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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려준다

어깨를 두드려 준다. 말없이.

“그래, 힘들지.”

나는 그렇게 내 어깨를 두드린다. 마음속으로 두드려준다. 나는 위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삶에는 그렇게 위로가 필요한 순간들이 가끔 있다.

때로는 신이, 때로는 구름이, 때로는 바람이, 때로는 아내와 아이들이 위로가 된다. 그러나 때로 나는 혼자가 된다. 철저히.

내 모습을 바라본다. 좀 늙어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해맑은 소년이었다. 피부가 윤기를 잃어가도 내 눈망울만은 언제나 그 초롱초롱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듯 낮선 중년의 모습이 내 앞에 서있는 게 보인다. 그러나 그런 건 별로 슬프지 않다.

다만 내 지친 어께가 불쌍해 보인다. 얼마 전까진 기개가 있었다. 세상을 바꾸어보려고, 돈키호테처럼 끈질긴 노력을 했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는 삶을 살고 싶었다. 또 그렇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인생이란 광야를 몇 년간 뛰어 다녔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뒤로 물러나 쉬고 있는 중이다. 그토록 원하던 것처럼 시간을 희롱하며, 세월을 낚고 있다. 평안이 가득하다. 얼마만인가. 이토록 깊은 평화를 누려본 것이. 나는 그동안 쉬어보고 싶다고, 이 지겨운 뜀박질을 멈추어 보고 싶다고 간절히 염원했었지 않았는가.

그러나 이 휴식에도 평안은 없다. 내 몸은 평화로운데, 내 마음은 평화롭지가 않은 것이다. 아직 내 속의 전쟁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전쟁터의 후방에 남은 이들은 항상 쓸쓸하다. 역사가 이루어지는 그 순간에, 뒷전에 남아서 다른 이들의 손으로 세상이 바뀌어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쓸쓸한 일이다.

그러나 어차피 모든 길을 다 걸어볼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이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좀 더 이곳에 머물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마음이 아프다. 나는 아무것도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 아니 이루지 못한 것을 탓하지는 않는다. 좀 더 불꽃처럼 활활 타올랐어야 했었는데 그렇지가 못했다. 결국 나는 용기 없는 도망자에 불과하다.

오늘같이 조용히 슬픔이 찾아오는 날 나는 울음을 운다. 소리죽여서. 눈물 차마 흘리지 못한다. 그렇게 울음이라도 울고 나면 마음이 조금 편할까. 한번 터진 울음은 쉽게 그치지가 않는다.

한 사람이 쭈그려 않아서 울고 있다. 우는 모습이 초라하다. ‘불쌍한 놈’ 하는 생각으로 그냥 내버려 두려고 몸을 돌이킨다. 갑자기 가여운 생각이 들어서 되돌아본다. 어쩐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다가간다. 우는 사람의 어깨들 가만히 두드려 준다.

누가 내 슬픈 어깨를 만진다. 따스한 손길이 느껴진다. 뒤돌아본다. 슬픈 얼굴로 미소 짓고 있는 내 얼굴이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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