사진을 보았고, 그 사진은 나의 삶을 방향지은 열쇄 중 하나가 되었다.

소년은 비행기를 날렸다. 종탑이 높이 솟은 교회 예배당 2층에서 소년은 조용히 종이비행기를 접었고 그것을 날렸다. 자신이 접은 비행기를 예배당 안에 흐르는 공기의 결을 따라 조심스레 놓아 보내는 그 손길은 아주 정성스러웠다.

비행기는 잠시 흔들거리다 금세 중심을 잡았다. 조그만 종이비행기는 건듯건듯 하면서 공간을 가르고 시간을 가르고 교회안의 어둠을 비치는 밝은 햇살이 있는 창가로 날아갔다.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밝게 빛나는 비행기가 조그맣게 사라져 가는 것을 소년은 오래오래 지켜보았다.

어두운 음악다방에서는 피아노가 춤을 추고 있었다. 콩나물 머리들이 정신없이 흔들리며 삶의 의미를 속삭이고 있었다. 그래 삶은 그렇게 다단한 것이었다. 어둠 속에서 어두운 벽을 바라보면서 청년은 음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려 애쓰고 있었다.

아직도 삶에는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을 알아내어야만 했다. 비밀의 끝, 의미의 끝, 방황의 끝. 그것을 위해서라면 아주 먼 여행도, 아주 힘든 길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열정은 끝이 없었으나 어디로 가야할 것인지. 어디에서 무엇을 찾아야 할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어둠저편 어딘가에 분명히 숨어 있을 햇살을 찾아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았다. 가슴을 억누르는 답답한 시간이 음악다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사나이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사나이의 머리카락은 뱀처럼 헝클어져 있었다. 사나이의 굻고 있는 무릎위에 가지런히 두 주먹을 놓고 있었다. 사내는 그렇게 그림처럼 조용히 않아서 무엇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오랫동안의 응시로 충혈 된 눈에는 바위가 비쳐 있었다.

오랜 세월의 풍파를 거치고 인고의 세월을 지내온 그 바위는 인생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입을 지니고 있었다. 바위는 미동도 하지 않고 제자리만을 지키고 있었다. 사내도 침묵만을 지키며 바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긴 시간이 지나고 바위는 낡아가고 사나이는 늙어갔다.

포근한 바람이 분다. 강가에 서서히 푸른색이 돌기 시작한다. 이름모를 새는 느린 날개 짓으로 하늘을 산책하고 시간은 여전히 지구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다. 물결은 잔잔히 여울지며 끊임없이 흘러가고 구름사이로 파란 하늘이 듬성듬성 보인다.

곧 개나리가 필 것이다. 그리고 봄이 올 것이다. 봄은 올 것이다. 사나이는 강가에 서서 흘러가는 물결을 바라보다 돌 하나를 주워 던져본다. 물결위에 파문이 번져가는 것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띠고 조용히 노래를 불러본다. 노래는 종이비행기처럼 반짝거리며 흐르는 강물을 따라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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