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방임의 시카고학파 파워 약화
미국의 프린스턴 대학의 경제학 교수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55)이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자 세계 경제의 핵심으로 자리잡아오던 시카고학파가 뒤로 물러나면서 네오케인지언(신케인즈학파)이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3일(현지시각) “폴 크루그먼은 자유무역(free trade)과 세계화(globalization)의 영향은 무엇인가?, 세계적인 도시화를 뒷받침하는 추진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으며, 국제무역과 경제지리학(international trade and economic geography)분야를 통합하는데 기여한 것이 수상의 공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세계 금융대학살 위기 속에서 크루그먼의 노벨상 소식은 자유주의 시장 경제이론을 설파하며 자유방임주의를 주창하던 시카고학파에 자성론이 부상하면서 커다란 타격을 입고 있다. 신 케인지 학파의 중심에 선 폴 크루그먼의 부상은 시카고학파를 대체할 이론으로 부활을 알리고 있다. 케인즈학파의 이론은 정부 개입과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며 자유방임주의의 설자리를 빼앗고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 정부가 은행지분을 직접 인수해야 하며 구제 금융 자체로는 돈과 시간만 낭비한다고 비판을 해온 대표적인 네오케인지언이다. 그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자 부시 대통령은 그를 비판하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그의 주장이 어떻든 미국의 금융위기를 치유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결국 은행에 대한 2,500억 달러를 들여 은행의 지분인수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네오케인지언의 학설을 추종하는 결과를 낳았다. 크루그먼은 사회안전망을 더욱 확충해야 하며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 개입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 온 인물이다. 최근 금융위기와 맞물려 신케인즈학파의 이론은 부활을 알리고 있는 반면 시카고학파들이 주창해온 ‘신자유주의’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들이 부상하고 있다. △ 폴 크루그먼의 몇 가지 세부적 주창이론 *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저(低)투자 비판 : 유럽, 일본, 중국은 물론 사회간접자본시설은 국가가 책임지고 있으나 미국은 유일하게 민영기업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어 비용은 물론 안보에도 도움이 되지 못했음을 시사하며 부시 정책을 비판했다. 한국의 MB정부의 국영기관 및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민영화 정책이 이미 실패로 입증된 부시 정권의 시책을 추종하는 것이 크루그먼의 주창과 배치돼 있어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 감세 정책은 재정 적자의 주요 원인 : 그는 감세 정책은 재정적자의 주요 원이라면서 재정적자는 결국에는 금리의 급등을 초래하고 통화의 위기, 국채의 위기를 유발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규제완화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소유 확대 정책’은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미국 부시 행정부의 세금 되돌려주기 정책 및 한국의 종부세 및 소득세 완화 등의 정책과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대목이다. *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확대는 기본적으로 위험 : 그는 국민연금의 대형화와 주식투자의 확대도 부시 행정부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고갈상태의 연금 자원 확대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견해에 대해 주식투자는 근본적으로 위험하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지난 9월 위기설 중에 대규모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에 따른 큰 규모의 손실 등 한국의 정책이 크루그먼의 주장과 역시 대조되는 대목이다. △ 시카고학파의 위기 시카고학파는 ‘신자유주의 학파’라 불리기도 한다. 최근 타계한 프리드먼은 시카고학파의 대표주자이다. 그는 1956년 이래 신화폐수량설(new monetarism)을 주창해 세계적으로 이목을 끈 인물이다. 시카고학파는 미국의 명문 시카고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주창하며 미국경제를 근 30년간 이끌어온 학파로 시장 경제기구에 의한 자원 배분 신념으로 합리적 경제운영을 꾀한다는 이념을 갖고 있다. 시카고학파는 케인즈 경제학에 대립되는 입장에 서서 고용, 가격 등의 수준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통화공급량을 중시하며 정부의 활동보다는 민간의 자유로운 행동을 중시하는 학파로 닉슨 행정부에 의해 처음으로 채용돼 이른바 ‘니크소노믹스’와 이후 레이건 정부의 ‘레이거노믹스’를 이끈 이론학파이다. 그러나 금융 위기의 근본 원인은 시카고학파의 이론의 핵심이라 할 자유방임 때문이라는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시카고학파의 명성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고 있다. 또 자유주의 경제학의 본산인 시카고대학교 내부에서조차 시카고학파가 금융위기를 키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비난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위기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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