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 키신저의 ‘실용주의와 합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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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살 키신저의 ‘실용주의와 합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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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등 실용주의와 합리성이 작동하는가?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는 1923년 5월 27일에 태어났다. 2023년 5월 27일부로 꼭 100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현재 키신저 어소시에이츠 회장이자 전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노련한 정치가이다. 그는 또 닉슨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근무, 중국 공산당과 화해를 도모했던 ‘현실주의 전략가’이다.

키신저의 개인적 명성은 전 세계가 인정한다. 그의 국제정치 무대에서의 전설적인 경험은 미국 언론들로 하여금 ‘키신저 세기(Kissinger century)’라는 기사를 쏟아 냈다.

지난 5월 7일 미 CBS방송은 유명 언론인 ‘테드 코펠’과 나눈 인터뷰에서 키신저는 “우크라이나 위기가 전환점에 접근하고 있다고 본다. 이제 중국이 협상에 뛰어들었으니 올해 말쯤 (그러한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중국의 협상 개입에 회의적이었던 서방국가들의 인식에 변화가 일고 있다. 최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이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키신저의 예리한 보는 눈을 신뢰하는 보도이다.

키신저는 인터뷰에서 “1970년대 중국의 개방이 세상을 더 나아지게 했느냐 아니면 더 위험한 곳으로 됐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국제 시스템에서 중국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중국의 위상을 뒤로하고 세계 문제를 다룰 수 없다는 시각의 단면을 내비쳤다.

미국을 비롯 세계의 유수 언론들은 “전 세계적으로 독성 포퓰리즘(toxic populism)의 부활, 미국과 중국 사이의 새로운 냉전의 출현” 등 경고음을 발했다. 따라서 스스로를 재발견할 때라는 게 현실의 자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헨리 키신저에 대한 판단과 평가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는 미국 내에서 심한 비난과 회의론에 부딪쳤고, 백악관에서 근무하는 동안 내린 결정들 가운데 일부 비판을 면치 못했지만, 그 어느 누구도 그를 무시할 수 없었다.

닉슨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베트남 전쟁의 종식, 그리고 당시 미-소 관계의 완화와 같은 역사를 바꾼 세 가지 주요한 세계 사건에서 대체할 수 없는 키신저의 역할은 그를 역사가 오래 기억하게 했다.

키신저는 어떤 일부 가치와 국내 정치의 족쇄를 넘어 실용적이고, 이성적으로 미국의 진정한 국익에서 나아가 오늘날 미국이 가장 부족한 대담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외교를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이다. 단지 미국만 부족한 것이 아니다. 중국도 실용주의와 합리성에서 거리가 멀다. 세계가 키신저의 실용주의와 합리주의를 채용해야 한다. 한국의 정치는 더욱 더 깊은 성찰을 통한 인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고, 아군과 적군의 구분 없는 친구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 한국의 앞길이었으면 좋겠다. 키신저가 그것을 가르치고 있다.

백악관의 권력 중심지를 떠난 후, 키신저는 그의 정치적, 외교적 경력을 끝냈지만, 사상가이자 전략가로서 더 긴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현실 세계에 대한 그의 관심과 호기심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으며, 오늘날 그의 영향력은 더 심오하여 더 두드러지고 현실적인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복잡하고 격동적인 국제 정세는 세계로부터 깊은 우려를 부르고 있다. 그러한 상황이 키신저의 견해를 부르고 있다. 100세의 키신저가 현재의 교착 상태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성공적인 제시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미국이나 중국, 나아가 러시아의 지도자도 사고(思考)체계는 ‘자기중심’에 함몰되어 있다. 배려와 함께는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하다. 키신저는 정치적인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의 문화와 철학을 최대한 이해하려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데에 이견이 거의 없다. 현재 세계의 많은 특히 강대국들의 지도자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지도력의 하나일 것이다.

1990년대 초, 키신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의 동쪽 확장을 예측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중국과 미국 사이의 “신냉전”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또한 그는 중국의 생각을 잘못 판단하지 말라고 워싱턴에 상기시켰다. 그의 정책 제안은 강력한 합리성과 실용주의가 특징이다. 그러나 실용주의나 합리성의 결여는 현재 미국이나 중국이나 냉전 종식 이후 외교 정책에서 반복적으로 실수를 한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일본, 러시아라고 예외가 아니다.

실용주의는 키신저로 하여금 반세기 이상 중국과 미국을 거의 100번 왕복하며 중국을 가장 많이 방문한 미국 정치인이 되게 했다. 실용주의 노선에 합리성이 가세하면 외교는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힘을 바탕으로 한 외교는 힘이 있어 보이지만 결과는 그만큼 나타나지 않는다. 중국의 전랑외교(wolf-warrior diplomacy)가 그렇고, 미국의 자국우선주의(America First) 외교가 그렇다. 한국의 미일 일변도 외교(pro-US & Japan diplomacy)는 더욱 그렇다.

미국은 키신저와 같은 베테랑 정치인들이 보여준 정치적 지혜와 용기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중국은 아예 키신저와 같은 베테랑 정치인이 없었다. 2023년 5월 말 현재 한국 정치에도 베테랑 정치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숙련되고 노련한 정치인이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실용주의, 합리주의를 무기로 외교에 나서면 ‘마이너스 정치’는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감히 생각하기 쉽지 않은 ‘사회주의, 공산주의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수립한 것’은 키신저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국의 보수 정권인 노태우 정권 당시 이른바 북방외교라며 30억 달러를 저리 이자로 러시아에 차관을 제공하고 관계를 정상화한 일, 중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일궈낸 일은 지금의 보수정권과는 차원이 다른 정치 외교적 지혜와 용기가 있었다. 외교는 진영문제가 아니다. 실용주의적 국익이 우선이다.

요즘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대목이 있다. 중국전문가, 미국전문가, 일본전문가 등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다. 그러나 해당 국가에 대한 문화와 철학을 이해하면서 이야기하면 친일(親日), 친미(親美), 친중(親中) 등의 비난 섞인 말들이 난무한 세상이다.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으려면, 오히려 반일(反日), 반미(反美), 반중(反中)이 돼야 그나마 지지 세력이 나타날 지경이다. 빈곤한 철학적 상상력, 외교적 능력의 부재가 낳는 결과물이다.

키신저는 지난 주 이코노미스트와의 8시간의 장시간의 인터뷰에서 “인류의 운명은 미국과 중국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거리상으로 중국과 멀지만 경제적으로 아주 가깝다. 2022년도 미중 양국의 교역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2023년 현재 중국과 멀어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중국으로부터 흑자 기록이 이제는 마이너스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미래의 먹거리가 우려된다.

현실주의, 실용주의, 합리주의는 낡아빠진 것들일까? 100세의 키신저의 전유물일까?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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