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형네와 임 형네 그리고 우리 집의 세 가족이 모일 때, 모두 6명의 크고 작은 아이들이 쏟아내는 잡음은 실로 대단하다. 세 가족 어른들의 도란도란 거리는 대화를 충분히 방해 할 정도이다. 그런 순간. 아이들 때문에 도저히 어른들의 대화가 진행이 될 수 없다고 느끼는 인내의 한계에 도달하는 순간에 나타나는 사나이가 바로 임 형이다.
그는 아이들을 꾸짖는 것이 아니다. 그의 말소리를 들으면서 아이들은 순식간에 기쁨에 빠져든다. 그 힘으로 아이들을 잠잠하게 만들어 버리는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 혜성과 같이 나타나는 사나이가 있으니 그 이름이 바로 임 형이다.
그는 아이들 중 한사람의 이름을 부른다.
“OO이 여기 기준.”
그러면 그 시끄러운 소음 중에서도 아이들은 그 말을 귀신같이 알아듣고는 번개같이 나타난다. 기준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서로 먼저나타나려고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 북새통이 금세 정리되지 않으면 그는 다른 아이의 이름을 부른다.
“그러면 ***이 기준. 이쪽으로.”
이번엔 아이들이 확실하게 기준을 중심으로 정열을 한다.
“기준하나, 기준 둘, 기준 셋, 기준 네엣, 기준, 나도 기준.”
아직 발음조차 정확하지 않는 꼬맹이들까지도 귀엽고 씩씩하게 들려온다.
아이들의 얼굴엔 이번엔 이 아저씨가 어떻게 자신들을 즐겁게 해 줄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 묻어난다.
“자! 오리”
“꽥꽥. 꽤에엑, 꽤에에”
먼저 소리는 큰 아이들의 일사불란한 오리울음이고, 뒤에 것은 꼬맹이들의 소리이다.
“병아리”
“삐약 삐약”
이번엔 일사불란하게 대답을 잘 하였다. 운율도 잘 맞는다. ‘하나 두울, 셋 네엣’이란 운율에 맞추어 아이들은 잘 대답한다.
“바둑이”
“멍. 멍”
아이들의 합창소리 중 가장 압권인 것은 그 다음이다.
“붕-어-”
이번엔 아이들이 대답하지 않는다.
입만 벙긋벙긋한다. 그것도 박자에 맞추어서.
그 시끄럽던 아이들이 갑자기 조용해지는 순간이다.
그러나 아이들을 그렇게 순식간에 조용하게 만들면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란다. 임 형의 말은. 그래서 다음 순서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합창의 시간이다.
‘짱가’를 합창해서 부르고, ‘오 필승 꼬레아’를 부르고, 그 외에 내가 제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노래를 하고 나면 아이들의 얼굴에 그제야 흡족한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그러면 임 형이 아이들에게 다소 엄숙하게 묻는다.
“지금 점수가 몇 점이지?”
“사십점이요.”
보름 전까지 100점이었던 점수가 수영장에 다녀오면서, 30점으로 줄었다가 지나주에 다시 40점으로 오른 것이다.
“오늘 지금부터 조용히 하면 10점씩 추가한다. 알았지”
“예,에에”
“몇 점되면 수영장 갈수 있지?”
“80점이요.”
“수영장가서 놀이시설 전부 다 타려면 몇 점이면 되지?”
“100점이요. 요오오-”
이번에도 꼬맹이가 뒤에 길게 발음을 한다.
“그럼 지금부터 가서 조용히 논다.”
아이들이 방으로 우르르 몰려가려고 한다.
“이놈들 그냥 가냐?”
“아참!”
아이들이 머리를 글쩍거리며 임 형에게로 모여든다. 그리고 다 같이 손바닥을 모은다.
“다 같이 노력해서 수영장에 간다. 파이팅-”
“파이팅-”
일사불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집안에는 평화가 다시 찾아온다. 매번같이 반복되는 그 일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한마디 한다.
“점수를 20점 올려주지. 다 다음주에 수영장 가기로 했잖아. 그때에 맞출려면 팍팍 올려줘-”
“아니 우리가 좀 더 자주 모이면 되지!”
“그런가.. 날도 더운데 다음엔 삼계탕이나 먹을까?”
이젠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유치원에 간 ‘우리의 멋있는 아놀드 아저씨’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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