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운찬 총장 '우 조교 망언'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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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정운찬 총장 '우 조교 망언'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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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은 재계약에서 탈락된 앙심에서 비롯돼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 서울대 정운찬 총장(56)이 23일 여성부 한명숙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른바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이 재계약에서 탈락된 우 조교의 앙심에서 비롯돼 억울한 사람을 매장한 사건이었으며 당시 우 조교를 지원한 여성운동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요지로 발언, 파문이 일고 있다.

이날 발언은 한 장관이 최근 서울대 법대 학생회로부터 서울대 여교수 채용의 확대와 빈발하는 대학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여성부의 관심을 부탁받은 뒤 정 총장을 프레스센터 19층에서 단독 면담, 서울대가 '여교수 채용 목표제'를 채택해줄 것을 당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공개로 진행된 이날 면담 현장에는 <연합뉴스>와 여성주의 주간지인 <우먼타임스>의 기자 1명씩이 있었다.

정 총장은 한 장관이 우 조교 사건과 연관지어 학내 성희롱 문제를 언급하자 곧바로 "(신모 교수가) 사회적으로 매장된 것은 문제가 있다. 소장(訴狀)을 보면 40개 항목 중 20개가 터무니없는 소리이다. 그러나 판결이 나버리고 나니 그만이다"며 "사실 여성운동이 신중해야 한다"고 우 조교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정 총장은 "어떤 일은 운동 차원에서 해결돼야겠지만 당하는 사람은 아주 죽을 맛이고 매장당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정 총장은 "우 조교는 사실 조교가 아니고 조수로 1년간 계약된 경우로, 계약이 해약되자 앙심을 품고 한 일"이라며 "신 교수 본인은 (성희롱을) 안했다고 한다"면서 "그 사건은 과장된 일로 신 교수는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정 총장의 이날 발언은 이른바 우 조교 사건이 법원에서도 성희롱을 인정, 완결된 사건인데다 서울대 총장의 자격으로 직장내 성희롱 근절을 위한 정부기구인 남녀차별개선위원회의 위원장이자 여성부장관인 한 장관과의 면담 자리에서 나온 것이어서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 총장의 발언에 대해 한 장관은 "성희롱 문제에 대한 남성들의 기존 생각은 '이런 것 쯤이야 사회에서 용인되겠지'라는 것이지만 피해자인 여성은 커다란 상처를 받게 된다"며 정 총장의 말에 일일이 반박했다.

우리 사회에서 성희롱이 범죄임을 인식시킨 우 조교 사건은 국내 최초로 제기된 직장내 성희롱 소송으로 6년간의 법적 공방 끝에 지난 1999년 6월 서울고법이 신모 교수가 원고인 우씨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우씨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shin@yna.co.kr (끝) 2002/10/24 08:10

 
   
     
 

<서울대총장 '우 조교 발언' 경위>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 한명숙 여성부장관과 서울대 정운찬 총장은 23일 오후 프레스센터 19층에서 단독면담을 가졌다. 서울대에 여교수 채용을 늘려줄 것을 당부하기 위해 한 장관이 요청한 자리였다.

여성부가 미리 언론에 알려 공개된 면담이었고, <연합뉴스>와 <우먼타임스> 기자가 현장을 보고 있었다. 양측 모두 보좌진 등을 배석시키지 않아 대화가 오가는 현장에는 한 장관과 정 총장, 기자 2명만이 있었다.

이날 면담이 마련된 것은 최근 서울대 법대 학생회가 법대에 개교 이래 여교수가 한 명도 없었던 점을 문제삼아 대학측에 여교수 채용을 건의한 데 이어 여성부에 이를 촉구해줄 것을 부탁한 서한을 보낸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에 여성부는 한 장관이 직접 서울대 정 총장을 만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여교수 채용확대를 촉구하는 자리를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대학가에서 서울대가 갖는 상징성도 염두된 자리였다.

지난 8월 1일 취임한 정 총장이 '임기내 지역할당제'를 포함한 다양한 입시전형의 뜻을 밝히는 등 매우 개혁적이고 민주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던 점에서 여성부는 이날 면담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었다.

오후 3시 30분부터 40여분간 진행된 이날 대화는 그러나 처음부터 양측의 미묘한 인식차를 노정했다. 한 장관이 정 총장의 개혁성을 칭찬하면서 "서울대가 추진하는 개혁과제에 여교수 채용 목표제를 포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정 총장은 이에 직접적인 동의를 표하지 않았다.

정 총장은 "교육부와 협의해 전체 교수의 수요조사를 해보고 긴요한 자리에 교수를 뽑아야 하나 교수의 '퀄리티'(자질) 문제도 중요하다"며 여교수의 자질 문제를 거론한 뒤 "여자를 뽑으려고 노력했는데 상대적으로 남자가 너무 우수한 경우가 있었다"며 최근 경쟁관계의 남녀 교수후보 중 남성을 뽑은 사례를 소개했다.

양측은 여교수 채용 문제에 대해 이렇다할 의견접근을 보지 못했으며, 한 장관은 마지막 당부로 서울대학생들이 건의한 '성희롱' 문제로 옮겨갔다.

10여분간 진행된 성희롱 관련 대화는 시종 '우 조교 사건'에 대한 양측의 논쟁으로 흘렀다. '우 조교'를 먼저 언급한 것은 한 장관이었으나 이를 받아 정 총장은 이 사건의 피고였던 신모 교수와의 사적 친분을 소개한 뒤 신 교수의 입장을 두둔했다.

그 과정에서 '여성운동이 신중해야 한다' '신 교수가 사회적으로 매장됐다. 억울하다. 조교도 아닌 조수인 사람이 계약이 해약된 것에 앙심을 품고 한 일'이라는 정 총장의 발언이 나왔다.

한 장관은 정 총장의 발언에 일일이 반박했으나 정 총장이 당시 법정증언 등 구체적인 소송내용에까지 들어가자 매우 곤혹스러워했다.

정 총장은 대화 막바지에 기자를 의식한 듯 "이건 기사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hin@yna.co.kr (끝) 2002/10/2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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