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진을 많이 찍는 이유
스크롤 이동 상태바
내가 사진을 많이 찍는 이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일요일에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계족산 등산을 다녀왔다. 무덥기는 하였으나 맑은 공기는 일상의 스트레스까지도 죄 떨어내는 듯 하여 기분이 매우 상쾌했다.

그 곳에서 찍은 필름을 맡긴 현상소에 가서 어제 사진을 찾아왔다. 그 사진을 보관하려고 앨범을 꺼내다보니 지난 세월에 찍은 이런저런 사진들이 당시의 풍경과 시대상을 담고는 우리가족 앞에 다시금 선을 보이는 것이었다.

사진을 보관할 요량으로 앨범을 정리하다보니 이 세상에 단 한 장뿐인 선친의 사진이 눈에 콕 들어왔다. 아들이 첫돌이었을 때 아버님이 우리집에 찾아오셨을 적에 찍었던 아들(손자)을 안고 찍으셨던 단 한 장의 사진.

지금이야 합성이 자유로운 디지털 카메라와 심지어는 핸드폰에까지 카메라가 달려있는 세월이다. 하지만 내가 어렸을 적 당시에는 늘상 빈한지경이었던지라 사진 한 장을 찍는다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사치에 다름 아니었다.

그러하니 발품을 팔아 사진관에까지 가서 가족사진을 찍는다는 것 역시도 대단한 호사의 극치였다. 아버님은 유일하게 그 사진 한 장을 남기시고는 아들의 첫돌이 지난 불과 두 해만에 이 세상을 등지셨다. 그러한 빈곤의 세월 탓으로 인해 지난 세월에 사진을 많이 남기지 못한 회한 탓이었을까.

그래서 나는 결혼한 이후로 내 가족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가급적이면 많이 남기려고 사진 찍기를 그렇게도 좋아했던가 보다. 세월은 유수처럼 흘러서 아버님이 품에 안고 사진을 찍으셨던 내 아들은 이제 다음 달이면 군에 입대한다.

둘째인 여고생 딸아이의 출생은 보지도 못하시고 저승으로 가신 아버님이시다. 지금껏 아버님이 생존해 계셨더라면 그 얼마나 좋을까!

"비록 없이 살지언정 정직하게 살 것이며 신의를 잃지 말아라"고 가르치셨던 아버님. 나는 아버님의 그 유훈을 충실히 받들었으며 아울러 내 아이들도 그처럼 올바르게 가르치고자 노력해 왔다. 앨범을 닫으며 안방에 걸려있는 가족사진을 올려다 보았다. 하지만 거기에도 아버님의 모습은 역시 없다.

나 자신 불혹의 언덕을 지나 지천명으로 가는 즈음이어서일까. 아니면 시나브로 나이를 먹어감에서 일까. 아무튼 이미 떠나가신 분에 대한 짙은 그리움은 역시 어쩔 수가 없다.

아버님, 아버님이 계신 그곳에도 이 여름은 그리도 더우신가요? 언젠가는 제가 다시금 아버님을 다시 뵐 날이 오겠지요. 아버님, 부디 극락왕생하십시오. 그리고 친손자의 군 생활에 늘 건강과 보람이 함께 하도록 보살펴 주십시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기획특집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