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파서 며칠 쉬었다던데 이젠 괜찮은가?"물었더니 "아직도 몸이 뻐근하긴 하지만 계속 쉴 수가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나왔다"고 했다.
"어디가 그리도 아팠길레 쉬었느냐?"고 물으니 "일전에 수술을 받아서 이젠 나았지 싶었던 치질이 하지만 술을 많이 마셨더니 그만 또 재발하여 재수술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혼도 안 한 젊은 사람이 칠칠맞기는..."하면서 흉을 봤더니 C차장 하는 말이 "이 세상에 두 발 달린 동물은 누구라도 치질에 걸리는 겁니다"라며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아무튼 얄팍한 의학지식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야 나도 아는 사실이긴 하지만 아무튼 치질은 그 고통이 매우 심해서 늘 조심해야 할 거야, 그리고 치질과 술은 상극이니 술은 가급적 삼가게나..."라고 걱정을 해 주었다.
그러자 C차장은 "몇 일 후면 예비군훈련을 가야 하는데 몸이 지금처럼(치질로 인해) 아프면 훈련을 받기에도 무척이나 고생할 거 같습니다."라며 벌써부터 큰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럼 예비군훈련을 받을 때 교관한테 내 몸이 이러저러하니 좀 봐 달라고 사정을 해 봐"라고 했더니 머리를 한참이나 굴리던 C차장 하는 말이 "옳아~ 제게도 다 생각이 있습니다."라면서 희심의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그래서 잔뜩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무슨 좋은 수라도 있나?"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보건소에서 나와서 정관수술을 무료로 받을 사람 을 나오라고 하면 그때 나가려구요... 그럼 훈련은 자동으로 면제가 되거든요..."라며 꼼수를 부리는 것이 아닌가. 그 말을 듣고 나는 '맞아! 그런 수가 있었지...!'라고 생각하면서 C차장 의 우수한(?) 머리를 존경스럽게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니 C차장은 아직 장가도 안 간 사람이라는 생각에 이내 화들짝 놀랐다.
그래서 "자넨 아직 장가도 안 갔기에 애도 없는데 벌써부터 정관수술을 하면 대체 어쩌자는 건가?"라고 물었더니 장 차장은 그제서야 "그야, 뭐... 다음에 천천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지요..."라며 얼버무리는 것이었다.
"예끼~ 이 사람아, 농담도 그런 농담은 하지 말게!"라고 말하면서 껄껄 웃노라니 지금으로부터 십 여년 전에 벌어졌던 '공짜 좋아하다 큰 코 다친 어떤 사건'이 떠올라 실소가 나오는 것이었다. 십 여년 전에 예비군 훈련을 갔는데 오전 교육을 하고있던 중에 보건소에서 나왔다는 분이 "정부에서는 산아제한을 위해서 희망하시는 여러분들께는 무료로 정관수술을 해드리니 원하시는 분은 지금 당장 이 앞으로 나오세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질문의 속사포가 쏟아졌다.
"그럼 훈련은 빼 주나요?"
"당연하죠! 나머지 교육은 이수받은 것으로 해 줍니다"
"수술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네, 잠깐이면 됩니다. "
"그 수술 하면 앞으로는 영원히 애를 못 낳습니까?"
"아닙니다, 다음에라도 애를 낳고 싶은 분은 재수술을 받으시면 됩니다"
그러자 일순 분위기가 술렁거리더니 한 사람 두 사람이 계속 손을 들며 보건소차량으로 다가가는 것이었다. 그러자 훈련교관은 정관수술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의 인적사항을 파악하여 기재하고는 차에 태우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부화뇌동하여 '공짜로 수술 받고 덩달아 예비군 훈련까지도 빼 먹을 수 있다'는 공짜심리에 편승하여 그만 손을 번쩍 들고 보건소 차량에 탑승했다.
그런데, 공짜는 역시(!) '비지떡'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으니, 수십명의 예비군 아저씨들 틈에 끼어 정관수술을 받기는 받았는데 하지만 수술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도 아랫도리 부분이 너무도 아파서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다 먹었지만 이튿날 아침에는 더 아파서 도무지 출근을 할 수 조차도 없었던 것이었다. '틀림없이 뭔가 잘못 된 거야!'라는 극심한 공포감이 엄습하기에 비뇨기과를 찾아가니 진찰을 끝낸 비뇨기과 원장은 "아무래도 수술이 잘못 된 거 같다"며 상태가 좋아질 때까지 매일 나와서 치료를 받으라고 하는 것이었다 .
순간 나의 분노감은 하늘을 찔렀다.
'아무리 예비군훈련을 빼 준다는 구실로 받은 공짜수술이긴 하지만서도 멀쩡한 사람을 이처럼 병신으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 당장에 쫓아가서 따져?'
하지만 공짜 좋아하다 경 쳤다는 자격지심에 그만 불같은 노여움을 제어하고는 자비(自費)를 부담해 가면서 보름간이나 더 다닌 후에야 겨우 치료를 마칠 수 있었다.
이제 나는 40대 중반이 되다 보니 오래 전부터 민방위훈련을 받으므로 통 모르겠는데, 지금도 내가 궁금한 건, 지금도 예비군 훈련을 가면 보건소에서 차를 가지고 나와서 예비군훈련을 받는 남자들을 정관수술 해 준다는 구실(?)로 데리고 가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경험자가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정관수술, 정말이지 그거 잘 해야 한다!
그리고 끝으로 한 말씀 더 드리는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의 천착이다.
요즘 들어 우리나라 국민들의 출산율이 최저라는데 그럼 내가 이 나이에 아이를 하나 또 낳아 봐? 아니다.
그 무슨 추태요, 망령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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