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공동증' 환자 전문식 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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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공동증' 환자 전문식 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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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없이 깊게 잠들어 보지 못한 남편 vs 늘 함께 깨어나 곁을 지켜주었던 아내

^^^▲ 전문식(61·대구시 동구 신암동)씨입술을 꽉 깨물고 신음을 참아보지만, 어느새 아내(유태재·59)는 불을 켜고 일어나 ...
ⓒ 배철현^^^
"으 으……."

세상이 모두 잠든 깊은 밤. 캄캄한 어둠을 가르며 와락 덮쳐온 통증에 전문식(61·대구시 동구 신암동)씨는 또다시 얕은 잠에서 깼다.

아랫배와 허리에서부터 시작된 통증은 이내 엄청난 고통이 되어 전씨의 온몸을 휘감았다.

전씨는 옆에서 잠든 아내를 깨우지 않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물고 신음을 참아보지만, 어느새 아내(유태재·59)는 불을 켜고 일어나 송글송글 땀이 맺힌 전씨의 얼굴을 닦아준다.

10여년의 세월동안 단 하루도 고통없이 깊게 잠들어 보지 못한 남편.

또 남편이 아파할 때마다 늘 함께 깨어나 곁을 지켜주었던 아내. 그런 서로가 마냥 안쓰럽고 고맙기만 해, 부부는 가만히 고개를 돌려 눈물을 삼킨다.

전씨의 병은 척수공동증이다. 지난 98년, 파티마병원에서 수술을 할 때 그 병원에서는 처음으로 척수공동증 환자를 수술했을만큼 희귀한 전씨의 병은, 척수 내에 물주머니가 생겨 신경통로를 누르고 급기야는 온 몸의 신경을 차단해 버리는 무서운 병이다.

“이토록 희귀한 병이 어떻게 내한테 왔는지 모르겠네예. 처음엔 소변에 이상이 있었지예. 그라고 오른쪽 등이 아프디만 쪼매씩 휘어져예.”

그 때부터 전씨의 온몸에 마비가 오기 시작했다.

혀가 굳어 말을 더듬더니, 이내 왼쪽 다리와 팔도 뻣뻣하게 굳어갔다.

그렇게 10여년의 세월동안 전씨는 소중한 자신의 신체 부위들이 하나 하나 마비되어 죽어 버리는 걸 믿을 수 없는 눈으로 지켜봐왔다.

이제 전씨는 자리에서 일어설 수조차 없는 2급 장애인이 되어버렸다.

마비증세는 전신을 파고드는 고통도 함께 불러왔다.

“몸이 견딜 수 없이 아픈데 어쩔 수 있습니꺼. 자꾸 더 독하다는 약을 먹게 되고, 또 그 독하다는 약도 몸에서 면역력이 생기니까 한 알 먹을 거 두 알 먹게 되고, 또 더 있다가 세 알 먹게 되고…….”

보통 약국에서는 구할 수도 없는 강한 약들을 계속해서 먹다 보니, 어느새 위장도 허물어져 내렸다.

“이젠 밥도 제대로 못 먹어예. 식사 때마다 아내가 콩을 갈아서 콩물에 밥을 말아줘예. 자극적이고 그런 거는 아예 입에 대지 말라꼬 병원에서 안캅니꺼. 그라다보이 대소변도 잘 못봐예. 일주일에서 열흘쯤이나 돼야 한 번 일 보고, 또 얼마전까지는 소변도 이렇게 몸에 호스를 끼워넣어 가 그래 해결했다 아입니꺼.”

아직도 전씨의 몸 안엔 길이 70cm의 가느다란 호스가 삽입되어 있다.

마치 핏줄처럼 등줄기를 타고 올라 목을 넘고, 가슴과 배로 내려오는 호스는 전씨의 척수에 고여 있는 물을 복부로 빼내주기 위한 것이다.

아프기 전 조그맣게 장사를 하면서 생계를 꾸려나가던 전씨는 오랜 투병생활동안 수술비며, 약값으로 그나마 가진 재산을 다 써버렸다.

양재 일을 하면서 전씨 대신 돈을 벌어오던 아내도 얼마 전부터 자주 앓기 시작하더니 이젠 전씨의 병간호만도 힘에 부쳐한다.

전씨가 의지할 곳은 얼마 안 되는 정부보조금 뿐이지만 방값을 내고 나면, 쌀이랑 찬거리를 사기에도 빠듯하다.

약값을 구해야 했던 전씨는 얼마 전, 5백만원이란 큰 빚을 낼 수밖에 없었다.

“낫진 않아도 더 병이 퍼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네예. 아직 오른팔은 쓸 수 있으니까, 전동휠체어라도 하나 있으면 다시 장사했시믄 하는 맘이 굴뚝같지예. 우리 안사람, 뭐 좀 맛난 것도 사주고 이쁜 옷도 입혀주고, 10년동안 제 뒷바라지에 싸구려 호강 한 번 못 해본 사람 아입니꺼.”

잠시도 떠나주지 않는 통증 때문에 간간이 말을 끊고 힘겹게 몸을 뒤척여 가면서도, ‘아내를 위해 무언가를 해 주고 싶다’고, 끝내 속마음을 드러내는 전씨의 말이 낮게 내려앉은 하늘에 가 닿는다. 전씨의 아내는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더니 가만히 전씨의 손을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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