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모두가 ‘아- 그곳은 특수시설이구나.’ 라고 하실 것입니다. 틀렸습니다. 그곳은 그냥 집일뿐입니다. ‘우리 집’은 특수시설의 명칭이 아니라 그냥 그 집에 사는 아이들이 자신의 집을 우리 집이라고 부르는 보통명칭일 뿐입니다. 조금 이상하지요.
그 집의 엄마가 좀 특수해서 그렇습니다. 결혼도 하지 않은 홀몸으로 열명의 아이들을 모두 입양을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무슨 직장에 다니면서 버는 돈으로 아이들을 키웁니다. 특수시설 등록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시설의 아이들이 아니라 자신의 아이들로 키우고 싶어서라고 합니다.
아이들도 모두 ‘엄마’라고 스스럼없이 부르며 따르고, 성은 다르지만 형, 동생, 언니, 누나 구실을 잘 합니다. 그래서 병원에 올 때도 초등학교 고학년인 맨 큰 누나가 동생들을 줄줄이 데리고 옵니다. 사연을 아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좀처럼 아이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간호사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형제들이 별로 닮지 않았고, 의료보험 카드의 성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희 병원 부근에는 특수시설이 많기 때문에 우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복지기관’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아이들이 오면 진료비를 받지 않았습니다. 우리 병원은 ‘특수시설’에서 오는 사람들은 무료로 진료를 해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문제였습니다. 어느 날 ‘엄마’가 병원에 나타난 것입니다. 일부러 직장을 빠지고 왔답니다.
참 해맑고 곱게 생긴 ‘엄마’였습니다. 엄마는 주저하다가 자신의 사연을 대강 말씀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아이’들을 정말 자신의 아이들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기에 보통 아이들과 똑같이 취급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즉 진료비를 받아달라는 것입니다. ‘혹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지도 모른다고.’
‘엄마’의 부탁에 따라 정말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리의 마음이 편치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표시나지 않게 조금씩만 적게 받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이 모르게, 그리고 ‘엄마’도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한번은 수녀님이 그 아이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늘 동생들을 데리고 오던 누나가 수학여행을 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집에 자주 들리며 불편한 것을 돌봐주시던 인근 성당의 수녀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복지기관’로 등록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을 그 수녀님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가까 사회복지시설들이 간간히 문제가 되는 세상입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회복지지원금을 노리고 사회복지기관등록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순전히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홀로 힘든 짐을 지는 그 ‘엄마’는 제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아름다운 엄마중의 한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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