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20일 청와대에서 회동해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20일 청와대에서 한미FTA 비준안 조기 처리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따른 후속 조치 등을 논의했지만 양 측의 입장차만을 재확인했을 뿐 한치도 좁혀지지 않았다.

'적극 협조 당부' VS '어려운 상황'

이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17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하는 데 민주당이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FTA 거론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단독회동을 갖고 쇠고기 파동과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등 국정 전반에 대해 논의했지만 양측 이견만 확인한 채 소득없이 회담을 마쳤다.

쇠고기 협상 파동과 관련해 손 대표는 "조류 인플루엔자(AI)이나 광우병 사태, 이와 같은 일들로 인해서 신뢰의 위기가 왔다"고 지적하고 "특히 중고생들이 촛불 시위에 나서고 광우병 괴담에 나서는 것은 장래에 대한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고 전했다.

李대통령, '국민신뢰 회복위해 최선 다하겠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신뢰의 위기에 대해 공감한다"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국민 신뢰도에 인정을 하고 이와 관련해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그 미만이라고 해도 특정위험부위 수입은 안 된다"고 못을 박았고,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와 함께 미국의 도축장에 대한 철저한 감시 감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오후에 발표될 추가 협의내용이 사실상 야당과 국민들이 우려하는 내용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는 사실상의 재협상에 준하는 내용"이라며 "특히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은 실질적으로 수입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대국민담화 '때가 되면 국민께 말씀 드릴 것'

손 대표는 최근 사태와 관련하여 "국민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잘못된 점은 사과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도 높게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성명서 같은 것을 낼 수도 있고 꼭 그런 형식이 아닐 수도 있다"며 "때가 되면 국민께 말씀을 드리겠다"고 대국민 담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손 대표는 "일본, 대만도 협상중인 데 우리처럼 하지 않을 것이다"며 "추가협의 통해 고시하면 상당한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협상이 '일본과 대만 형평성 문제 없을 것'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지금 협상이 진행 중인 일본, 대만과 형평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혹시라도 그같은 일이 생긴다면 수정보완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이 일부 부족했다는 지적은 받아들인다"고 말하고 "하지만 거듭 말하지만 오늘 나올 추가협의 내용으로 불안의 상당부분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정서법을 얘기하지만 지도층이 열정을 갖고 국민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과 관련하여 이 대통령은 이번에 17대 마지막 임시 국회가 총선 이후인데도 열린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로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회기가 4, 5일밖에 남지 않은 만큼 손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해서 FTA 협상을 마무리 해 달라"고 부탁했다.

쇠고기 협상 때문, 'FTA 꺼내기 어려워'

그러나 손 대표는 "나는 일관되게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FTA 비준 문제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그러나 지금 쇠고기 협상 때문에 FTA 문제를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다"이라고 선을 그었다.

남북문제와 관련해 손 대표는 "식량 지원 차원을 넘어서 6. 15 정상회담과 10.4 2정상회담 등 김대중 노무현 두 정권의 긍정적인 정책을 인정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50만 톤의 쌀 지원에 나선 것에는 한국 측의 노력도 들어가 있다"고 밝히고 "우리는 미국과 북한과의 대화를 환영한다. 핵폐기 진전, 대북사업의 타당성, 우리 재정부담능력, 국민적 합의 등 대북 4원칙에 따라서 일관성 있게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경제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다'

손 대표는 "국민이 이 대통령을 당선시킨 이유는 경제를 살리라는 것이었는데 이 대통령의 모습은 경제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며 "스스로 만든 대운하의 덫에 걸려 있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한 "강부자, 고소영 이런 단어가 난무하면서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서민의 정서를 대통령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올바른 지적이다. 서민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소통부족 지적도 인정한다"며 최근 공식석상에서 발언했던 '국민소통'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협력할 것 협력하고 반대할 것 단호히 반대'

손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반대할 것은 단호히 반대하는 야당을 하겠다"며 ."화합과 통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서민에게 다가가야 구체적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을 더 강화하겠다"라고 강조하고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위해서 자주 만나자"고 건의했다.

회동에는 청와대측에서 류우익 대통령실장, 박재완 정무수석, 이동관 대변인, 민주당에서 이기우 대표 비서실장, 차영 대변인이 배석했다.

국회의장 직권상정 무산, '양당간 해결'

한편 한나라당이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국회의장 직권상정도 무산됐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임채정 국회의장을 만나 "직권상정이라도 해서 표결에 부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임 의장은 "양당간에 해결을 해야 한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또한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날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가진 회견에서 "지금은 한미FTA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발묶인 한미FTA 비준동의안은 불과 4일 남은 17대 국회 회기 내 처리가 불가능해졌다. 결국 18대 국회가 시작되면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 장관 고시 강행할 가능성 높아'

한미FTA를 18대 국회의 선결과제로 올려 조속히 매듭짓겠다는 의지다. 18대 국회에선 17대와 달리 한나라당이 다수가 되는 만큼 처리를 위한 물리적 조건도 갖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다.

하지만 여전히 '쇠고기'가 관건이다. 이날 영수회담이 사실상 성과 없이 끝남에 따라 정부는 오는 25일로 예고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관련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고시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등은 고시가 강행될 경우 재협상 촉구 결의안과 특별법 추진 카드를 꺼내는 등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6월 개원하는 18대 국회 초입에 쇠고기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수적 열세인 야권이 물리적으로 저항하는 등 파문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