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님 덕에 나팔분다고 덕분에 나 역시도 내일 아침엔 아내가 정성껏 만든 맛난 김밥을 얻어먹을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순간 들떴던 내 기분은 딸의 그 한마디에 금새 바람 빠진 풍선이 되고 말았다. 못내 김밥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한 나는 "맛있고 든든하기로는 엄마가 집에서 싸 주는 김밥 이상이 없지~"라고 딸을 회유했으나 딸은 요지부동이었다.
"햄버거랑 콜라 사서 먹으면 되니까 그냥 돈으로 주세요~" 이런 순 악질(?)같으니라구! 네가 소풍간다는 핑계로 네 아비도 덕분에 솜씨 좋은 네 엄마의 김밥 좀 얻어먹으려고 했더니 그마저도 기회를 안 준단 말이더냐...
내가 어렸을 적 등교를 할 때마다의 도시락은 얼추 찌그러진 양은 도시락에 보리가 반은 섞인 잡곡밥에다가 반찬이라고는 늘상 신김치가 도시락반찬의 거의 전부였다. 하지만 소풍을 가는 때면 큰 맘을 잡수신 할머니의 배려에 의해서 모처럼 맛난 김밥을 싸 주시곤 하셨는데 입맛을 사로잡는 김밥의 그 황홀한 맛이라니!
당시엔 모처럼 소풍을 간다고 해도 다들 못 살았던지라 소풍을 갈 때의 먹을꺼리 역시도 김밥도시락 외에는 고작 찐계란 몇 개와 칠성사이다 한 병이 겨우 구색을 맞췄지만 아무튼 소풍을 가서 먹는 그 김밥도시락은 역시(!)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은 바로 그것이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소풍을 간다고 해도 도시락을 손수 싸는 대신에 주문 도시락으로 대체한다든가 아니면 햄버거 등의 패스트푸드 류의 포장식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은데 세월의 흐름으로 인해 우리의 도시락문화 마저도 이젠 그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것일까? 딸 덕분에 김밥을 얻어먹을 수도 있었을 절호의 기회를 박탈당한 나는 못내 슬펐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그날 너무도 김밥이 그토록 먹고파서 아내의 손을 이끌고 인근의 대학가 부근에 있는 김밥집에 가서 김밥을 세 줄이나 사 먹고 왔다. 이제 다시금 꽃망울이 고개를 쳐드는 계절이 도래했으니 딸아이도 조만간 봄소풍을 가리라. 올해는 기필코(!) 아내가 손수 만든 김밥을 단 한 줄이라도 얻어먹을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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