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한 살 아래인 외사촌과 같이 수박밭에 낮은 포복으로 잠입 침투한다. 외할아버지가 원두막에 안 계시면 더욱 좋고 주무시고 계시면 기어서 간신히 수박 한 덩이 따서 수박밭 밑 개울에 감추고 시치미 떼고 멱감다가 바위에 탁 깨트려 먹는 맛이라니, 어느덧 환갑의 나이를 넘어서 추억의 옛날 사촌아우님을 생각하니 코끝이 찡하다.
그런데 지금도 외할머니의 얘기를 가끔 할 때가 있다. 외사촌과의 술자리가 있던가, 아니면 우리 형제들간 대화 중에 손자 사랑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친손자와 외손자 사이인 우리는 잘 붙어 다녔다. 또렷한 기억 한 토막 얘기다.
여름날 놀다가 출출해지면서 할머니를 찾았다. 외가엔 당시 먹을거리가 많았다. 곶감에서부터 부침 말린 것이라든지 누룽지까지 먹거리가 다양했다. 밥 먹을 때가 아니어도 우리 둘은 할머니를 찾곤 했다.
그 날도 우리는 부엌까지 할머니를 따라 들어갔다. 그 때는 시렁이라고 했던가? 하여튼 부엌에서 우리는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는데 양쪽 주먹에 누룽지를 쥐고 계셨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한쪽 손에 든 누룽지는 커다랗고 주먹 안에 있는 것은 양이 적은 것이 아닌가? 둘의 눈은 누룽지를 쥔 손으로 향했다. 할머니의 손이 움직였다.
아! 이게 아닌데 내가 공부 잘한다고 외할아버지는 나를 더 귀여워하시는데, 커다란 누룽지는 친손자에게로 갔다.
할머니 지금도 기억이 또렷해요 하늘에 계신 우리 외할머니 정말 그날이 그리워집니다. 다음엔 똑같이 주시겠지요? 할머니!
추억 속의 시간을 헤메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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