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세월을 담고 인생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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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세월을 담고 인생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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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화원에 들어오면 애들이 난리예요. 밥 달라고"

^^^▲ 이태호씨(61·용성면 당리리)이런 그를 두고 혹자는 ‘미쳤다’고 하고 혹자는 ‘예순살의 소년’이라 한다.
ⓒ 배철현^^^
아이들이란 화원에 있는 나무들이고 밥은 나무들에게 줄 물이다. 거기다 나무들이 마음편히 자라라고 은은한 클래식 음악까지 틀어준다. 이런 그를 두고 혹자는 ‘미쳤다’고 하고 혹자는 ‘예순살의 소년’이라 한다.

용성면 당리리의 청동분재원. 이태호씨가 1800여평의 대지를 손수 돌을 골라내고 파인 곳을 메워가며 일군 곳이다.

지난 6년간 그의 흰머리가 늘어난만큼 그루수가 늘고 주름살이 깊어진만큼 나무 밑둥이 굵어졌다. 분재원 안에는 봄을 맞아 홍도화가 곳곳에 흐드러지고 해송과 진백(소나무과의 일종)은 뒷산 고목의 자태를 빼닮아가고 있다. 그래서 분재를 자연의 축소판이라 하고 그것이 분재의 매력이다.

이태호씨는 사업을 하다 IMF로 부도를 맞았고 그때의 절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그래서 원래 나무를 좋아하던 이태호씨가 모든 걱정을 잊고 몰두할 곳을 찾은 것이 분재다.

전국 각지를 돌며 한 페이지라도 분재에 대해 나오는 책이 있으면 다 샀다. 하지만 집안의 반대도 만만찮았다. 분재란 최소 5년에서 10년 정도는 투자해야 하는 사업으로 그동안 가족들의 생계가 걱정이었다.

하지만 이태호씨는 이렇게 미칠 듯이 몰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면 ‘인생 육십에는 뭔가 해놓겠다’는 그의 꿈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지난 6년간 그는 집안에 돈 한푼 가져다 주지못한 가장이 되고 말았다. 대신 그는 마냥 나무가 좋았고 나무와 있으면 세상근심을 다 잊을 수 있었다.

이태호씨의 기상 시간은 새벽 5시. 물주고 약치고 거름주고 잔가지 치고 철사를 거는 등의 나무 돌보기를 하다보면 끼니도 잊기 일쑤. 그렇게 어느새 저녁 8시가 된다. 야산에 자라는 나무가 아니라 화분위에만 자라는 분재목의 경우는 병치레가 잦다. 그래서 그는 그만의 비법으로 거름을 만든다. 깻묵 소뼈 생선 그리고 밝힐수 없는 그만의 비밀 한 가지가 더 추가되어 1년을 썩힌 뒤 화분에 뿌려진다.

이제 그의 분재원 안에는 어른 엄지 손가락만한 것에서부터 손목굵기만한 분재가 제법 많다. 50여종 2000여점의 작품들이 오랜 풍상을 거친 이태호씨의 예순살 인생을 대변해 주듯 자리하고 있는 것.

살아온 인생 여정을 풀어내면 누구나 책 몇 권이 된다지만 이태호씨는 구구절절 말로 하기보다 세월을 담는 분재를 통해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앞으로는 지역민들에게 자신의 식물원을 개방해 재배 기초상식도 가르쳐 주고 가족들이 주말이면 놀러와 하루를 즐길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나무는 하루도 빠짐없이 제 시간에 물을 주고 햇볕도 보여줘야 합니다. 주인이 마음을 주면 예쁜 꽃을 피워주고 내몸 아프다고 소홀히 대하면 금세 병이 나지요. 우리 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뭐든 조금만 소홀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지요.열매가 없어요"

나무를 통해 인생의 진리를 깨달은 한 촌로의 전언이 아름답고도 아프게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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